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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26

by 영숙이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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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니에게 

 

  오늘은 참으로 즐거운 날이에요.

  우리 주변에는 행복이라는 실체가 무한히 널려져 있어요.

  우리 각자가 그 열매를 얼마만큼 따느냐에 따라서 행이냐 불이냐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그것을 지혜롭게 자기 것으로 행복하게 유도할 수 있는 마음에 따라서 행이 결정지 워 지게 되겠죠.

  내가 결론 내린 것에 대해 적어본 것이랍니다.

 

  동하는 잘 크겠죠.

  형부 건강하고요.

  언니도 글 잘 쓰고 재밌는 생각 많이 하고 잘 지내겠고요.

 

  숙이 결혼식 때 동하와 노마를 들러리로 세우겠어요.

  언니는 축시로 날 축하해 주고요.

  민은 기타로, 은혜는 피아노로 백 음악을 넣으면 멋진 공연이 되겠죠.

 

  우리 가족의 있는 기량을 그런 기회를 통해 발표한다면 나에게도 영광과 가장 큰 축복이 되고 가족들에게도 가장 의미 있고 건강한 발표회가 되며 축하객들에게도 한마당 충분하고 흐뭇한 한 자리가 되겠죠.

 

  오늘 채플 시간에 생각했어요.

  음악 예배로 드려서 적절히 백 뮤직을 깔고 딴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는 거니까 언닌 예배 시간에 졸지 말고 잘 들어야 돼요.

  그래야 축복받죠. 히히.

 

  이번에 옷을 맞췄는데요.

  아주 멋있대요.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답니다.

  엄마, 연아, 아빠도 사고 맞추고 했답니다.

  민이도 엄마가 맞춰준대요.

 

  들었는진 몰라도 아버진 지난번 생일 때 해드리기로 하고 겨울에 해준다고 돈만 모아논 계돈으로 했어요.(20만 원)

  우리 집 많이 풍요로와졌지요?

  참 행복하고 감사해요.

  숙이도 열심히 감사하며 살 거예요.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가장 기쁘게요.

  매일매일 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경이롭고 흐뭇하답니다.

  이루어진 일중 기쁜 것만 생각하며 살래요.

  욕심도 적당히  같고요.

 

  우리의 삶을 전폭적으로 주께 맡기고 사소한 갈등이나 염려까지도 주께 맡기고 주님 뜻대로 살면 행복은 보장돼 있죠. 

  우리의 갈길 천천히 보장돼 있는데 과정이 어떠한 것이라도 힘들거나 괴로울 건 아무것도 없지 않아요.

 

  언니.

  지난번에 시도 써 놓았고 편지도 쓰다가 중도에 그만둔 것 많네요.

  나의 주제를 문학에다 적을 두고 한번 개미처럼 살아봐야 되겠어요.

  하나님의 믿음 아래서요.

   

  이제는 스스로를 자꾸 암흑으로 밀어 넣어 불안하게 밀어내기보다는 자꾸 부추기고 희망을 주어야 하겠어요.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이고 훌륭한 존재이니까요.   

  내가 있기에 세상이 존재하는 거죠.

  아주 바람직하고 건강한 생각이죠.

 

  괜히 내 생각만 두서없이 펼쳐놓은 것 같아요.

  매일의 삶의 신선한 충격을 형식에 구애 없이 전하는 것이니 알아서 기쁘게 보아준다면 좋겠어요.

  누구한테 전달된다는 그 자체만으로 난 의미를 갖고 쓰겠습니다.

  주안에서 더욱 평안하고 든든히 서세요.

                                    1987. 11. 22일 근무시간에 숙이가.

 

 

2. 언니 보세요.

 

  글을 쓴다는 것이 습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시간을 내야 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군요.

  써야 된다는 그런 강박관념에 의해 써지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래야 가족 간에 정을 나누는 거고 관심을 가지는 거라는 그 어떤 이상향의 진리 때문에요.

 

  실상 학교에 오면 어쨌든 업무 하느라 정신없고 집에 가면 잠자고 여기저기 쌀쌀 거리고 다니다 보면 섬광처럼 시간이 휘익 지나가고 말죠.

  그러다 보면 내 머리는 텅텅 비는 것 같고 가슴 소거에는 하지 못한 찌꺼기만이 군데군데 처박혀지는 꼴이 된답니다.

  그런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다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ㅡ 가슴속에 남아 있는 한 내지는 미련 내지는 '앙금'들 ㅡ 충성하느라 해방되어 보고자 이렇게 일을 서둘러 촉진시킵니다.

 

  언니.

  참으로 따스하군요.

  그리고 왠지 부둥켜안고 주룩주룩 울고 싶습니다.

  창밖에 빗소리와 스산한 날씨 때문이겠지요.

  남들은 좋은 비라 하지만 숙이는 짜증스럽답니다.

  우울한 마음이 되니까요.

  그러나 감사해요.

 

  어제는 교회에서 많은 일을 했어요.

  헌금 특송도 했지요.

  다음 주 성가대 곡 중 Duet도 맡았지요.

  ㅡ 이러다가 세기의 명 소프라노가 혜성처럼 등장하는 거 아닐는지.

  후후 꿈이라도 좋지요.

 

  여하튼 콧소리가 나고 엄마라든가 기타 등등 사람이 잘한다 소리를 안 해서 상당히 의기소침했는데

  내 음악성이 그 정도 부상한 거에 대해 감사하고요.

  오랫동안 성가대에서 봉사하는 모양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갸륵하여야 드러나게 해 주신 모양입니다.

  ㅡ 할렐루야 ㅡ

 

  정말 감사하고 모든 난관이 끈기와 정성으로 확신으로 극복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열심히 연습하여야 과욕 부리지 않고 있는 그 모습으로 주께 영광 돌릴 겁니다.   

  소리가 나쁘더라도 듣는 사람들에 따라서 은혜 있게 들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요. ㅡ

 

  주일학교 반주자가 안 와서 반주 겸 인도자(율동, 예배)도 했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대전 애육원 후원하는 아이랑 보문산엘 갔어요.

  여러 가지 기구를 탔죠.

  이름은 장병준인데(국민학교 2학년) 그 애가 잘 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나도 아직 그네들에 대해 많은 것을 사리고 있지만 갸들(그 동생과 같이 감) 또한 너무 많이 경계하더군요.

 

 

  人生은 끊임없이 감수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감수. 기다림. 불신. 분란. 질투. 시기...

  등등에 대한 감수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랑으로 승화시켜 그런 마음으로 묵묵히 모든 것을 감수할 때 인생은 행복해지고 흔들림이 없어지게 된다.

 

  진리는 진리대로 돌아간다.

  잘 있었겠죠.

  지금 아침은 꽉 차서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정도로 마음껏 아침인 상쾌한 아침입니다.

  저는 요즘 자아 성숙을 위해 몸부림칩니다.

 

 

  언니

  농협 번호는 405 -** - 1112**

  밀린 곗돈 : ₩ 70.000

  밀린 적금 : ₩ 30.000(4,5,6미리 적금을 적립시켜도 좋아요.(선불로) ㅡ 오빠도 그렇게 했음.

  그러면 매달 통장에서 ₩ 10.000 씩 꺼내어 적금시키면 되니까 여하튼 밀린 돈이 ₩ 100.000(십만 원)이에요.

  편안히 편안히 지내세요.

  주의 축복 아래

 

                                      1987. 6. 7 쫑숙 날필 미안하외다. (^^)

 

 

3. 목련이 망울을 터트리고

 

  개나리가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앞산에 진달래는 그 연약한 몸매로 강인한 꽃샘추위를 가르고 인간들을 향해 봄을 선사하고 있다. 

 

  느긋한 마음과 육신은 지난날의 몽상에 젖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때가 일쑤이다.

  아침마다 태어나서 생기로 무장하고 생활이라는 방편을 갖고 하나둘씩 살아가는 도구를 향해 스으르으륵 미끄러져 들어간다.

  오락실에 보글보글 거품기처럼 오전엔 삶의 열기로 보글보글 거품이 생겼다가 뿅 펑 하나둘씩 터지면서 나의 오후는 젖은 솜처럼 좌악 늘어진다.

  그러나 내일이 있기에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할 수 없는 희망 있는 저녁 안식처는 나로 하여금 늘 안도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엔 살아 있다는 그 자체로 얼마나 뿌듯하고 감사하며 감동스러운가 정말 조 ~오타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부담 느낄 것도 무능해할 필요도 없다.

 

  "1989년 3월 27일 월요일"

  은 언니 생일날.

  정말 축하해.

  편지에 있는 장미꽃을 언니 몽땅 드리겠어.

  책을 하나 사서 부칠 예정이에요.

  형부랑 동하랑 즐거운 시간 가져.

  그렇게 떠들썩할 필욘 없겠지만 그래도 귀빠진 날이니 형편 되는 대로 유쾌하고 생(生)에 가장 짜릿하고 위대한 순간이 되길 바라.

 

  언니네가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걸 보니 내 마음이 무척 기뻐요.

  세월이 가면 애증도 없는 그 자체가 된다더니

  어른이 될수록 우리의 가슴은 넓어지고 관대 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주님의 말씀처럼 모든 걸 순종하고 그대로만 하면 그 시점이 바로 천국이요.

  나의 완성이요.

  축복이더군요.

 

  다음 주에는 부활 주일날.

  계란이라도 삶아 예쁘게 싸서 이웃과 나눈다면 또 학생들과 나눈다면 주님의 부활의 의미는 작지만 거기에서 이루어지겠지요.

  ㅡ 특히 지영이네 가깝다고 했죠.

 

  보문산에서 놀았던 엊그제의 일이 생각납니다.

  언니의 생일이 지극히 순백하기를 앙축하나이다.

  가장 깨끗한 인생의 그림을 그리도록 해요.

  주의 축복과 함께.

                                             89. 3. 23 쫑숙.

 

 

4. 누님께

 

  벌써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쬐이게 되니 항상 세월이 빠름을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엔 더욱 빠름을 느낍니다.

  벌써부터 소식을 올려야 했는데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이제야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보다는 자신의 게으름을 꾸짖어 봅니다.

 

  누님.

  그동안 몸 건강히 집안일, 학교 일 잘해 가는지요?

  또 매형도 잘 지내고 있는지요?

  저희들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희영이도 몸 건강히 집안일, 직장 일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노마도 건강히 잘 크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너무 장난꾸러기랍니다.

  자꾸 바깥에 나가려고 하고 이것저것 끄집어내는데 이젠 정리하는 것은 포기하고 방관만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재롱떠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인생의 작은 보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동하는 아직 걷지 못하고 있지요?

  지금이 외려 더 나을 것입니다.

  클수록 장난은 느니깐요.

 

  거친 파도가 지나가면 잔잔한 물결을 보듯 인생은 크고 작은 파도를 타면서 그것을 헤져 나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거친 파도 만이 강한 어부를 만든다"

 

  라는 글처럼 모진 어려움 속에 핀 행복만이 진실한 빛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누님도 저도 이젠 부모님 곁을 떠나서 부모의 입장에 서보니 부모님의 은혜가 더욱 절실히 느껴집니다.

 

  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하고 항상 생각하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자신이 밉기만 합니다.

  일단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도 효도의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자신을 위로합니다.

 

  오월 제 생일에 케이크를 보내 주셨는데 감사합니다.

  이제까지 누님만 괴롭혔는데 저는 제대로 해주는 것도 없이 받기만 하니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나간 누님의 생일엔 무엇하나 못 해 드려 죄송합니다.

  바쁘면 바쁠수록 서로 생각하며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번 달 말일 아버님 생신 때 누님도 온다는 소식을 어머님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저희들은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대 사정상 약간 일찍 올라갈 예정입니다.

  자세한 것은 어머님께 물어 주시기 바람.

 

  여하튼 매형에게 끈기를 갖고 잘해주셔요.

  진실한 사랑이란 받는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주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라 누군가가 말한 것 같습니다.

  행복한 삶이 되기를 진정 기원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오랜만에 치는 타자라 오타가 많습니다.

  이해 바람.

                                                    1986. 6. 12 동생 올림 

 

 

5. 누님께

 

  부드럽게 따스한 햇빛도 어느덧 점점 강해지고 몸이 늘어지는 더움의 문턱에 섰습니다.

  그동안 누님, 매형, 동하 모두 몸 건강히 잘 지낸다니 무척 반가왔답니다.

  특히 동하의 귀여운 모습을 엿볼 수가 있군요.

 

  이곳 POHANG에도 모두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노마 엄마는 요즈음 밤번으로 조금은 고단하지만 잘 근무하고 있지요.

  저도 이제는 중견 장교로서 근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멀리서나마 걱정해 주신 누님의 덕분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처갓집에 갔었는데 노마가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전에는 고집만 부리고 말도 늦게 배웠는데 무척 어른스러워지고 사리 판단이 분명해진 것 같았습니다.

  장모님이 마음은 좋지만 아이들한테 분명히 할 것은 하고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답니다.

  한 가지 섭섭했던 것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등을 다 알아보면서 엄마. 아빠한테는 잘 오지 않고 외할머니한테만 가려고 하더군요. 

  조금 더 크면 알겠지요.

 

  전에 부쳐주신 새롬이 옷은 잘 받았습니다.

  새롬이 한테 색상, 크기 등 모두 잘 맞았답니다.

  너무 늦게 답례하게 되어 오히려 죄송합니다.

 

  형제계에 대해서 이미 들은 바가 있습니다.

  지난달 어버이 날을 기해 집에 놀러 갔답니다.

  거기에서 들은 얘기인데 정말 좋은 제안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집안 식구가 모두 모이게 되는 경우가 무척이나 적은데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 같군요.

  더 늦기 전에 오랜만에 모이는 시간에 좀 더 뜻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겠지요.

  기타 더 자세한 얘기는 이번 아버님 생신 때 모여서 하기로 하죠. (전에 듣기로는 1년에 4번 ㅡ 설날 1, 어머님 생신 1, 아버님 생신1, 추석 1 ㅡ 누나가 말씀하신 것처럼 거출하는 것으로 했는데 이것 가지고는 조금 부족할 것 같음)

 

  이번 아버님 생신 때는 6월 20일에 올라가려고 합니다.

  전에 어머님한테 전화로 연락했는데 연락을 받았는지요?

  가능하다면 이때 같이 모였으면 합니다.

 

  제가 있는 곳에 전화하려면 포항 7* - 3***으로 해서 서 대위(서 대위가 둘 있으니 이름을 말하도록) 바꾸어 달라고 하면 연락이 됩니다.

 

  편지를 받자마자 곧 답장한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 펜을 들었다가 잘 써지지가 않아 이제야 부치게 됩니다.

  그럼 다시 볼 때까지 식구 모두 잘 지내시기를 멀리서나마 기도드립니다.

                                              1987. 6. 6. 토. 동생 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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