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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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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16. 홀로 서서

비를 든 면사무소의 용인 아저씨가 그 잎들이 숨 쉬며 대지 위에 향기를 맡을 사이도 없이 쓸어 모으고 있었다.

참 부지런 한 아저씨.
벌써 16년 동안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면사무소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으로 해서 한시도 쉴틈 없이 밤늦게 까지 일하시고 문단속하시는 아저씨.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렇게 앉아서 노닥거리다가 월급날 되면 보건소에서 월급이나 타는 영숙이.

부끄러워지고 꼭 죄짓는 느낌이 든다.

나라에서 상을 주실 분은 16년 동안 한결같다는 바로 저런 분이지.

면장님 말씀대로 우리는 미안해서 어떻게 월급을 타는지.

특히 영숙이가 감명을 받은 것은 항상 노래
하듯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 때문이다.

언제 보아도 기쁘게 일을 하고 언제 만나도 웃음기 가득한 얼굴.
발그레 하니 순박한 모습 그대로이다.
건강한 웃음으로 굳어진 얼굴.
배어 나는 듯한 건강한 웃음을 대할 때마다 나
태하고 무기력하게 삶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면장님은 마르고 머리가 벗겨진 단신의 체구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 그대로 빈틈없는 분이셨다.

이곳이 고향이고 청렴
결백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자신의 따님은 초등
학교 밖에 보내지 못
해서 늘 가슴이 아프셨
다가 이번 가을 추수를 마치고 국민학교 선생
님과 결혼시키면서 얼
마나 기뻐하셨든지.
늘 가슴 한 구석이 찡하던 것이 사라진 느낌이 드셨을 것 같다.

우리가 혼난 사람은 면장님 뿐이 아니었다.

곽양 언니는 이곳에 발령받기 직전인 이번 봄에 결혼하였기 때문에 시댁이나 친정에 늘 나돌아 다니고 그나마 출장 명령부도 쓰지 않았다.
안양 언니도 늘 늦게 출근하고 얼굴만 반짝 비치고 퇴근한다.
늦게 강의실에 와서는 종 치기 전에 일찍 강의실을 떠나가는 반짝 교수님 같았다.

행정 계장의 호통으로 경위서를 쓰기도 했다.

작은 키에 둥글 둥글 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
를 띠신 부면장님께서
도 표정을 굳히고 몇 번
이고 나무라셨다.

하긴 오죽하면 군내
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
는 군북 보건지소에 있다가 가장 오지인 이곳으로 왔으려고 그것은 일종의 추방이
었다.

안양 언니와 곽양 언니
는 보건소에서 보건 지소에 나가 있는 보건 요원 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보건소에서 영숙이를 이곳으로 처음 보내면
서 걱정을 했던 일을 이
제야 이해할 것 같다.


창 밖으로 바람이 흐르
고 있다.

이 작은 네모난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바람은 영숙이의 가슴속으로 흘러들어오고 그리고 심한 소리를 내면서 빠져나가고 있다.

저 창 밖에 홀로 바람 속에 서서 바람과 함께 휩쓸리고 있는 버드
나무.

여름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까?

이 서늘한 바람.
누가 알까.
그냥 혼자 일뿐이니까.

영숙은 침묵과 대화를 한다.

바람과 나뭇잎과 버드나무가 주는 대화.

침묵 속에 영숙이는
창밖에 홀로 서 있는 버드나무가 된다.

한그루 버드나무가 되어 침묵의 한가운데 서 있다.

침묵위로 나뭇잎을 떨어 트리며 바람의 삶과 사랑에 귀를 기울인다.

영숙이는 점점 침묵의 한가운데로 침잠하여 가는 한잎.
버드나무 잎사귀로 팔랑이며 가라앉아 간다.

신선하고 달기까지 한 공기를 마시면서 창밖을 내다본다.

어쩌다 영숙이 이곳에 와 있는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해야만 한 사람의 온전한 성인이 된다면 영숙은 이제 성인으로서 걸음마를 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들은 영숙이의 날들이기에,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혼자 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 볼 것 없이 꿈의 크기를 스스로의 현실
에 비추어 더 가까이 느껴야 하는 것이다.

영숙은 창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여전
히 창 밖 만을 내다보고 있었다.

윤선생님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버드
나무 밑을 지나 시멘
트로 된길위로 올라서
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본다.

거기 회색빛으로 채색된 무표정한 한 사람의 낯선 남자의 얼굴.

창백하고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은 냉정한 표정.

추운 사람.

눈사람처럼 차갑고 창백한 사람.

얼굴에 인간의 따뜻한 입김과 감정을 불어넣
어 주고 싶은 사람.

그 눈동자에 무엇인
가가 떠오르게 하고 싶다.

단지 그뿐.

점유하고픈 욕망도 영원히 떠나고 싶은 욕망도 없이 머물러 있을 뿐으로 만족하고 싶다.

또 가슴이 텅 비어 바람 소리가 난다.

가슴이 비어 바람 소리
가 나는 이 기분 나쁜 경험.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이 작은 네모난 공간을 둘러싸고 흐르고 있는 바람.
내 속으로도 여전히 흘러들어오고 그리고 심한 소리를 내면서 빠져나가고 있다.

저 창 밖에 홀로 외로이 바람 속에 서서 바람에 휩쓸리고 있는
버드나무.

여름의 사랑을 기다리나.

이 서늘한 바람.

누가 알까.

그냥 혼자 일뿐이니까.

영숙은 침묵과 대화를 한다.

바람과 나뭇잎과 버드나무가 주는 대화.

침묵 속에 영숙은 창 밖에 홀로 서 있는 버드
나무가 된다.

침묵의 한가운데 서 있다.

침묵 위로 나뭇잎을 떨어 트리며 바람의 삶과 사랑에 귀를 기울인다.

영숙은 점점 침묵의 한가운데로 침잠하여 가는 한 잎.
버드나무 잎사귀가 된다.

< 홀로 선 버드나무 >


화려한 바이올린의 선율도 그치고 ~

잠자듯 내려오던 눈도 그치고 ~

초록빛 사랑도 그친체

빈 가지만 남은 버드나무.

바람 소리 내며 초록 사랑 떨쳐내던 너를
감싸주는 까치 두 마리.

정다운 몸짓.

네 아래 서면 아름 안겨 오던 바람소리 ~

너의 전부를 보면 가슴이 떨려 오고 ~

의자에 턱 괴고 앉아

네 아래 멈추어 손짓할 먼 길 오는 이.

찾느라 고개를 빼고 꿈을 꾸면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

바람 소리를 몰고 왔다


찾아온 바람 소리를 몰고 가는 너.

떨게 한 이
겨울 손님인가.

맞이 할 이 없는 눈발
인가.

여름의 사랑과 그리움.

홀 ~ 로 서서

홀로 서서 기다린다.


💥 오늘 저녁뉴스에서 울산지역에 거주하는 가구중에 35%가 일인가구라고 한다.

영숙이가 성장 할때만
해도 여러세대가 모여 사는게 당연하였다.

지금은 여러세대가 모여사는건 "세상에 이런일에" 나오는 일이 되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
로 핵가족에서 1인 가구로 바뀐것이다.

혼자 밥먹고 혼자 쇼핑하고 혼자 잠자고 이렇게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하다.

혼자만의 생활이 무서워서거나 싫어서거나 마음이 안맞는데 억지로 함께 어울리려 애쓰는건 혼자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에 근무할 때 3명의 여학생이 어울리는데 두명의 아이가 한아이를 하녀내지는 노예취급을 하는데도 혼자되는게 무서운 그 아이는그애
들이 하자는데로 하면
서 따라다녔다.

슬펐다.

그런 취급하는 아이들
도.
그런 취급 받는 아이도.

너무 슬펐지만 두아이
를 야단치려하니까 화를 내는 한아이를 보면서 저런 아이도
저런 인생도 있구나.

영숙이는 중학교 때 혼자있는게 좋았다.

혼자서 책 읽는게 좋아
서 책을 옆에 끼고 살다
시피했다.

공부 책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근심걱정이 사라졌다.

항상 책하고 함께하니 다른 감정을 느낄사이 없이 책주인공이랑 친
구가된 것 같았다.

쉬운책이던 어려운 책이던 책은 외로울 시간을 주지 않는다.

건전하게 노는 방법중
하나였던 책읽기로
영숙이의 사춘기와 젊은 시간들을 건전
하게 보낼수 있었다.

요즘 1인 가구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많은 사람들이 유튜나 폰을 들여다 보면서 보낸다.

그것으로 혼자라는 허한 감정의 그릇이 채워질까?

혼지라는게 두려워서 함께하면서 그속에서 혼자인 사람들을 보면 슬프다.

하지만 그것도 인생이다.

영숙이가 그토록  좋아
하던 책처럼 중학교 때부터 쓰고 싶어하던 소설이다.

지금이라도 쓸수있어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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