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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대나무 숲 산책>
화요일이라서 근처 사우나가 한달에 2번씩 쉬는 날중 하루이다.
철희가 퇴근 후에 강건너 쉬지 않는 사우나를 다녀온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하였다.
가는 길에 태화강 국립공원 대나무 숲을 한바퀴 돌자면서.
집에서 오전에는 미니 다육이 몇개 심고 점심은 돌솥에 해서 먹고 크리스마스 영화도 보고
한일도 없는데 벌써 저녁이 되었다.
시간에 맞춰 고구마를 전기 그릴에 굽고 우유 뎁혀서 "퀘이커 마시는 오트밀"이 투명 플라스
틱 병이라 마시고 깨끗이 씻어 모아두었
었는데 재활용해서 담았다.
우엉차도 만들어서 담고
플라스틱 병이라서 한소끔 식혀서 담았다.
지난번 플라스틱 병에 직접 뜨거운 물을 담았더니 쪼글 쪼글 ~
놀라서 뜨거운 음료수
담을 뚜껑있는 유리컵
을 샀는데 유리가 얇아
서인지 뜨거운 물에 깨
져 나갔다.
2개나.
잘 사용하려면 뜨거운 물을 도자기 컵에 담아서 한소끔 식혀서 쓰는 수 밖에 없다.
헤드셋 담고 장갑도 찾아서 담고 이래 저래 짐이 헝겊가방 한가득.
얼굴과 머리를 긴 털실 숄로 둘둘 감고 길건너 아이파크 앞에 서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관련 영화를 여러편 보다 보니 기다리면서 영화 장면을 떠올린다.
멋진 남자가 좋은 차 끌고 데리러 오는 상상.
ㅋㅋㅋ
JINNSSAM도 금발머
리에 늘씬한 키 매력적
인 얼굴이 아닌 빨강머
리에 뚱뚱하고 평범한 베이비 붐 세대의 표준 줌마다.
데리러 오는 철희도 아래배가 풍풍 나온 보통키에 반백머리의 베이비 붐 세대의 표준 아자씨.
그래도 상상은 자유.
멋지고 매력적인 JINNSSAM에 매력적인 남정네.
차에 타면서
"와우 ~ 멋진 남자가 좋은 차 타고 픽업하러 왔네."
했더니 "왠 뚱딴지?'"
란 표정이 역력하다.
운전하고 가면서 아직 따끈한 고구마 하나씩
을 까먹고 조금은 따끈한 우엉차를 마셨다.
"뭐, 사는게 별거 있나?"
"맛있는거 먹고 마시고 사이좋은 부부로 살면 쵝오지."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차안에 불이 꺼지니까 깜깜해진다.
주차장에 조명을 찾아 조명 아래 차를 댔는데 이번에는 차안에 조명이 안꺼진다.
주차장 조명 아래 차안에 불 켜놓고 고구마 냠냠 ~
다시 털실 목도리를 둘둘 감아서 한점 바람결도 들어 오지 않도록 단단히 무장하고 장갑도 꼈다.
장갑은 작년에 똑같은 것으로 샀는데 보관을 각자하다가 꺼내 놓으니까 철희가 자기 것인가 확인하다.
자기 장갑에는 빨간 실로 꿰매서 표시를 해놓았다.
JINNSSAM은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철희는 귀찮아하지 않고 잘 정리해 놓는다.
대나무 숲으로 숲으로 ~~~
바람이 휘잉 휘잉 ~~~
아직 7시도 안되었는
데 사위가 캄캄 ~~~
대나무 숲 가운데로 가니까 바람도 안불고 춥지도 않다.
그런데 너무 캄캄하다.
불빛을 설치해서 빛이 있는데도 캄캄한 길이다.
철희는 벌써 저만큼 앞서 간다.
까만 계통을 옷을 입어서 어둠 속에서 잘 안보인다.
JINNSSAM은 흰색 옷을 입어서 잘 보일 것이다.
꼬마 전구들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한컷.
캄캄해서 철희의 뒷모습이 잘안보이는데 갔으리라 짐작되는 곳으로 따라간다.
빨리 걸어가면 될텐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철희는 항상 앞서가고 JINNSSAM은 뒤를 따라가게 된다.
요즈음 JINNSSAM은 걸을 때 할머니처럼 쫑쫑쫑 걸음으로 걷고 있는 스스로를 만날 때가 있다.
놀라서 보폭을 크게 하느라 걸을 때 번호를 부치고 있다.
또 심호흡도 한다.
들이쉴때 배를 내밀고 내쉴때는 배를 잡아다닌다.
평소 산책할 때 종종 하던 이 복식호흡이 갑작스럽게 달릴 때도 적용이 되어서 달릴 때 호흡이 좀 편하다.
가다보니 아베크 족이 벤치 위에 앉아있다.
아직은 친밀한 사이는 아닌가 보다.
아가씨는 다리를 꼭 붙이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허리를 펴고 앉아 있고
남자는 몸을 아가씨 쪽으로 기울이고 팔을 아가씨 어깨에 두르고 있다.
캄캄한 대숲.
바람 한점 없다.
이렇게 캄캄한 대숲 밴치.
아무도 없다.
간간히 사람들이 지나갈 뿐.
이런 곳에 있는 젊은 남녀 ~ ~ ~
뽀뽀를 해줘야 ~ ~ ~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은 금방 금방 바람처럼 스쳐 간 것 같다.
아름다운 시절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지나쳐 갔었던 것 같다.
JINNSSAM이 아직 청춘일 때 영화처럼 캄캄한 곳에서 열렬히 뽀뽀하는 장면을 연출
하고 싶었지만 해본
적이 없다.
철희가 싫어해서이다.
"우리도 영화처럼 캄캄한데서 뽀뽀좀 하자아 ~ "
"빨리 집에나 가자."
캄캄한 곳에 간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철희는 캄캄한 곳을 만나면 재빨리 환한 곳으로 빽.
젊은 연인들 앞을 지나서 나름 보폭을 크게 해서 열심히 철희를 따라가는데 보이지 않는다.
어둠만 보인다.
더 열심히 따라간다.
저 앞 어디에 있겠지.
눈에 힘을 주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고 빨리 걸어가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갔는지.
드문 드문 보이던 사람도 안보이니까 조금은 무섭다.
전화를 할까?
에이~ 앞에 가겠지.
머리에 쓴 헤드셋으로 노래를 듣고 있는데 셋팅 되어 있는 폰을 꺼내는 것도 그렇고 그냥 빨리 가자.
왜 이렇게 먼거야.
어둠은 더 짙고 길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먼 것일까.
옆으로 대나무 숲을 나갈 수 있는 길은 좀 환해서 바라보지만 철희는 보이지 않는다.
목도리로 둘둘 감고 빨리 걸으니 등쪽으로 땀이 삐질 ~ 삐질 ~
손가락 끝은 시리다.
장갑을 끼었는데도.
손가락을 빼서 장갑 속에서 주먹을 쥔다.
손끝이 매우 차갑다.
길끝은 어디지?
끝은 언제 나오는거지?
왜 이렇게 사람이 하나도 없어?
아직 멀었나?
조금만 더 가면 될까?
앞이 안보이는 어둠 때문에 걷는게 즐겁지 않다.
여유가 사라진다.
그래도 뛰지는 않는다.
뛰지 않는게 아니고 뛰어지지가 않는 것.
중학교 때 .
아무도 없는 빈 교실.
밤 늦게까지 소설책을 읽을 때면 혼자 생각하고는 했었다.
만약 나쁜 사람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할 까?
저 교탁 위에 있는 무거운 꽃병을 던질까?
의자를 던져야 하나?
책상을 들어서 ~
그렇지만 한번도 나쁜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
고 불을 끄고 문단속을 할 때는 조금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캄캄한 길을 갈때에는 무엇보다 제일로 무서운 것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사람을 안만나고 그냥 어둠 속을 갈 때에는 어둠이 두렵기는 하지만 무섭지는 않다.
이 길이 언제 끝나지?
언제인가는 끝날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던 길.
드디어 길끝에 왔다.
길 끝에 가로등 빛 아래에 철희가 기다리고 있다.
안심이 된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때로 살면서 목표가 없이 캄캄한 곳을 다닐 때가 제일 힘든 것 같다.
소망이 있고 목표가 있고 길 끝에는 빛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소망이 없고 목표가 없고 길 끝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가장 무서울 것 같다.
소망도 스스로 찾아야하고 목표도 스스로 찾아야하고
길에는 끝이 있고 언제인가는 길이 끝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말없이 뚜벅 ~ 뚜벅 ~
가다보면 목표한 곳에 이르게 된다.
걸음을 멈추지 말고 두려워도 말고 무서워도 말고
한걸음씩만 내디디다
보면 도착할 것이다.
대숲을 나와서 공원 가운데로 해서 돌아가려니 바람이 위이잉 ~ 위이잉 ~
귀가 시리고 ~ 얼굴이 시리고 ~
다시 바람을 막아주는 대숲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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