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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아 너 잘하고 있어.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3. 3. 18.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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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경아 너 잘하고 있어.>     

 

베이비 붐 세대가 2000만명으로 인구의 1/3.
이제 베이비 붐 세대는 은퇴 세대가 되었다.

은퇴 이후에는  지금껏 살아오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해서 살아야 한다.
쉽지 않다.
노는 법도 모르고 놀줄 도 모르고 돈을  벌기만 하고 쓰는 것을 해보지 않아서 쓸줄도 모른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지금껏 일만 하다가 갑자기 놀아야 하니 어떻게 놀아야 할지도 잘 모르는 것이다.

웃프다.
평생을  쉬고 싶다. 놀고 싶다 생각하면서 일을 했는데 막상 쉬고 놀수 있는 상황에 적응을 못하는 것이 웃프지만 현실.

오시리아 역에서 내려 혜경이한테 전화를 했다.

니케아로 오라고 했지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지끈 ~

필요한 것이 있어서 돌아다니는데도 사는게 쉽지 않은데 필요한 것도 없고 더 나쁜 것은 차가 없어서 운반도 쉽지 않다.

 

"니케아 1층에서 만나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1층으로 올라가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서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지하 주차장에서 니케아 들어가는곳에 의자가 있어서 앉아 있어."

 

에스카레이타를 타고 내려오는 혜경이가 보인다.

 

"하이"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띄운다.

출구를 찾는데 이리 저리 헷갈려하면서 나와서 바닷가 쪽으로 길을 잡았다.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혜경이는 친정엄마의 영향으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혜경이가 이렇게 말한다.

 

"손주가 얼마나 이쁜지 몰라 ~ 자기가 키워봐 얼마나 이쁘다고 ~ 그랬는데 정말 이뻐."

"아무나 보고 웃지 않아.
앨리 베이터에서 사람들을 보면 목을 쭉 빼고 쳐다보다가 아는척 하면 고개를 싹 돌려.
그런데 나를 보면 환하게 웃고 놀릴줄도 알아.
코를 이렇게 찡그리면서 흐하고 웃어."

"꽃중에 그런 꽃이 없다고 하잖여.
자고 일어나면 날마다 달라지는 꽃중에 꽃. 코를 찡그리면서 놀리는 건 자기한테 배운거 아냐?"

"아냐. 난 안그래."
"자기 남편이나 딸이 그러겠지."

"아냐. 안그럴걸?"

 

혜경이는 부인하지만 한번씩 코를 찡그리며 웃는 혜경이를 볼 때가 있다.

ㅋㅋㅋ

본인은 본인 얼굴을 못보니까 모르겠지.

 

바닷가 카페에 가니까 사람이 많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는 그래서 식당을 찾아서 계속 움직였다.

코로나 때에 문닫은 식당과 카페도 보인다.

카페는 더 큰 카페가 생기고 더 좋은 카페가 생기는 바람에 문을 닫은 곳도 생겼다.
한때 잘나가던 카페였는데 주위에 있는 더 좋은 카페에 밀리는 것이다.

 

"브런치 카페에 갈까?  
만두집 있는데 만두집 갈까?
어 저기 미역국집 있네?
코로나 때에도 문을 안닫았나봐.  
맛있을까?"

"저기 명품 물횟집이 보이는데?
저기 가자."

 

밭을 가로질러 명품 물횟집으로 들어갔다.

코로나 이전에 많이 다녔던 곳인데 코로나를 이겨냈나부다.

실내는 좌식 테이블에서 입식 테이블로 바뀌었다.

사이 사이에 서비스 로봇이 돌아 다닌다.

직원을 줄이고 대신 서비스 로봇으로 대체 했나 부다.
천천히 보이지않게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은 확실하다.

 

물회랑 회비빔밥을 시켜서 천천히 많이 다 먹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

 

계산을 하는데 주인이 바뀌었다.

그럼 전에 하던 사람이 가게를 넘겼나부다.

워낙 줄서고 기다려서 먹던 식당이라 코로나가 지나면 다시 줄서서 먹을 식당이기 때문에 인수 받아도 충분히 될만한 식당이기는 하다.

 

오시리아 역에서 한정류장을 걸어서 송도역까지 온셈이다.


송도쪽 바닷가에 있는 카페를 갔다.


디카페인 한잔에 9000원.

jinnssam은 자신도 모르게

 

"9000원. 와우 ~ 디게 비싸네."

 

혜경이가 말한다.

 

"직원 앞에서 비싸다고 말하면 어떻해."

"뭐 어때? 정말 비싸서 비싸다고 했는데."

 

무슨 차한잔이 한끼 식사값이다.

그런데도 비인 자리가 없도록 만원.

무슨 평일에 저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카페에 와서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는거지?

 

뷰가 기가 막히게 좋기는 하다.

뷰맛집이기는 하지만 커피 값이 너무 비싸서 다음에는 못올 것 같다.

어쩌다 친구를 만나서 구경겸 한번쯤 와본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바다 앞에 바다를 향하여 놓여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평소에 어디에도 이야기를 못하던 주변 이야기를 이리 저리 말하는데 시간이 후욱 순삭.

 

혜경이는 잘 지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혜경아 너 잘하고 있어."

 

하고 말해주고 싶다.

어렸을 적 트라우마와 남편의 은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적응에 시간이 걸릴 뿐이다.


많은 은퇴 부부들이 겪는 갈등이다.


오랜 시간동안을  하루 하루를 생활하는 일상 생활의 생활 반경이 서로 다르게  생활하다 24시간을 함께 하니까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혜경아 너 진짜 잘하고 있어.

이제 친정 엄마한테 받은 트라우마도 훌훌 떨치고 ~

치매 걸린 사람이 오래 산다잖여.

생각때문에 스트레스 안받으니까.

뭐하러 스트레스를 받아 ~

건강에 안좋잖여.

 

"중학교 때 선생님이 "망각"이 참 좋은거라고 말했는데 그때는 이해를 못했어.

망각이 왜 좋은 거지?

영어 단어 외우는데 몇십번씩 외워도 잊어버리는데 잊어버리는게 왜 좋지?

이제는 이해할 것 같아.

내힘으로는 안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잊어버려야지."

"그래. 인류 발명품 중에 지우개가 많은 것을 바꾸었다고 하더라.

우리 인생에서 나쁜 것은 지우고 좋은 것만 간직하자.

좋은 것만 생각해도 다 생각 못하잖여."

 

천천히 걸어서 송정역까지 왔다.

송정역 앞에서 바이바이 ~


피곤했나부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마스크도 안하고 깊이 깊이 잠들어서 태화강 역에 도착해서야 겨우 눈을 뜨고 내렸다.


내려서 보니까 내내 마스크도 안하고 있었다.

고개를 오르락 내리락 참 푹도 잘 잤지.

ㅋㅋㅋ

 

혜경아 너 잘하고 있어.

너 진짜 잘하고 있어.

잘살고 있잖여 ~

 

모든 혜경이들한테 말한다.

 

혜경아 너 잘하고 있어.

진짜 잘하고 있어.

잘살고 있잖여.

 

불만없는 인생이 어디있어.

불만대신 감사로 체우면서그러려니 ~

그러면서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는거지.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감사하지.

너와 내가 친구가 된 것도 감사하고.

오늘 이렇게 만나서 수다떨고 맛있는거 먹고 안가본 카페도 들여다보고 ~


이게 행복인 거지.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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