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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

by 영숙이 2021.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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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없이 떠나는 여행 > 

 

 방학이 되면 충동적으로 떠났다.

 그냥 가고 싶은 곳 아무데나 찍어서 갑자기 예약하고 입금하고 바로 출발하는 여행이 좋았다.

 

 이유없이,

 계획없이,

 아무 생각없이,

 떠나는 여행.

 

 코로나 19가 터지고 여행 못가는 걸 받아 들이고

 

 "그러려니"

 

 지친다. 

 

 많은 여행 마니아들이 그럴 것이다.

 지치고 갇힌 느낌.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을 다녀오고,

 이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언제 떠날지 모를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설레면서,

 일상의 반복을 지루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2020년

 서울로의 여행으로 잠깐 잠깐 바람을 쐬기는 하였지만 여행이라고 제대로 다니지 못한지가 벌써 2년을 훌쩍 넘겼다.

 19년은 18년에 다녀온 북유럽 여행의 후광으로 잘 지냈는데 여행을 떠나야 할 20년에는 코로나가 우리 삶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집에서 밖으로 들고 나는 것,

 미디어,

 대중 문화,

 식당과 카페도 코로나가 점령해 버렸다.

 

 이번 설 명절은 목, 금, 토, 일 이렇게 나흘 연속 휴일이다.

 비행기만 타는 여행이 생기기도 하고 영상으로 보는 여행도 있지만 역시 여행은 어딘가로 부담없이 떠났다가 부담없이 돌아오는 여정이 진정한 여행이다.

 

 낯선 곳으로의 설렘.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 났다는 느낌.

 자유롭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기쁨.

 

 주말이면 가까운 근교와 바다로 돌아다니지만 집에서 멀리 떠나서 하룻밤 자고 오면 어떨까.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의 시도. 

 

 아침, 점심 잘 챙겨 먹고,

 여행을 떠날 때처럼 집안을 치우고,

 설겆이도 깨끗이 해놓고,

 칫솔 2개와 치약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아주 멀리 못가고 

 동해안으로

 

 "자 떠나자 동해안으로"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타고,

 포항을 지나,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항.

 곰치국 물곰탕을 먹으러 갔다.

 부드러운 생선과 시원한 국물.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 오늘 저녁 여기서 자고 갈까?"

 "아니. 집에 가자."

 "피곤하잖아. 내일 가면 안돼?"

 "안 피곤해. 옆에서 자도 운전 잘하고 갈께." 

 "많이 비어 있어서 5만원이면 될텐데."

 "5만원 나 줘.".

 

 내일 아침 바다에서 해 뜨는 것 보기는 글렀다.

 

 "대게"

 

 라도 먹어야지.

 

 내일 아침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서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 보다가,

 강구항에 있는 횟집에 가서 곰치를 먹는다. 

 

 이리 저리,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디저트도 달달한 것으로 먹는다.

 

 점심 때 영덕 대게를,

 시장에서 다리 부러진 놈들로 싸게 구입해서,

 시장 앞에 있는 대게 쪄주는 집에 가서 찐다. 

 

 집에 들고 와서,

 아직 따뜻한 대게 다리를 떼어내서,

 가위로 잘 돌려 잘라서,

 알맹이를 쏙 잡아 빼서 먹는다면 ......

 

 제법 그럴듯한 여행 일정이 아닌가.

 

 "대게"

 

 라도 먹어야지.

 

 

 시장에 갔더니 벌써 문을 닫았다.

 시장은 8시까지 밖에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장에서 게를 사서 쪄야 신선하고 짜지 않고 맛이 있다.

 

 아무래도 가게에 있는 게는 구입한지가 언제인지 모르고 수조 안에 오래 들어 있던 것들은 살아 있다 해도 게 속살이 살아남기 위해 줄어들고 또 더 나쁜 것은 게들이 소금물을 머금어서 짜진다.

 

 닫은 시장 한바퀴 돌고 앞에 있는 가게에서 게를 구경하다가 홍게 10마리 38,000원에 사서 5000원에 쪄주는 걸로 했다.

 한번도 홍게를 사보지 않았는데 싼맛에

 

 '한번쯤은 사볼까'

 

 하는 생각으로 구입했다.

 분명 주인한테 물었다.

 

 "게 속에 살이 차 있을까요? 맛이 있을까요?"

 "살아 있어서 맛이 있어요."

 "이쪽 영덕게는 얼마인가요?"
 "요기 작은 놈들은 5만원에 4마리요."

 

 원래 대게를 사서 쪄오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홍게를 사보기로 했다.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는데 한번쯤 먹어봐도 괜찮겠지.'   

 

 홍게를 사서 찌는데 맡겨 놓고 해변가를 시간내로 얼릉 다녀오고 가게 앞에가서 스치로플 상자에 포장 해 주는 것을 차에 받아 싣고   

 집으로 고고싱 ~

 

 12월 31일.

 해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고 성전에서 철야를 했었다.

 

 몇년 전.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바닷가 일출을 보자.

 

 바닷가를 따라서,

 감포에서 해뜨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바닷가에서 보내는 줄 몰랐다. 

 정말 바닷가가 붐볐다.

 

 바닷가 간김에

 동해안을 따라서 올라 가다가

 일박을 하려고 하는데

 그 많은 모텔이나 팬션이 하나도 빈 곳이 없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었다.

 하루 숙박비 기본이 10만원인데 빈 곳이 없었고 좀 괜찮은 곳은 15만원에서 20만원이었는데도 비어 있는 곳이 없었다.

 새해 그런 풍경이 우리나라의 현주소였었다.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따라 강구항으로 오는데 휴게실이나 모텔이나 팬션등 숙소에 불이 꺼진 곳이 많았다.

 코로나 19의 위력이다.

 

 자영업자 70~80%가 문을 닫았고 그 여파는 동해안이라고 다르지 않다.

 고속도로에도 차가 없다.

 다른 해 같으면 길이 막힐 정도로 차가 붐비는데 어쩌다가 헤트라이트가 비칠 정도다.

 동해안의 도로에는 차가 좀 있다.

 

 좋은 팬션이나 호텔도 불이 많이 꺼져 있고

 들어와 있는 자동차도 많지 않아서

 사이트로 찾으면

 저렴하게 얼마든지 좋은 숙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호한 태도에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집에 가서 맛있게 먹을 홍게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커피는 포기하지 못했다.

 아니 포기하지 않았다.

 오다가 건너편에 있는 유명 커피체인점 간판을 보고 차를 돌려서 찾아 갔다.   바닷가 해변 쪽으로 캠핑카가 많이 세워져 있고, 주차장 마다 승용차들이 많다.

 우리나라가 휴일이나 주말을 서양처럼 즐길 정도로 수준이 높은 나라가 되었나부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마구 소비하는 건 아니라도 여유있게 산다는건 좋은 일이 아닐까?

 펑펑 쓰는 건 나쁘더라도 가끔 주어진 여유를 누린다는 것도 괜찮을텐데.

 정신적으로 힘든 것보다는 훨씬 비용이 덜 들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게 다 다르고

 사물을 대하는 방법도 다 다를진데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 건 없다고 생각한다.

 너와

 나의 다름일 뿐이다.

 

 따뜻한 카페 라떼를 홀짝 거리면서 집에 오는 고속도로의 터널 수를 세어 본다

 

 오천터널 7개,

 양북 터널 5개,

 외동 터널 3개,

 범서 터널 4개,

 다운 터널 4개.

 토탈 23개의 터널이다.

 

 우리나라의 도로 닦는 실력이다.

 표면에 있는 땅을 매입하려면 매입비가 더 드니까 아예 산속에 터널을 뚫어서 고속도로를 만들었나 부다.

 덕분에 3시간 거리를 1시간 30분만에 도착.

 

 아직 따뜻한 홍게를 거실에 풀고 사진을 찍었다. 

 오면서 계속 투덜 투덜.

 

 "게 속살이 있겠나."

 "맛 없는거 아니가."

 "게 사러 강구항까지 가는 건 바보나 할짓이다."   

 "정자 항에도 게가 나오거든. 정자에서 사먹으면 된다." .

 

 "먹어봐야 알지. 홍게는 처음 먹어보는 거라 맛이 어떨지 잘 모르겠네."   

 "살아 있는거라 맛있다고 파는 아줌마가 말했어."

 "그럼 강구항 안가고 어떻게 먹어?"   

 "정자에서 사먹어 봤어? 사먹어 보고 말하는게 어때?"

 

 거실에서 사진 찍고 먹은 홍게는 짰다. 

 살이 없었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게는 역시 영덕대게를 먹어야 한다.

 

 식당에서 사서 찌는 건 별로다.

 시장에서 다리 부러진 거 싸게 사서 쪄 달래서 먹는 게 훨씬 맛있다.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 게뚜껑에 밥비벼 달래서 먹는 게 훨씬 맛있다.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게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서 시간이 멈춘다.

 

 언제 또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서 시간이 멈추는 여행을 가려나.

 

 언제 코로나가 잠잠해지려나.

 코로나가 잠잠해질때에도 영숙이가 맛있는거 먹고 잘 수 있으려나.

  비용 대비 가성비 좋은 숙소 찾을 수 있을까나.

 

 홍게가 짜다고 계속 투덜투덜 먹더니 저녁 약을 챙겨 먹으려고 일어선다. 

 

 '그렇구나.

 여행을 가자고 미리 얘기 해야 했는걸.

 약을 챙겨야 했는데......

 칫솔 2개와 치약만 챙겼네.

 ㅋ.'

 

  1박 2일 불발 원인 ~ 소통 부재.

 

 ㅋㅋㅋ

 까치 까치 설날 저녁이 지나간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찾아 봐야겠다.

 이번 주에 시리즈를 포함 5편 째 영화를 본다.

 

 '요즘 영화 왜 이렇게 재미있지? 이건 코로나 19 덕인가?' 

 이번엔 남편 덕분에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을 다녀왔다.

 감사하다.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혼자서는 절대로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까.
 나이 든 여자 혼자 여행 가는 건 위험하다.

 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가족 없는 취급 받느니 혼자 집에서 영화 보는게 훨 좋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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