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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변 공원 >
맛점 하셨나요?
정신 읎지여 ~
그래도 정신 읎을 때가 전성기라는 걸 지나구 나니까 깨닫게 되네요.
몇일 전 지인과의 톡 내용이다.
퇴근해서 뻗었다는 내용에 보낸 답이다.
오래 전에 카플을 했던 은퇴한 남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처음 은퇴한 이후 아는 사람 만나서 산에도 가고 여행도 가구 참 좋았는데 그게 딱 일년 뿐이더라구 ~ 함께 어울릴 사람도 없구 갈데도 없구 딱히 할일이 있는 것두 아니구 은퇴하니까 별루야."
늘 노는 것에 목말랐던 사람이라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늦잠도 자고 맘대로 자구 을매나 좋을까나 ~ 항상 잠이 고픈 사람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렇다.
어떤 일은 직접 경험해봐야 알아지는 일이 있다.
은퇴 이후의 삶 또한 직접 경험해봐야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같이 어울려서 놀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학교를 나오기 전에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작은 쥬니어 카페를 셀프 인테리어로 만들어 놓았었다.
11시에 출근해서 7시 전에 퇴근하는 마음 내키는 대로 카페.
갑자기 늦잠 자도 되는 것이 처음에는 정말 좋았다. 시간 구애없이 잠을 자는 것이 너무 좋았다.
잠.
고픈 잠을 맘껏 자고 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카페를 출퇴근 한다 해도 매이지 않고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카페는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해야 겨우 임대료 맞출 수 있고 그럴려면 사람을 써야 하는데 인건비가 안나오기 때문에 사람을 쉽게 쓸 수도 없는 업종이었다.
결국은 자신에게 있는 모든 시간과 집중력을 희생해야 자신의 인건비를 건져가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잘되는 카페는 다를 것이다. 잘되는 카페 되는게 쉬운가? 아니다. 어렵다. 그렇다면 보통 카페는 전부 그럴 것이다.
코로나 때 카페를 닫은 이후 카페에 대한 로망은 접었다.
코로나 때 만날 사람도 없고 할일도 없고 운동도 안하고
~ 그때부터 티스토리를 쓰면서 운동은 새벽 기도 갔다가 태화강 국립 공원 대숲을 다녀 오던지 아니면 수변 공원을 한바퀴씩 돌았다.
4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옆에서 흐르는 자연을 느낄 수가 있다.
이런 저런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려고 걷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것도 좋으다.
원래 수변 공원은 공해 지역이었다.
결혼 하기 전부터 근처 회사에 근무하였던 남편 철희는 처음 수변 공원에 가자 하니까 고개를 설래 설래 ~
"거기 완전 공해 지역인데? 뭐하러 거기를 가?" .
"가봐여. 완전 바뀌어 있어요."
처음 왔을 때는 놀라서
"아니 풀과 나무로 둘러 쌓여서 잘 걸을 수도 없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어쩌다 한번씩 들르는 운동 코스다.
오늘은 매화 꽃이 호수 입구 쪽에 하얗게 피어 있었다.
매년 봄이 온다는 신호탄인 매화 꽃이 이제 막 피어났기 때문에 다른 꽃들은 나무 가지 속에 웅쿠리고 들어 앉아서 밖으로 나가 곱게 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바람도 잔잔하고 ~
물결도 잔잔하고 ~
여기 저기 사람들 발길이 많이 닿아서 무너지려는 곳을 잘 손질한 데크도 걷기에 딱 좋으다.
청둥오리 부부가 곱게 채색된 날개를 퍼드득 거리면서 놀고 있다.
딱 예전에 재래식 혼례를 올릴 때 혼례상 위에 놓여 있던 그 청둥오리다.
청둥오리는 한번 짝을 지으면 평생 함께 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청동오리를 혼례상 위에 놓고 혼례를 치른다고 하였다.
기억 속에 닭을 올려 놓고 예식을 치르던 장면을 외갓집 동네에서 본 기억이 있다.
왜 닭을 올렸을까?
수변 공원도 가깝기 때문에 자주 다닐 수 있는 트레킹 코스라서 당분간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요즘 남편 철희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처음 jinsam이 은퇴 했을 때 하던 행동 패턴을 보인다.
이제 회사 나온지 3개월?
ㅋㅋㅋ
그렇게 시간이 간다.
감사하다.
건강하게 은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이 들어 가면서 서로의 주름 져 가는 얼굴을 지켜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부부란 맞지 않는 톱니바퀴를 수정해 가면서 잘 맞춰 돌아가게 하는 과정인 것 같다.
삐그덕 ~ 삐그덕 ~
그래도 잘 맞추어 가는게 최고가 아닐까?
혼자 있다고 상처가 안날까?
스스로의 마음에 스스로가 생채기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수변 공원을 산책하고 ~
내 모습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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