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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얼음골 차박

by 영숙이 202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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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차박>

 

 지난주에는 비가 와서 토요 차박을 못했다.

 대신 주일 9시 예배를 마치고 오후에 정자 바닷가로 갔다.

 " 차박 힘드러 ~ 잠을 못자서 힘드러"
 "나는 집에서 자는 거랑 똑같은데 ~"
 "와우 부럽다. 하긴 베개에 머리만 대면 코를 골고 자니까, 차박해도 파곤하지 않을테니 얼마나 좋아."
 "난 잠자리 옮기면 잠을 못자서, 친정가도 잠이 안오는데, 차박, 내가 문제네"

 그렇게 말하고 놀다가 저녁에 해가 뉘엿 뉘엿거릴 때 집으로 돌아와 티비로 1박 2일 보고 집에 있는 침대에서 잤다.

 문제는 커피를 마신 영숙이는 집에서도 잘못잔다.

 오락 가락 밤늦게 애써 잠이 들거나 저녁에 12시 전에 잠이 들면 새벽녘에 깨어서 주기도문을 외우고 또 외운다.

 '낮에 잠을 안자야지'

 그러면서도 피곤한 눈이 아파서, 몸이 피곤에 절어서 자고 싶다고 아우성치면 결국 이기지 못하고 잔다.

 밤늦게 잘거라고 예약하는 셈이다.

 오늘은 바닷가로 안가고 밀양으로 갔다.

 밀양 위양지.

 도착에 1시간 30분.

 한바퀴 돌아보는데 30분.

 카페에 갈까 싶어서 카페 앞까지 갔다가 젊은 데이트 족이 아래 위층으로 여러 곳에 자리잡은 걸 보고 포기한다.

 카페 의자에 앉아서 자기 폰이나 들여다 볼텐데 굳이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고 또 오늘 밤을 설치고 싶지 않다.

 밀양도요가 보이지만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추나무, 감나무, 은행나무를 구경하고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면 영글어 갈 채비를 하는 것도 들여다 보고 도로가 좁은 공간에 흙을 찍어가며 부드럽게 해서 무언가 심을 준비를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주차장으로 직행한다.

벼가 익어가고 있다.

 "어디로 갈까?"
 "얼음골로 가자. 가서 차박할만한데 있음 차박하고"

 베냇골은 59분. 얼음골은 36분.

 얼음골을 찍어서 얼음골 휴게실 광장에 도착했다.

 벌써 날이 어둑어득.

 넓은 주차장 공간 몇군데에 캠핑카와 차박 족속이 15대 쯤 자리를 잡고 있다.

 주차장

얼음골 휴게소 주차장


 제3주차장까지 있는거 보면 사람이 많이 올때도 있는가 본데 지금은 무섭지 않을 정도로만 있다.

 사람을 피해서 오는 차박에 사람이 없으면 무섭다는 아아러니.

 사람에 길들여져 있어서 일 것이다.

 주차장 안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다가 좋은 위치에 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장을 바라보면서 물소리가 많이 나고 나름 잘 잘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고 저녁으로 끝물 황도 복숭아 3개를 까먹었다.

 이쁘게 생긴 고양이가 먹을 거 내 놓으라고 우리 앞에 와서 얌전한 얼굴로 바라본다.

 "그래. 복숭아 한조각 먹어"
 " 고양이가 복숭아를 먹나? 안먹지"

 던져진 복숭아 조각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맞더니 버려두고 제갈 곳으로 간다.
괜한 복숭아 조각만 다시 주어 담느라 손을 버린다..

 21년에는 복숭아를 많이 못먹은 듯해서 끝물 복숭아라 생각하며 샀는데 원래 까먹는 복숭아 이지만 너무 싱싱해서 깎아 먹어아 했다.

 담터 잣, 호두, 미숫가루 좀 타먹고 둘이 앉아서 폰을 들여다 보다가 엎드려서 보고 있는데 앞쪽 장애인 주차 구역에 아빠하고 아들하고 차를 세운다.

 아빠가 의자 2개를 꺼내 놓는다.

 아빠는 긴 간이의자. 어린 아들은 아이용 작은 간이의자.

 계곡쪽으로 둘이 앉아 있는데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 귀엽다.

얼음골 골짜기


 조금 있으니까 엄마와 5살쯤 되보이는 딸과 이모 쯤 되보이는 엄마와 5살 또래의 딸이 온다.

 아빠가 엄마를 비롯한 딸 의자를 내려서 편다.

 모두 6개의 의자가 차 뒤에서 나온다.

 "차속에 의자만 하나 가득이겠네."

 아이들은 아이들데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엄마들은 토크 시간.


 화장실.

 화장실을 가자고 한다.

 차박할 때 화장실 다니는 게 제일 문제다.

 집에서 잘때도 자다가 최소 3번은 화장실을 다녀 오는데 차박하면서 자다 일어나서 공중 화장실을 터덜거리고 다니는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결국 이래 저래 차박 할 때 푹 잘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철희는 옷을 벗고 런닝 바람으로 잔다.

 영숙이는 이래 저래 차박에 불편한 신체이다.

 그래도 차박이 좋다.

 바닷가에서는 파도 소리가 좋구 오늘처럼 얼음골 계곡에서는 계곡 물소리가 좋다.

 편하고 널찍하고 깨끗한 집을 놔두고 좁고 불편하고 이리저리 신껑 쓰이지만 차박을 할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한번 차박을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 것 같다.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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