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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방어진 항에서

by 영숙이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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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진 항에서>   

 2020년은 어디론가 날아갔다.   

 2019년은 기억이 나는데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 조금만 지나면 괜찮을거야!'

 

 그러다가 연말 연시가 되어 2021년이 되어 버렸다.

 

 정부에서는 갑작스럽게 1000명대로 늘어난 코로나 환자들 때문에 연말 연시에 2.5단계를 발표했다.

 

 2.5단계 ~

 

 "5명이상 모이지 마세요. 고향에는 영상통화로 안부 전하세요. 유명관광지와 해돋이 방문 폐쇄합니다. 카페는 테이크 아웃만 됩니다."

 

 실제로 기차표를 사는 것이 하늘에 별처럼 힘든 황금 연후에 기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오는 사람은 한칸에 2~3사람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 뉴스를 TV로 보았다.   

 모든 카페는 홀에 있는 의자를 접어 놓았고 커피는 사서 밖이나 차안에서 먹어야 한다.     

 

 3주전 주말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걸로 유명한 간절 곶 근처의 커피숖에 갔더니 화장실에 이렇게 써 있었다. 

 

- 예약 받습니다. 1월 1일 바다가 보이는 창가자리 25만원. 안쪽 자리 20만원. -

 

 매년 송구영신 예배 때마다 교회에서 혼자 철야를 했었기 때문에 그동안 세상사가 이렇게 변했는지 몰랐다. 

 ' 해맞이를 위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구나.'

 

 송구영신 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리고 헌금도 온라인으로 드리고 2020년 코로나 연말이 지나고 2021년 연시를 보내고 있었다.

 1월 2일에 코로나 때문에 아무데도 못가고 집에 있다가 점심을 먹고 느지막이 방어진 항으로 향하였다.

 

 티스토리 작가가 방어진 항 특산물인 참가자미를 사서 요리해 놓은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에 참가자미 사러 간 것이다.  

 

 방어진 항에는 작가의 말대로 참가자미와 가오리를 엄청 말리고 있었고 사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연말 연시라 그런지 배들도 항구 가득 들어와 있었다.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면서 가자미 조금 큰거 2만원어치와 조금 작은 거 만원어치 그리고 가오리 중자 2마리 만원어치를 샀다.   

 

 수산시장 앞에서 파래햇김을 팔아서 만원주고 절반만 샀다.

 해가 뉘엿뉘엿

 

 방어진 항에 석양이 예쁘게 물들기 시작했다.

 항구 가득 여러 종류의 배들이 다 들어와 있었고 배들 주변에는 갈매기가 먹을 걸 찾느라 끼룩끼룩.

 

 배를 따라서, 석양을 따라서, 바닷가를 따라 가면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티스토리가 아니면 무심코 풍경을 감상하면서

 

 '배가 많구나. 동남아 인들이 많네. 갈매기도 많고, 석양도 참 이쁘네.'

 

 이러면서 눈으로 쓸어 담아 가슴에 차곡 차곡 ~ 아파트로 돌아가면 이불 속에서 한번 쯤은 바닷가와 항구를 기억하고 잊어갈 것이다.

 

 그런데 티스토리에 쓴다고 생각하니까 작은거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쫓아 다니게 된다.

 배도, 사람도, 갈매기도, 파도 소리도 쫓아간다.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동영상을 찍고 나이 많은 노인 분이 걷는 산책길도 계속 따라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결국 못참고 접근해서 여쭈어 보았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응? 나? 92살."

 

 그러시고는 석양 빛 속으로 부지런히 구부정한 어깨를 한채 걸어 가신다. 연세에 비해서 잘 걷고 귀도 밝고 눈도 밝으시다.

 배도 끼리끼리 종류 별로 모여 있다.

 멀리 가는 배, 오징어 배, 큰배, 작은 배, 중간 크기의 배 등등

 고기 잡는 종류 별로 또 선주에 따라서 모여 있는 것 같다.

 

 보통 때에는 방어진 항구에 오면 배들이 보이지 않는다. 배들이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가기 때문에 어쩌다 출항하지 않은 배 한두척이거나 해양경찰 배만 보인다.

 연말연시라 배들이 출항하지 않고 전부다들 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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