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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선의 넓이 만큼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5. 2. 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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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차선의 넓이 만큼 >

주일.
보통 만나 교회의 10시 예배를 드리러 간다.
지난 주에 10시 예배를 드리러 갔는데 15분 전에 도착하는 바람에 앞에 자리가 정말 한개도 없었다.
단 한자리도.
설마 혼자 다니는데 한자리도 없을까봐.
설마 있겠지.
10분 전에 보통 성악가나 아니면 악기를 다루시는 분들이 음악을 하시는데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앞자리로 나섰다.
ㅋㅋㅋ
정말 한자리도 없었고 왔다 갔다 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떤 젋은 분이 벌떡 일어서더니

"여기 앉으세요."

한다.
날 알아본 제자 였을까?
혼자 생각.
요즘은 설령 제자라도, 중학교 때랑 똑같이 생겨서 얼굴을 알아 볼수 있는 제자라도 절대로 아는 척 하지 않는다. 그게 세태(세상 돌아가는 이치)이다.

"아뇨. 괜찮습니다."

재빨리 사양하고 뒤쪽으로 가니 정 중앙에 한 자리가 비었는데 들어가라고 안내 집사님이 권하신다.

"아뇨. 이층으로 갈께요."

아직 예배 시작 전이라 이층은 자리가 많이 있었다.
보통 예배 시간에는 잠가 놓는 옆통로 통행 문을 열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자리가 많이 있었다.
앞에서 두번째 한쪽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제 누군가가 나와서 성악을 한다.
이층에도 물밀듯이 사람들이 들어와 앉아서 자리가 다 채워졌다.

이후로 10시 예배 대신 12시 예배를 드리고 있다.

11시가 되자 마자 집에서 출발하여 버스를 타러 갔다. 집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은 전 노선이 다니니까 버스가 금방 도착한다.
버스를 타는데 기사가 나를 아래 위로 훝어 본다.
기사의 버릇인듯.
어쩌면 카드를 빨리 안대니까 할머니라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주머니 폰 뒷편에 카드가 끼워져 있지 않다. 엊저녁에 쓰고 그대로 주머니 안에 넣어 놓고 있겠지.
부스럭 부스럭 주머니를 뒤지니 늘상 쓰는 카드가 잡힌다.
카드 안쓰고 폰에 앱으로 써도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폰 켜고 비번 넣고 하는게 불편해서 그냥 카드 한장을 폰 뒤에 꽂고 다니면서 결재하는게 편하다.
카드가 없어지면 그때는 어쩔 수없이 폰 결재를 사용하겠지.

꺼내서 확인하고 버스비를 결재 했다.

버스가 정류장 멘트를 방송하고 천천히 다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버스 안이 승객들로 가득 차 있다.
버스 정류장을 떠난 버스가 천천히 횡단 보도 앞에 섰다.
10차선 횡단 보도는 이제 카운터를 센다. 10차선이라서 30부터 거꾸로 내려온다.
24.23.22.21.....그런데 횡당 보도 중간 가까이에서 어떤 어르신이 넘어 지셨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지셔서 곧 일어 나시겠지 하면서 바라보았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바라 보고 있었다. 버스 안 뿐만 아니라 신호를 기다리는 양쪽 10차선 가득히 서 있는 자동차 속에 사람들도 다 보고 있을 것이다.
교차로니까 네 방향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들이 가득 하였고 그 속에 사람들이 다 보고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빨리 일어서지 못하였다. 엉거주춤 힘겹게 다리를 끌면서 일어서는가 했더니 다시 넘어 진다. 최소한 중앙에 있는 노란 선이라도 도착해야 차들이 밀리지 않고 지나갈텐데 중앙에 있는 노란 선에 가려고 애를 쓰는데 한쪽 다리를 끌어 당기면서 가려고 하는데도 가지를 못한다.

우리나라 정서상 저런 상황이면 횡단보도 양쪽에 서 있던 누군가가 도와 주러 달려 갈텐데 10차선에 주일 오전이라 평일보다 사람이 없었다. 함께 출발 하던 사람들은 벌써 건너가서 다들 바쁘게 불일 보라갔고 아직 사람들이 모여서 기다리는 시간이 되지 않아서 양쪽 횡단보도 앞에도 사람이 없었다.

안타깝다.
7주변이 모두들 숨을 죽이고 지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진공 상태.

버스는 우회전 이라서 신호가 바뀌기 전에 횡단 보도 선을 지나 가는데 할아버지가 넘어진채로 다리를 끌고 중앙에 있는 노오란 선에 가까이 가는 것을 보았다.
버스 운전 기사가 말한다.

"안타깝네. 알츠 하이머인 것 같네요. "

버스가 야탑 역에 서고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내리고 나를 포함해서 2사람이 남았다.  버스가 가는 것을 지켜 보면서 잠시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
드라마처럼

"버스 문좀 열어 주세요."

내려서 뛰어가 부축해준다. 부축해서 건너간 다음

"안녕히 가셔요."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그렇게 부축해 드리고 예배를 드리는 게 더 나은게 아닌가?
갑작 스러운 속물 근성이 상상 된다.
드라마에서 보면 저런 분을 부축해 드렸는데 알고보니 부자였더라. 아니면 어디에선가 다시 만났는데 알고보니 대단한 사람이었더라.  
상상 한던 일을 그만두고 굳이 변명을 한다.

"자동차가 저렇게 많이 있는데 차에서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많은데 아니면 건널 목 양쪽에도 사람이 있는데 굳이 버스에서?????"

속으로 변명을 이것 저것 해 보았지만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10차선의 넓이만큼 넓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점점 더 혼자만 살고 있는 섬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10차선을 건넌다는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건너던 길이 무서워지는 것이다. 사실 얼마 전에 양손에 마켓에서 산 것을 잔뜩 들고 카운터가 30에서 18.17.16 ....으로 내려 가는데 건너갈 결심을 했고 전력질주를 했는데 중간에서 신발에 걸려 넘어 질뻔하다가 다행히 넘어 지지 않고 시간 내에 횡단 보도를 건넌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횡단 보도에서 넘어 졌다면 시장 본 것을 길바닥에 흩뿌리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을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한 모습이 상상 되어서 진저리를 친 적이 있었다.

오늘 어르신이 길 가운데 못 일어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힘들었다.

10차선의 넓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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