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드나들던 골목 이제는 낯설어진 골목 끝 담장.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수국이 아직 미련을 떨면서 다 시들지 못하고 칙칙하게 물들어 가고 있을 때 능소화는 화려하게 피어서 어여쁜 모습 그대로 화려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강렬한 유혹으로 발걸음을 붙잡았지만 기쁨이 가득한 밑바닥 슬픔을 일렁여 떠오르게 한다.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다. 어디엔가 부딪혀도 끄덕없다고 ~ 따까리가 떨어지면서 상처가 드러났다. 능소화는 그렇게 화려하게 웃었다. 화려하게 웃다가 웃다가 화려한 슬픔이 되었다. 능소화 꽃을 한송이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넌 이렇게 예쁜데 왜 슬프니? 꽃앞에 붙잡힌 발걸음을 떼어 놓으며 언젠가는 바람처럼 사라져버릴 우리 모두의 시간을 생각해본다. 양파처럼 기쁨 한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