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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우산

by 영숙이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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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 >   

 재활용하려고 집앞을 나서는데 계단 손잡이에 어린이 우산이 하나 걸려있다.

 "아 ~ 그렇지. 저 우산 가져다 놓아야하는데  ~ "

 

 몇일 전 거의 마감 시간 전에 사우나를 갔었다. 일찍 일찍 다니면 되지만 이 핑게 저 핑게 대다가 안가면 안될 정도로 신체 상태 그중에서도 머리 상태가 견딜 수 없을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사우나를 가는데 거의 마감 시간 전에 간다.

 남편의 피부와 머리카락은 지루성이라서 매번 감아야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한다. 반면 jinnssam의 피부와 머리카락 타입은 건성이라서 오히려 너무 자주 씻으면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주름이 생기는 스타일이라서 머리카락도 이틀에 한번씩 감아주고 사우나도 이틀에 한번씩 가고 있다.

 머리카락 빠질까봐서 샴푸를 머리카락 풍성해지는 것으로 샀더니 이틀이 지나면 반드시 머리를 감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더 깨끗히 하고 다녀야 하고 더 자주 씻어야는데 집에 있다보면 저녁에는 내일 아침에 가지 뭐. 아침에는 이따 저녁 때 가지 뭐. 그러다가 안가면 안되는 시간에 움직인다.

 게으른 천성이 나이 먹었다고 부지런한 천성으로 바뀌지는 않을 터, 다음 날 일찍 대전 친정 엄마 만나러 가려면 씻지 않고는 갈 수 없어서 10시 반이 마감 시간인데 9시 반 다되어 사우나를 갔다. 부지런히 씻고 열탕과 냉탕도 부지런히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까 10시 30분이라서 청소하러 들어온 젊은 엄마랑

 "벌써 청소하러 들어오셨네요. 다 했어요. 나갈께요. 수고하셔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옷을 입고 있던 한분이 말씀하신다.

 "밖에 비가 많이 오네요."

 jinnssam과 같이 나오면서 옷을 입고 있는 곱게 생기신 분하고 사우나 문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1층에 내려오니까 와 ~  우 비가 많이 온다.

 "늦으셨네요? 매일 제가 제일 늦게 나오는데 오늘은 우리 둘이 늦었네요."

 "그나 저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집에 가기 힘들겠는데요? 어쩌죠?"

 "음. 요즘은 여기 저기 우산을 많이 버리고 다니니까 분명히 2층이나 3층 학원 앞에 가면 버려진 우산이 있을 거예요. 학원은 벌써 다 끝났잖아요."

 그렇게 3층에 올라가니까 역쉬나 학원 앞에 어린이 우산이 우산 꽂이에 버려져 있었다.

 각기 하나씩 들고 우산을 쓰고 집에 온 것이다.

 오늘 마트에 가서 과일을 사는데 토마토 2.5키로에 19000원이다. 30대 40대 때에는 식비를 절약하느라 쉬는 날 새벽에 농수산에 가서 과일이나 생선을 샀었다. 그때 못난이 토마토 10키로 한상자에 15000원에 사다 놓고 아침마다 갈아주었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토마토 갈아주는 걸 싫어들 한다. 지금은 동네 마트에서 필요할 때마다 사다 먹는데 과일 값이 정말 비싸다. 참외 1.5키로에 17500원. 바나나 반손에 4300원. 과일만 40800원이다. 식구가 많은 집은 이틀이면 없어질 양이다.

 
우산은?

 
jinnssam은 5형제라서 비가 오는 날이면 아침에 학교 가느라 모두 우산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현관 앞에서 복작거리며 우산을 챙기던 생각이 난다. 그때 우산은 지금처럼 저렴하지 않아서 소중하게 들고 갔다가 소중하게 들고 왔었다. 혹시나 우산에 문제가 생기면 엄마가 수리해주고는 했었다. 우산 수리해주는 직업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우산은 일회용으로 변했다. 부서지면 수리하지 않고  바로 버리게 되었고 비 올 때 쓰고 비가 안오면 아무데서나 잊고 가도 뭐라고 하지 않는 소모품이 된 것이다.

 

 앞집 새댁이? 이젠 새댁이는 아닌 것 같다. 아이가 5살 때 이사와서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으니 젊은 학부형인가? 재활용하는데서 만났다. 재활용을 하고 같이 오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우리 앞집에 사는데도 만난지 한달 쯤 되지 않았어요?"
 "그런 것 같네요. 지난달에 보고 지금 보는 것 같네요. 집앞에 있는 택배들만 본 것 같아요."

 "집앞에 있는 우산은 우리 거 아니지요? "
 "아 ~ 예 사우나 갔다가 비가 와서 학원 앞에 버려져 있는거 들고 왔는데 가져다 줘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리네요."

 "저 마트 가려고 하는데 이웃사촌 덕 좀 볼까요? 이 재활용 가방 좀 우리 집 앞에 놓아 주실래요? 원래 우편함에 넣고 가는데 그러면 자꾸 잊어버려서요."
 "아네. 그럴께요. ~"

 "이웃 사촌 덕을 보네요."   

 "그래서 좋아요."

 마트에 가서 과일과 재활용 봉투 50리터 짜리를 사들고 오니 집 앞에 재활용 가방이 얌전히 한 옆에 놓여져 있다. 재활용 봉투 50리터 짜리를 들고 들어가니 남편이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건 지소에 취직했을 때 월급을 타서 엄마에게 가져다 드렸더니 엄마가 면솜을 jinnssam결혼할 때 쓴다고 30만원어치나 샀다고 했다. 그때 보건 지소 월급이 한달에 8만원이었을 때 30만원어치나 샀다는 것은 완전 거금이었다. 넉달치 월급으로 산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엄마는 jinnssam 결혼 준비로 그릇도 사고 다리미도 사고 그러셨던 것 같다. 22살때부터 결혼 준비를 하신 것이다. 사실 jinnssam은 비혼주의였다. 누구가랑 결혼하기보다는 소설을 쓰고 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울산으로 내려와서 객지에서 홀로 살면서 점점 나이를 먹었다. 엄마는 jinnssam이 결혼하도록 여러가지로 설득을 하였다. 

 "왜 결혼을 안해? 모자라는 여자도 두번씩이나 결혼하는데 니가 왜 결혼을 안해? 결혼을 해야지."

 그러면서 여기 저기 선 자리를 주선했다.

 "언니? 노처녀가 뭐야?"
 "결혼 안하고 나이가 든 처녀를 말하지."
 "그럼 언니는 노처녀야?"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 그러면서 생각을 해봤다. 정말 결혼을 안할 거라면 모르되 결국 결혼을 할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게 좋지 않을까?

 여기 저기 선을 보았고 소개도 받고 참 많이도 만났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이쪽에서 마음에 들면 저쪽에서 싫다고 하였고 저쪽에서 마음에 들어하면 이쪽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혼을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환상 중에 어떤 아담한 남자가 샤워하는데 jinnssam이 그 남자 뒤에서 비누칠을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기도가 끝나고 대학 동기가 소개해 준 남자가 지금 남편이다. 하루는 친정에서 남편이 샤워를 하는데 등에 비누칠을 해주다가 환상 중에 본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그 목화솜을 대전역 앞에 있는 혼수 이불 만들어 주는 곳에 가지고 가서 거금 300만원을 들여서 혼수 이불을 만들어 주셨다. 그때 시댁에서 얻어준 두칸짜리 주택에 붙어 있는 전세집을 400만원에  얻어 주셨으니 300만원은 정말 큰 돈이었다. 아마도 첫딸이라서 그렇게 신경을 쓰셨나부다.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친정부모님은 버스에 싣고 온 이불들을 잊어 버릴까봐 엄청 신경을 쓰셨고 시아버님은 폐백실에서 양가 부모님 인사를 해야 하는데 친정 부모님이 빨리 안오고 이불에만 신경 쓴다고 뭐라고 하셨다. 하기는 결혼식 때 친정 쪽 버스가 늦게 와서 시댁 쪽에 jinnssam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동료교사가 가져온 축하금을 접수했는데 친정 쪽에 접수한다고 다시 달라고 하니까 벌써 누군가가 달라고해서 가져갔다고 했다. 결국은 학교에서 가져온 축하금은 중간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그때 60만원인가? 꽤 큰돈이었다. 그런 상황이라 거금을 들인 이불도 잊어버릴까봐 신경이 쓰이셨던 것이다.

 대구에서 울산으로는 어떻게 가져왔더라? 그건 생각이 안난다. 혼수 이불을 깔고 덮고 쓰는데 좋기는 했다. 친척들 대접한다고 어머니가 오셨다가 그릇이 별루라고 싫은 소리를 하니까 중매를 하신 시외숙모님이 "그릇이 이쁘고 좋으네." 소리를 몇번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불과 함께 온 혼수 방석이 있었다. 혼수용 방석이나 그릇들은 이불만큼 많이 잘 쓰지는 않고 농속에 보관하고 그릇들은 싱크 속에  보관했었다. 그러다가 방석은 필요해서 꺼내 쓰기 시작했고 그릇은 꺼내 쓰다가 유행이 지나서 jinssam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꾸었다. 방석은 푹신해서 잘 쓰고 있다가 방석커버가 낡아져서 천연 감물을 들인 천으로 방석커버를 만들어서 속통만 그대로 집어 넣어서 계속 썼다.

  혼수 이불은 세월이 가면서 낡은 이불이 되어서 한번은 솜타는 집으로 가져가서 솜을 타달라고 하니까

 "이 솜은 정말 귀한 국산 솜이네요. 요즘은 전부 중국 솜인데 아직도 국산 솜이 있네요." 

 솜타는 이가 요즘은 구할 수 없는 귀한 국산 목화솜이라는 걸 알아 주었다. 요즘은 중국산 목화솜이거나 미국산 목화솜 밖에 없다고 했다. 하기사 목화 농사를 짓는 곳이 있을까? 목화솜 타는 곳도 잘 없는데.....

 목화 솜을 잘 말려서 솜타는 곳에서 탄 다음에 거기에서 이불을 꾸며 주어서 그걸로 요와 얇은 이불을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목화 솜은 잘 말리기만 하면 거기에 커버만 새것으로 바꾸어주면 언제나 새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세월이 흐르면 납닥해지면 솜타는 곳에 가져가서 타줘야 한다.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솜타는 집이 거기에 있을까? 궁금하다. 아직 혼수 이불 한채를  농속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가보았던 이케아에 얇고 가볍고 기분좋은 이불과 이불커버가 정말 다양하게 있었다. jinnssam도 저런 것으로 바꾸어야 하나? 하고 잠시 생각했었다. 년초에 화학 솜이 든 것으로 커버는 부드럽고 보기에 좋은 것으로 바꾸었는데 당분간은 필요 없을 것이다.

 쇼파없이 혼수 때 해온 혼수 방석을 커버를 바꿔 씌워서 거실 등받이로 썼는데 천연 감물을 들인 천이라서 물감이 세탁하면서 자꾸 색이 바랬다.

 이번에 쇼파를 장만하면서 그 방석을 버리라고 남편이 말했다. "알아서 처리할께 "하고 안쓰는 작은 방에 두었는데 오늘 커버를 벗기고 안에 있는 속통을 보니까 그동안 천연 목화솜인줄 알았던 속통이 전부 화학 솜이었다. 그러면 그동안 목화 솜으로 알고 썼었던 방석이 사실은 화학 솜을 넣었었던 방석이었을까? 하기는 한번도 방석의 속통을 들여다 본 적이 없다.  놀라서 다시 확인하고 이불의 솜도 확인해보았다. 이불의 솜과 방석의 솜이 확실히 다르다. 그런거였어? 이제껏 잘못 알고 썼었어? 이런 일도 있구나. 

 미련없이 속통을 다 확인한 방석들의 커버는 벗겨서 옷재활용 통에 넣었고 50리터 짜리 쓰레기 봉투를 2개 사온 것이다.

 남편이 신이 나서 쓰레기 봉투에 방석 속통을 넣어서 재빨리 쓰레기 통에 버리고 온다.

 jinnssam이 옛날 물건 못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이 가끔 가끔 옛날 물건을 붙잡고 있으면 잔소리를 한다. 남편은 새물건을 좋아한다. 옷도 새옷을 좋아해서 골고루 입는 것보다는 새옷만 줄곳 입는 스타일이다. jinnssam도 옷은 많이 정리했는데 아직도 정리할 옷이 옷장에 많이 있다.

 그래도 못버리는 옷이 있다. 가령 한복은 못버린다. 별로 입지도 않고 구닥다리가 되었지만 그냥 젏은 날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언제인가는 버리겠지만.

  

 그런 것은 우리 추억을 간직해주는 하나의 우산이다. 보통때에는 잊고 지내다가 문득 옷을 보면서 젊은 날을 기억하거나  옷장 속을 정리하다가 "그래. 이런 날도 있었지."하면서 비오는 날 비를 가려주는 우산처럼 매일 매일 바쁘게 사는 지금의 이 시간들 사이에서 잠시 시간이 머물도록 해주는 우산이 되는 것이다. 매일 매일 해야 할 일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 반짝하고 빛나는 추억의 우산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 아직은 여기 이곳에 내가 존재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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