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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따라 슬도따라 >
슬도에는 바람이 많다.
바람이 많은 탓에 파도도 높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도 슬도.
바람이 바위 사이를 지나가면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슬도라고 한다.
아직 어린 나이였던 23살.
대전 엄마 품을 떠나 혼자서 생활하는 객지 생활은 만만치가 않았다.
그때 야간 여상에는 jinsam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도 많았다.
야간 수업도 일주일에 몇시간씩 해야 했기 때문에 언니들한테 애기처럼 보여도 수업을 해야 했다.
3월은 이래 저래 피곤한 달이다.
새로운 아이들과도 조우해야 했고 새로운 업무에도 적응해야 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하소할 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친 일상을 피해 버스를 타고 종점을 갔다.
방어진 종점을 가서 내린 다음 무작정 바닷가를 걸었다.
바위 사이에 앉아 있으면 아직 차가운 도시의 바람 대신에 바닷가에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이 볼을 쓰담듬어 주었다.
아무 생각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힐링이 되었다.
참 외로운 날들이었다.
그렇다고 슬프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혼자라는 것은 쉬운 생활이 아니었다.
그렇게 자주 찾았던 슬도였다.
결혼해서 남편 철희가 바쁜 날에는 아직 갓난아이와 함께 슬도를 찾았을 때 철희가 이렇게 말했다.
"너는 돌아다니려고 나하고 결혼했지?"
결혼 이후 남편 철희하고도 슬도를 찾았었다. 버스를 타고 늦은 밤에 도착해서 어두컴컴한 바위에 앉아서 철희한테 장난을 쳤더니 화를 내던 철희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장난을 치면 동갑이었던 철희는 자신이 무시 당한다고 생각 드는가 보았다.
슬도에 사람이 없었다.
간간 스쳐가는 몇사람이 전부.
작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서 슬도의 바람이 차지한 널다란 풀밭 옆 바닷가로 난 길을 따라서 걸었다.
봄이 시작되면 저 풀밭에 각종 꽃들과 식물들이 자랄 것이다.
간간이 바람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길을 따라 슬도의 바람 속을 천천히 걸었다.
바람을 막으려고 후드 티의 모자를 잔뜩 쓰고 모자로 잘 추스리고 걸었다.
바람따라
길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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