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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과 외갓집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5. 2. 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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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과 외갓집 >  

강릉 갈 일이 생겼다.
시간 맞춰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 역에 내렸다.

청량리.
20살 때에 김소월 시집 영역판을 산다고 청량리 서점을 전부 뒤져서 결국은 구입을 했다.
AZLIS란 제목이 붙어 있던 영역판 소월 시집을 들고 기뻐하면서 책갈피마다 눌려 있던 꽃잎과 나뭇잎 그리고 책냄새를 맡으면서 누군지 모를 책 주인이 아끼고 좋아하던 책에다 풀잎과 꽃잎에 나뭇잎을 책 갈피에 끼우고 있을 모습을 상상 하고는 했었다.

지금은 그 책이 어디 있더라?

예전에 책 정리하느라 책을 10박스 정도 버리면서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책도 버린 적이 있었다.
울산 사는 사람들끼리 수필 집을 만들어서 가지고 있던 그 수필집을 모르고 버린 것이다.
영영  그 수필집에 올렸던 글을 못찾는가부다 하고 체념했는데 동호인들이 남부 도서관에 기증했다던 일이 생각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책에 올려져 있던 jinsam의 수필을 복사해 왔던 것이다.

서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jinsam 손에 들어온 책을 한권도 버릴 수가 없었다.
서재를 만든다는 꿈이 있었을 때는.
언제인가는 서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창고에 차곡 차곡 책들을 쌓아 놓았었다.
글쓰기를 포기하면서 서재도 포기하게 되었고 꿈의 목록에서 지우면서 책도 버리고 그냥 세월이 흐른 것이다.

티스토리를 쓰면서 글쓰기가 시작 되었고 예전에 쓰던 글들이 어디 있나 찾게 되었고 책도 찾고 이제 서재를 꿈꾸게 될까나?

서재?

서재대신 베란다에 다육이를 키우고 있다.
서재를 꿈꾸지는 않는다.
서재에서 책을 찾아 보는 대신 인터넷을 뒤져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 본다.
지금은 좀 넓은 집을 사면 집안에서 희귀 식물을 키워볼까?
희귀 식물을 키워서 인터넷으로 팔아 볼까?
쉽지는 않겠지만 키우는 재미가 있고 키우다 보니까 너무 많아져서 좀 팔아볼까?

강릉가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눈이 펄펄펄 날린다. 청량리에서 탈 때 부터 눈이 날렸었다.

청량리.

예전의 청량리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지하철 역은 롯데 백화점하고 연계가 되어 있어서 이층으로 올라가 점심을 먹었다.
이집 저집 메뉴를 살피다가 비빔밥을 선택했다.
비빔밥도 젊은 시절에 자주 먹었던 그 비빔밥이 아니었다.
입맛이 변했는지 비빔밥이 변했는지 예전에 즐겨 먹던 그 가격에 그 맛이 아니었다.
새 시대에는 새 시대에 걸맞는 음식이 있는건가?
고추장이 얼마나 맵던지 돌솥 비빔밥에 비빔밥을 콜록 거리면서 비비다가 제대로 음식맛도 못보고 끝났다.

눈은 계속 이어졌다.
펄펄 날리고 하얗게 뒤덮혔고 설원이 모든 것을 장악했다.
그렇게 기차는 눈을 맞으면서 눈속을 달렸다.

대관령을 넘어서 강릉에 들어서는 순간.
감쪽같이 없어진 눈들.
설원은 커녕 따스한 볕이 마른 잔듸 위를 얼릉얼릉 제비꽃아 피어라 하는 듯이 비추고 있었다.

강릉은 율곡 이이 선생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사는 외갓집일 뿐만 아니라 지금도 외갓집처럼 따스하게 품어주는 우리 모두의 외갓집 같은 도시이고 동네이고 마을이다.

강릉은 외갓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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