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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풍경

by 영숙이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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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적인 풍경 >

 

어제 엄마한테 다녀오면서 사우나에 들렸다.
여름이라고 찬물에서 노는게 그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겨울에는 찬물에 들어가는게 정말 힘들다.
처음 들어갈때는 춥다못해 시리기까지하지만 참고 들어가면 있을만 하다.
따뜻한 물에 들어갈 때의 행복감도 기대된다.

여름에는 찬물에서 놀고있으면 시원해서 ~
물만난 고기가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고시절.
친구들이랑 풀장에서 만나서 놀때만큼은 아니어도 즐겁다.

그때 풀장에서 만나서 같이 놀던 여고시절 친구들은 모두들 어디에서 무얼하면서 살고 있을까?

부부교사이며 교장샘 딸이었던 민이.   
엄마는 은행 출신이시고 아빠는 교육청 정책국장 딸이었던 경이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충남여고 동기 중에서 유일하게 피아노를 쳤던 익이는 의사와 결혼했고 졸업후에도 한동안 연락을 주고 받다가 소식이 끊겼다.

신탄진에 살던 순이는 충남대학교 행정실에 근무했는데 결혼할 때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다가 끊어졌다.

동창밴드와 총동창밴드까지 가입했지만 모두들 소식을 알길이 없다.
결혼하고 사느라 바빠서?
이제 모두들 나이가 60대 후반일텐데

같은 하늘아래 어디에선가 다들 잘살고 잘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번 대전에 갔을 때 똘이랑 점심 먹으러 곰탕집에 들어갔는데 여고시절 서옥순이랑 헤어스타일도 생긴 것도 똑같은 분이 서빙하고 있어서 jinnssam도 모르게 물어보았다.

"저 혹시 충남여고 나오셨어요?"
"아니요."

너무 단호하고 차갑게 대답해서 깜놀.
쓸데없이 또 물었구나 싶었다.
저렇게 변하지 않았을리가 읎지.

요즘 하루 1식 중.
물론 중간중간에 뭐를 좀 먹기는 하지만 정식 식사는 아니다.

오늘은 점저로 수박 썰어서 플라스틱 통에 한통 담아 놓은 것과 엊저녁에 삶이서 남았던 감자한개와 옥수수 한개.

먹을 때는 포만감이 대단한데 시간이 지나면 넘 배고프다.
화장실 두어번 갔다오면 끝.

점저시간이 되자 배가 고프다.
바지 줄일 것도 있고
재활용도 해야하고
외출 준비를 한후 다 한꺼번에 처리했다.

매주 재활용을 해도 할게 많다.
쿠팡에서 열무김치와 수박을 주문해서 먹었더니 더 많다.
바지를 들고 옷수선 집에 갔더니 아주머니가 손님인듯 보이는 두분과 흥분한 얼굴로 이야기 중.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휴가간다고 1시간 후에 찾아가라고 한다.

돼지 국밥집에 가서 국밥과 순대 1인분을 시켜놓고 한시간 동안 먹었다.
다리에 모기 2마리가 깨물어서 벅벅 긁었더니 피부가 빨개졌다.

바지를 찾고 다이소를 갈까 아니면 시원한 카페를 갈까 망설이다가 일단 집에 바지를 가져다 놓고 생각해보자 하고 집으로 왔다.

티비로 유튜브를 틀어 놓고 리튬 배터리를 검색해서 연 것 까지는 생각나는데 이후로 기억이 없다.
자면서도
'너무 많이 자는거 아냐?'
걱정하면서 자고 있다.
자면서도 운동해야는데 하고 발끝을 폈다 구부렸다 오른쪽 왼쪽을 하고 있다.

낮잠을 푹자고 일어나서 톡을 확인해보니 '회식갑니다.'

빨래 걷어 놓은거 개고 주방에 있는 접시 두어개 씻고 이번에 이사가는 총각이 살던 원룸 리모델링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 원룸에서 15년을 살았다.
정말 이쁘게 조용히 잘 지내던 총각이다.
20대에 와서 지금 30대 후반이 되었다.

지난달인가?
원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는데 그총각을 위해서 이런 기도가 나왔다.

'범이씨가 이사가게 해주세요.'

왜 그런 기도가 나왔는지 모른다.
마음 한편으로는 아파트를 사서 이사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사도 충분할텐데.

2주 전에 전화가 왔다.

'저 다다음주 토요일날 이사가요.
동구 쪽에 아파트를 샀습니다.
지금 동구 쪽으로 일하러 다니는데 아파트가 비어 있거든요.'

잘 됐다.
정말 잘 됐다.
늘 원룸 사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를 한다.
jinnssam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도 뿐인걸.  

어떻게 살고 있는지 대충 파악이 되니까 착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축복의 통로로 행하기를 ~ .

리모델링 준비를 마쳐가는데 회식갔던 철희가 들어선다.

'뭐 먹었어요?'

인사를 마치고

'다이소에 좀 다녀올께요.
머리 묶는 끈이 없네요.'
'바닥에 엄청 많던데'
'하나도 없네요.'

몇달 전에 다이소에서 머리 묶는 고무줄 한통을 사다 놓았는데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한개도 보이지 않는다.
사야지 사야지 ~
이제 사러 나갈려고 한다.
낮잠을 자서 소화가 도 안되고 좀 걷고 싶기도 하다.

천천히 바람을 맞으면서 인도를 걸어서 다이소를 찾아가는데 버스 정류장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버스 정류장 안에는 긴 검정색 골덴바지에 두껍고 긴 소매의 검정 윗옷을 입은 청년이 옆에 책가방을 하나 놓고 선풍기 아래에서 휴지로 땀을 닦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땀에 흠씬 젖어있고 땀을 닦는 휴지는 땀에 젖어서 뚤뚤 뭉쳐진 것처럼 보였다.

'왜 저렇게 봄. 가을 옷을 입고 있을까?
여름 옷이 없나?
신발도 공장에서 신는 안전화네.
5000원짜리 바지하고 티만 있으면 될텐데.'

안스럽게 여위어 보이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는 사연이 있어 보였다.
버스 정류장 선풍기를 틀어놓고 그 아래에서 휴지로 이마를 닦고 있는데 jinnssam이 유심히 바라보니까 이마를 닦던 휴지를 내려서 손안에 잡고 창백하게 보이는 얼굴로 정면을 바라본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옆에 가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풍겨오는 다크한 기운에 밀려서 가까이 가지 못했다.
변명일까?
안전화를 보니까 저렇게 입어야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일까?
혹시 동남아 사람이라면 우리에게는 더운여름이 추울수도 있지.

마음이 무겁다.
  
얼마전에 성이와 지민이에게 연락을 했었다.
다들 잘지내고 있었다.
연이한테도 연락을 할 때가 됐는데 뭐하고 있지?
내일은 더우니까 냉면이나 한그릇하자고 할까?

횡단보도 앞에 서니까 탄광맥주 앞 야외테이블이 건너다 보인다.
많은 남자들이 맥주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처음에는 젊은 남녀들이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 정도로 보기에도 좋아 보였었다.
마치 jnnssam이 좋아하는 동부 유럽의 거리 풍경 같았었다.

그러더니 점점더 나이먹은 아저씨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나이먹은 아저씨들은 맥주로 성이 안차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는지 테이블과 분위기가 보기 싫게 변한게 보인다.

인도까지 흩어진 테이블과 의자.
테이블에 먹다 남은 맥주와 소주들.
한테이블에는 끈티로 가슴만 가린 어린 여자 한명에 나이먹은 아저씨들 10명이 바라보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테이블에 놓인 이쁜 조명과 마주 바라보며 웃고 있던 젊은 남녀들은 다른 곳으로 갔나부다.

시원한 다이소에 들어가서 잔뜩 묶여져서 1000원하는 머리끈을 횡재한듯 집어든다.
아쉬워서 좀 예쁜 머리끈 9개짜리 1000원.
페인트 붓 2000원.
싱크 구멍을 막아서 냄새를 차단하는 뚜껑하나 2000원.
방범용 cctv 모형 한개 3000원.
칫솔질하는 3분 모래시계 1000원.
거금 만원 소비.

집으로 돌아오는데 횡단보도 앞에 몸무게가 보기에도 상당히 많이 나가는 청소년이 형인가랑 둘이 서있다.

'오늘 땀을 너무 많이 흘렸네.'
'땀이 잘 흡수되는 티셔스 아냐?'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가 파리바켓에 들어가는 뒤를 따라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먹을 식빵을 챙기고 주인한테 통신사 맴버쉽과 해피포인트를 체크하고 결재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런 저런 빵을 고르고 있었다.

파리바켓에 빵이 많이 남아 있었다.
우리 아파트 앞에 있을 때에는 이때 쯤이면 가게에 빵이 한개도 남아 있지 않았었다.

'하루에 빵을 2번 받나?'
'이렇게 많이 남아 있을리가 없는데?'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잘생기고 튼튼하게 생긴 청소년들에게 물었다.

'그빵 다 먹을거야?'
'아니, 집에 사갈 겁니다.'
'응. 그렇구나. 나도 빵 사간다.'

트레이 위에 빵이 수북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모자란지 어떤 빵을 더 살까 찾아 보고 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릴 정도로 운동을 하고 나서 너무 많을 정도로 빵을 먹는다면?
하기는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서 일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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