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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청국장

by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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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국장>  

 친정 엄마가 가을이면 청국장을 잘 띄워서 청국장 찌개를 만들어 주었었다.

 정말 맛있었다.

 엄마는 음식 솜씨가 아주 좋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칼국수나 청국장 찌개는 어렸을 적에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30대가 되면서 가을이 되면 청국장을 담갔다.

 토요일이면 국산 콩 한되를 사서 잘 씻고 불려서 커다란 스테인레스 솥에 삶았다.

 잘 삶은 콩을 아직 따뜻할 때 대나무 소쿠리에 붓고 뚜껑을 덮은 다음 맨 처음에는 면 타올로 잘 감아준다.

 면타올이 공기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면타올로 잘 감은 대소쿠리를 아파트이니까 따로 따뜻한데가 없어서 사람이 잘 안다니는 적당한 곳에 두터운 담요를 깔고 덮고 해서 사흘동안 놔둔다.

 사흘이 지나서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면 콤콤한 청국장 냄새가 기분좋게 맡아진다.

 청국장이 담긴 대소쿠리를 꺼내서 소금과 마늘 찧은 것과 가끔 고추가루도 조금 넣어 가면서 작은 절구통에 빻아 유리병에 담는다.

 빻을 때에는 콩 알갱이가 많이 남아 있도록 많이 빻지 않는다.

 유리병에 담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끓일 때마다 좀 넉넉히 청국장을 넣어서 끓인다.

 청국장을 끓일 때 그냥 된장을 좀 넣어도 좋고 그냥 청국장만 넣어서 끓여도 좋다.

 김치, 돼지고기, 두부, 야채 등등 집에 있는 적당한 재료들을 넣어서 끓이는데 청국장을 넉넉히 넣어서 끓이면 콩알을 건져 먹는 재미가 좋다.

 

 한번은 홈쇼핑에서 청국장을 정말 구수하게 광고를 했다.

 청국장을 주문했더니 아예 발효 시키지도 않은 그냥 삶은 콩을 보내왔다.

 전국에서 한꺼번에 주문이 대량으로 밀리니까 발효시키지도 않은 그냥 삶은 콩을 보내 온 것.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발효한 콩을 보내왔으면 좋으련만 ~ 이후로 홈쇼핑에서 청국장은 사라졌다.

 

 마트에서 청국장을 판다.

 이즈음에는 일년내내 파는 것 같다.

 고추가루가 많이 들어간 청국장이거나 아주 쿰쿰한 냄새가 나는 청국장이거나 그런데 아주 맛있게 발효가 된 청국장은 만나기가 어렵다.

 코스트코에서 일본 청국장인 나또를 샀는데 나또는 그냥 간장으로 비벼서 참기를을 살짝 넣어서 먹는다.

 나또로는 청국장 찌개처럼은 끓여보지 않았다.

 

 재작년 가을에 청국장을 띄웠다.

 논에서 가져온 햇 볏짚을 넣지 않고 냉장고에 있던 언제인가 특산품으로 사놓았던 된장을 삶은 콩위에 얹어서 발효시켰다.

 햇청국장 냄새가 아니라 쿰쿰한 오래된 된장 냄새가 나서 맛있게 끓여 먹지를 못했다. .

 

 실망해서 작년에는 청국장을 만들지 않았다.

 가끔 마트에서 사다가 청국장을 끓여 먹었다.

 한번 끓일 때마다 냄새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다음 날에는 꼭 아랫집에서 청국장을 끓여 먹는 냄새가 우리집까지 난다.

 

 올해는 제대로 만들어 볼 예정이다.

 햇콩을 한되만 사서 만들어봐야겠다.

 올해 짚도 들고와서 잘 씻어 지푸라기 줄기만 삶은 콩 위에 얹어서 잘 띄워봐야겠다.

 

 잘띄운 청국장만 있으면 반찬 걱정없이 겨울내내 청국장 찌개만 먹어도 질리지 않고 행복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음식으로 행복감을 느끼면 어쩐지 저차원적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 소울 푸드 ~ 라는 것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먹고 싶은 음식.

 맛있는 음식.

 추억이 담긴 음식을 먹는 행복감은 무엇하고도 비교할 수가 없다.

 

 이제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올 것이고 쌀쌀한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면 청국장을 듬뿍 넣어 비벼먹으면서 행복한 가을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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