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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느티나무의 노래

느티나무의 노래

by 영숙이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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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의 노래>     

 

 아파트 앞에 수령 300년은 넘었을 법한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다.

 주차장 옆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홀로 버티며 굳건히 서 있는 나무 한그루.

 아이들은 어렸을 적 부터 알든 모르든 의식하던 안하던 그 느티나무를 보고 느티나무와 함께 자란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온지 25년.

 5년 전에 이 아파트에 산지 20년 되었다고 하니까

 

 "어떻게 그렇게 한 곳에서 오래 살 수 있어요?"

 

 이제는 한 곳에서 오래 살면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는다.

 어쩌다 보니 이곳으로 이사를 왔고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벌써 25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었다.

 

 사실은 이사 온 동기는 아주 간단했다.

 임대 아파트였던 22평에서 살다가 분양받아서 눌러 살고 있었는데 큰 아이가 친구들이 오면 숨었다.

 

 "왜 숨어?"

 "그냥."

 "이 아파트에 사는 거 들킬까봐 그러는거야?"

 

 작은 아이는 노골적으로 이야기 했다.

 

 "엄마 우리 이사 가자. 32평으로 이사가자."

 "그래? 그럼 32평으로 이사가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해."

 

 작은 아이는

 

 "32평으로 이사가게 해주세요."

 

 하고 밥먹을 때 마다 기도를 하였다.

 어느 날 교회가서 기도하는데 어떻게 하면 남편을 설득할수 있을까가 생각났다.

 저녁을 먹으면서 설명했다.

 

 "여보, 우리 32평으로 이사가자. 우리가 일년에 모을 수 있는 돈이 이천만원이라고 해. 그런데 32평 아파트 가격이 오천만원 오르면 이천만원 모은거 소용이 없잖아. 또 삼천만원 더 모아야 해. 그럼 돈 모아서 이사 가려면 몇년이 걸려야 하지?"   

 

 알아보라고 했다.

 구역식구한테 전화 했더니 구역식구가 게시판에 매물이 나와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날 게시판에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아파트를 매물로 내 놓은 분한테 얼마에 팔거냐고 물었다.

 

 "8500에 팔려고 합니다."

 "부동산에 물어 보니까 그 아파트 7500이라고 하더라구요. 일단 만나서 조정하기루 해요."   

 

 만나서 8500과 7500의 사이인 7900에 매매 계약을 해서 이사를 했다.   

 그때부터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서 3억까지 올랐는데 정체기를 거치고 있다. 

 옆에 새로 지은 아파트가 12억이 되면서 5억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재개발을 하던지 리모델링을 해야 옆에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와 엇비슷해질 것 같다.

 지은지 35년이 되었고 위치가 좋아서 아파트 주변으로 붐이 일어나고 있는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을 기다리고 있다 .

 

 웬만한 집은 거의 다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해서 살고 있다.

 밖에서 보면 샷시를 교체 안한 집이 몇집 안된다.

 우리 집도 샷시를 교체 안한 집 중에 하나다.

 

 위치도 좋고 일년 내내 햇볕이 들어오는 남향이라는 것도 좋고 더 좋은 것은 바로 앞에 학교라서 전망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멀리 대공원과 산까지 보이는 것이다.

 

 이 아파트 한 가운데에 있는 느티나무.

 

 아파트 앞에 느티나무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적이 없다.

 

 어느날 문득, 낙엽이 다 떨어졌네?

 바람에 느티나무 잎들이 흔들리네?

 

 주방에 서서 작은 주방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

 

 문득 문득

 스쳐가는 나무의 모습.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주자주.
매일매일 느티나무를 지켜 본다.

 

 느티나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아 보기로 했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열심히 담았는데 사진을 한방에 다 날리고(비번을 못 풀어서 초기화 시켰음) 다시 찍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찍으면서

 

 "느티나무의 노래"

 

 를 적어 보기로 하였다.

 

 느티나무는 저 자리를 지키면서 얼마나 많은 변화와 사람들을 본 것일까?

 

 느티나무를 처음 심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우연히 심었는데 저 나무는 저렇게 커다란 나무가 된 것일까?

 

 느티나무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려고 한다.

"느티나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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