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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비오는 서울에서

by 영숙이 2021.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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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서울에서>

 

 

좁디 좁은 12평 아파트에서도 창밖의 비오는 모습이 보인다.

 서울에서는 12평 아파트도 사치다.

 

 40년도 전.

 아가씨때, 결혼해서 서울에서 살고 있는 선이를 만나러 온적이 있었다.

 그애가 신혼 집으로 살고 있는 집은 5평 아파트.

 농이 들어가 있어서 남은 공간에 딱 두 사람만  누울 수 있었다. 

 좁은 복도를 지나면 주방겸 세수정도 할 수 있는 타일 깔린 바닥.

 친구는 그날 영숙이를 데리고 아파트 상가에 있는 짜장면 집으로 가서 짜자면을 사주는 게 아니라 짜장면에 얹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따장 소스를 샀다..

 그 따장 소스를 들고 와서 밥위에 얹어 주었다.


 김치와 함께 먹는데 맛이 괜찮았다.

 따장 소스를 사서 들고 오면서 친구가 말했다.

 "짜장면 집에서 따장 소스를 팔면 망한대."

 그때는 본인이 그것을 사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게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사람들이 짜장면을 사먹어야 돈이 되는데 따장소스를 팔기 시작하면 아끼느라 모두들 돈이 안되는 따장소스를 사기 때문이다.

 선아네 신혼 집은 화장실이 없어서 공동화장실을 썼다.

 작은거는 주방 타일바닥에서 대충 해결한다지만 아침마다 공동화장실 앞에서 줄을 길게 서서 순서가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다.

 그날 영숙이는 선아네 집에서 잘데가 없어서 아침에 올라갔다가 저녁 늦게 대전 집으로 내려 왔다.

 신혼인데다 영숙이가 선아네 집에서 자면 선아 남편은 방문 밖 한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복도에서 이불을 깔고 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신혼 집이었지만 선아의 얼굴은 언제나 처럼 밝았고 빛이 났다.

 결혼하기 전에도 넉넉한 살림이 아니어서 3명의 동생들과 엄마와 단칸방에서 지내야 했지만 한번도 불평 하는 걸 들어 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밝은 아이.

 

 다음에 서울로 선아를 만나러 왔을 때에는 지하 셋방이었다.

 주택 지하에 방 2칸짜리 였는데 제법 넓었고 비록 검은 샷시로 만든 문이 달려 있기는 했어도 화장실도 따로 있었다.

 신혼 때에는 선아는 직장생활을 안하고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지하 셋집에서 살 때에는 광주 **** 병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선아네 집에서 자고 새벽 5시 30분이 되니까 출근해야 한다고 깨우더니 나가자고 하였다.

 비몽사몽 일어나

 

 "간다고 너네 남편한테 인사해야지."

 "자고 있으니까 그냥 가."

 

 선아를 따라 시내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간 다음 선아는 병원가는 시외 버스를 타고 영숙이는 대전 가는 시외 버스를 탔다.

 7시까지 데이 근무를 가려면 집에서 최소한 5시 30분에 나와야 시내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야 병원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시간 맞춰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숙이는 그때까지 아이들 수학여행 따라가느라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를 간 것 외에는 9시까지 출근이라서 그렇게 일찍 일어나 본적이 없었다.

 "서울살이는 참 팍팍한가부다.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지 않으면 살기 힘든가 부다."

 선아는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인공수정을 여러번 시도했는데도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서 입양을 할까했지만 남편이 반대를 한다고 했다.

 한번은 선아가 우리 집에 들릴 일이 있었나?
 아님 영숙이한테만 말했나?

 

 영숙이 엄마 왈

 "선아야 네 속에서 나면 네 아이지."

 그때는 그 뜻을 정확히 알지도 못했지만 그렇지만 친정엄마가 그런 소리를 할줄은 몰랐다.

 선아 부부는 40대 중반이 될때까지도 아이가 없었다.

 

 다음에 갔을때에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되어 32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 거실에서 자랑스럽게 설명을 하였다.

 "거실 천정에 우물 모양을 넣은게 이 아파트가 최초래."

 아파트 청약을 여러번 넣었는데 5번 만에 당첨되었다고 했다.

 그때는 그러려니 누구나 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아닌가.

 이제와 돌이켜 보니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누구나 살고 있는 그런 아파트가 아니었다.

 25살에 간호사로 일하다가 결혼한 선아가 아이도 없이 맞벌이로 20년동안 모아서 들어 갈 수 있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위치 좋고 편의 시설 좋은 아파트를 입맛대로 골라 사서 들어 가는게 아니라,

 대단지 아파트 공사를 한다면서 모집하면 청약 통장으로 청약을 해서 당첨 되어야 입주할 수 있는 그런 아파트다.

 서울의 집들은 선택할 수가 없다.

 서울의 집들이 선택해주는 행운이 따라야한다.

 

 

 지하철을 타면서 보니까 긴 지하철 좌석에 7명씩 빼곡이 앉아 있는데 모두들 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영숙이가 서서 보이는 곳에 있는 4개의 긴 의자 한군데에 연세드신 노부부가 앉아서 부인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꾸벅거리고 남편 되는 분은 가끔 고개를 들고 둘러 본다.

 다른 한줄에는 피곤한 50대의 가장 한명이 손에 폰을 들고  들여다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있고 그 옆 40대 남자가 두툼한 책을 무릎에 올려 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 외에는 전부 폰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

 

 서울에는 사람 사는 일정한 틀이 더 잘 잡혀 있다.

 널찍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은 나름 오랫동안  성실하거나, 특별한 경로를 거친 사람이나,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들이 사는걸까?

 서울에서는 지하철에 폰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누구나가 다 넓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 아니다.

 쪽방.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
 지하셋방.
 8평아파트.
 12평 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평수는 점점 더 넓어져 100평이 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있다.

 주상복합.
 도시형 생활주택.
 일반주택.
 상가주택 등등

 

 서울의 집 형태는 정말 다양하다.

 그래도 서울에서 변변한 집 한칸 장만하고 산다는 것은 정말 대단 한 것 같다.

 

 

 선아 부부처럼 무일푼으로 상경해서는 집 한칸 장만 하는데 육아를 포기해도 20년은 족히 걸린다.

 대출을 잔뜩 안고.

 20년동안 별일 없이 알뜰살뜰 해야만 한다.

 

 

 서울 생활.

 주거 공간이 몇평이든,

 어떤 집에서 살든,

 사는 모양이 비슷한 모습이 서울 생활이다.

 그속에서 어떤 행복을 누리는 가는 개인의 선택이다.

 주어진 삶을 어떻게 풀어가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사는가도,

 개인의 선택이다.

 넓은 집에 살면서
 나.
 나.
 나.
 이렇게 나만을 위한 삶을 살 수도 있고


 좁고 좁은 집에서 살면서

 이타적인 삶.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수도 있다.

 서울 생활 길게 놓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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