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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서 ~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매미 소리가 몰려온다.
오래 잊고 있었던 매미 소리가 무의식 저편에서 건너오는 것 같다.
베이비 붐 세대는 여름이면 매미 소리에 잠이 들고 매미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래 잊고 있었다.
매미 소리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까 바람 소리를 찿아 간 것이 아니고 소음이 싫어서 바람 소리를 찾은 것 같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가득한 도시의 소음.
침묵과 정적이 없는 도시.
도시의 소음을 피해서 자연의 바람을 찾아 나선게 아닐까.
피곤해서 의자에 앉고 싶다.
빈의자를 바라보면,
저 빈 의자가 이 대숲에 있는 마지막 의자가 아닐까나.
이제 이 숲을 빠져 나갈 것이고,
더 이상 앉아 쉴수 있는 의자가 없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살아감을 하는 동안 정말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을까.
그러다 의자를 만나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메인 길에 놓여 있어 앉아 있는게 너무 눈에 띌 것도 같다.
좀 벗어난 샛길에 있음 앉아 쉬어도 눈에 덜 뛸텐데.
마침 두 갈레 길이 나온다.
저기 놓여있는 의자들 중에 하나에 앉으면 최소한 절반의 사람들만 부딪힐까?
그 중 하나의 의자에 앉기로 선택을 한다.
의자에 앉는다.
역시 보는 것과 직접 앉는 것은 다르다.
보는 것과 체험의 차이.
물것이 달려든다.
대숲에 있는 검은 모기가 왠 떡이냐는 듯 덤벼든다.
몇방 모기에 뜯기고 나서 일어선다
예전에는 모기 몇방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모기가 독해졌는지 영숙이가 약해졌는지
모기에 물리고 나면
화닥화닥 퉁퉁.
스님 한분이 지나간다.
스님도 운동해야 하는 거 맞다.
가사를 펄럭 거리면서 지나간다.
스님은 속세의 사람들이 운동하는 곳을 기웃거리면 안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
고준산령 깊은 숲속.
새소리를 벗 삼아 이슬만 마실 것 같다는 선입견.
의외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신발을 훌훌 벗고,
발을 자유롭게 해방 시켜서,
발가락이,
발바닥이,
부끄러워하며 춤을 추는 거 같다.
40대에 지리산을 맨발로 길 따라 올라 갔던 생각이 났다.
여기처럼 흙바닥을 가는 것은 아니고 길에 놓여 있는 돌들을 밟고 올라 갔었다.
지금은?
언젠가 탄천 산책길을 슬리퍼를 신고 끝까지 간 적이 있었다.
피곤해서 안씻고 그대로 잠들었는데 밤새 물것에 괴롭힘 당했다.
이 대숲도 맨발로 걸으면 보기에는 깨끗하게 보여도 흙속에 살고 있는 도시 물것에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서 참는다.
참는다.
대숲을 벗어나서 햇볕이 비치는 의자에 앉는다.
옆 벤치에는 아줌마 둘이 잡담을 하고 있다.
눈 뜨면 만나는 사이일 것이다.
어제 밤에 충남 보령군 오천읍 호도섬에 사는 5남매 이야기를 TV에서 보았다.
나이가 들면 함께 자라서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게 되는 형제 자매를 찾기 마련인가부다.
눈뜨면 이야기 나누고,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어울려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혹 말을 잘못해도 허물이 되지 않을 사이.
혹 일을 잘못해도 타박이 되지 않을 사이.
아무 허물없이 웃을 수 있는 사이.
아무런 계산없이 의지할 수 있는 사이가 필요한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그런 것이다.
헤어지고 나면,
내가 혹시 말 실수 한 건 없을까나?
마음 상하게 한 건 없을까나?
부담스럽지 않았을까나.
신세를 갚아야 할텐데.
그래서 도시에서의 삶은 팍팍하다고 말한다.
어디가서 마음 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도 없고,
마음 편히 앉아서 떠들 수도 없고,
아무 생각없이 잠들 수 있는 곳이 없다.
모든 일에 계산을 하는
도시에서의 모든 것에는 댓가가 필요하다.
혹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 사람이 나한테 무얼 바라고 저렇게 친절하지?
하면서 상대편의 속내를 궁금해야 하고
친절하게 대할라치면,
상대편은,
무엇을 바라고 저럴까 하면서
벽을 친다.
다시 매미 소리가 몰려 온다.
오래 땅속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땅속을 벗어나서,
잠깐 울 때에도,
다른 매미들이 울 때,
같이 운다.
내내 혼자만 우는 매미 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있을까나?
짝을 찾기 위해서니까,
매미가 있음직한 곳을 찾아서,
울 것이고,
떼창이 될 것이다.
잠깐 대숲 사이 벤치에 앉았었다고,
모기가 7방이나 물어서,
발목 근처가 벌겋다.
예전에 외할머니가 해주셨던 것처럼 침을 발라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외갓집에서 자랐다.
어제 tv에서 본 호도에서 자랐던 아이처럼.
1학년 때 호도로 와서 이제 중학생이 될 준비를 하느라 4년 동안 정들었던 호도를 떠난다고 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여름이다.
포도밭에 품앗이 가서 포도알을 커다란 대소쿠리로 가득 가져 온 것을 다 먹었다가 혼난 일.
외할머니가 그 많은 것을 다 먹었냐고 화를 냈다.
책을 보면서 다 먹었는지도 모르고 정말 다 먹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혼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때 먹었던 그 포도들은,
아직도 영숙이의 기억 창고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
간절곶에 차박 갔을 때,
너무 더워 하니까,
철희가 부채로 부쳐 주는데,
꼭 외할머니 부채 같았다.
쇠죽을 부엌 가마솥에 끓여서,
여름에도 절절 끓는 큰방에서,
잠이 들면,
외할머니는 부채를 들고,
부채를 부쳐 주면서,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고 슬슬 문질러 주었다.
얼마나 시원하고 가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철희의 부채가 꼭 그때 같아서
"외할머니의 부채 같다"
말해 주었다.
"왜 쇠죽을 부엌에서 끓여?"
"여름에는 밖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끓이던데."
"겨울에만 가마솥에 삶아 주고 여름에는 풀을 뜯어다 주는거 아닌가?"
생각해보니까 그렇다.
그런데 영숙이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다.
아마도 콩껍질 같은 것을 그냥 주면 소화가 덜 될까봐 딱딱한 콩깎지 같은 것을 삶아 주었던 것 같다.
대숲 앞에 벤치는 바람도 살살 불고 무엇보다 모기가 없어서 살것 같다.
매미 소리도 정말 시원시원하게 들린다.
이제 8시가 다 되어 간다.
운동을 왔던 젊은이들은 출근하려고 갔을 테고,
어른들은 아침 식사하러 가실 시간이다.
의자에 누워서 한숨 자고 싶다.
한숨 자고 나면 도시의 소음을 벗어난 영, 혼, 육이 매미 소리에 깨끗하여질 것 같다.
오늘 대숲을 산책하도록 이끄신 주님을 매미처럼 찬양합니다.
접시꽃처럼,
무궁화 꽃처럼,
주님을 향하여 활짝 웃어 봅니다.
밝기만 한 아침 햇살에 눈이 아프다
모르고 선그라스를 안쓴 탓이다.
인생아 ~
눈이 아파야 안썼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리미리 챙겼으면 좋았을텐데. . . . . .
오늘 아침은
대숲에서,
~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매미 울음을 한보따리 싸 안고 간다.
외할머니의 부채만큼 시원한 바람을 담아 간다.
내 안에 도시 소음 조금 사라졌을까?
어렸을 적 먹었던 포도는 포도나무가 되어 조금 자랐을까?
언제가 되어야 으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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