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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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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22.만명리 진료와 우산

그날 밤 영숙이는 꿈을 꾸었다.

선생님이 바지 주머
니에 손을 넣고 쌀쌀한 얼굴로 서 계셨다.
그 선생님한테 영숙이
는 빨간 사과가 달린 사과나무 가지를 주었
다.
아마도 딸인가 부다.

윤선생님은 화요일 아침에 오셨다.
안양이 물었다.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
"딸 낳았어요."
"언제 낳았는데요?"
"어제 퇴원했어요.
올라가던 날 저녁에 낳았거든요.
여기 태어날 때부터 찍은 사진을 가져왔어
요."

곽양과 안양은 사진을 돌려 보고 있었다.
영숙이는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사진 좀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사모님이 선생님하고 많이 닮았네요."

영숙이는 사진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보여 달라기
도 싫었고 볼 용기도 없었다.

일어나서 창문 앞을 서성이다가 도로 제자
리에 주저앉았다.
무척 궁금하였지만 사
진을 정신없이 들여다
보고 있는 곽 양과 안양 얼굴만 쳐다보았다.

자랑스러운 얼굴로 사
진을 내밀었던 윤선생
님은 얼굴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보란 말도 없이 사진을 받아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윤선생님은 창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서성이기 시작하였다.

곽 양이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자 중얼
거렸다.

"아들 둘에 딸 하나면 딱 알맞는데요?".

윤선생님과 서먹 서먹
한 채로 또 일주일이 지났다.

💎
그다음주 월요일 아침.

보건소에서 진료차가 와서 만명리로 무의촌 진료를 나갔다.

선생님은 아직 서울에
서 내려오시지 않았기
에 군 보건소 소장과 우리끼리 먼저 출발했
다.

만명리 이장 집에서 옥천군 군보건소 소장
이 진료를 시작하였다.

군보건소 소장은 옆에
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
도로 더듬거리고 자신 없어 보여서 답답했다.

벌겋게 된 얼굴에
식은땀까지 흘렸다.

군보건소 소장은 의대 졸업후 인턴과 레지던
트 과정을 밟지 않고 바로 군보건소 소장
으로 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응급 환자가 있는 것도 아니
고 청진기를 가슴에 대보고 배를 진찰한
다음 쓰리면 제산제 소화가 안되면 소화
제를 처방하면 된다.

안쓰럽도록 식은땀을 흘리더니 우리에게 제촉을 한다.

"지소장 왔나 전화해
보고 이리로 오라고 해요. "

옆에 있던 이장이 말했
다.

"전화라고는 버스서는 곳에 있는 가게 집 밖에 없어요."

그곳까지는 걸어서 10여 분이나 걸린다.

밖에는 늦가을 비가 뿌리고 바람까지 몹시 불고 있었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영숙이 자청했다.

"제가 갔다 올게요."

논 사이로 난 빨간 흙
길이 빗속에서 무척이
나 질척 거렸다.

질척거리는 시골길을 걸어가 버스 정류장에 있는 가게에서 보건지
소에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 저쪽에서 조급한 비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청성 보건 지소입니다."
"여보세요? 저 김양인
데요."
"모두 어디 갔어요?"

튀어오르던 비음이 갑자기 낮은 톤으로 무뚝뚝 해졌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여기 만명리예요! 보건소에서 무의촌 진료를 나왔는데요.
지금 보건소 소장님이 진료를 하시는데 빨리 오시래요. "
"어떻게 가지?"
"이쪽으로 오는 버스 타고 만명리에서 내리
면 여기에서 제가 기다
리고 있을게요."
"알았어요."

가게에서 고개만 내밀
고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시골 아주머니 몇 사람
이 버스 뒤쪽에서 나오
고 조금 있다가 키 큰 윤선생님의 회색 양복
이 보였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이다.

영숙이는 우산을 펼치
면서 가게를 나섰다.

선생님의 창백한 얼굴
이 영숙이를 발견하고
는 싸늘한 시선을 아래
로 떨어트려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말없이 지나치려는 윤선생님에게 손에 쥔 우산을 내밀었다.

"우산 여기 있어요."

아무 말 없이 우산을 받아 펼친다.

"저쪽이에요."

영숙이가 가리키는 농로에는 조금 가늘어
진 빗줄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농로를 한번 건너다본 선생님
은 말없이 우산을 앞으
로 내려쓰고 고개를 숙
인채 걷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몹시 불어 영숙
이의 초록색 원피스 옷
자락을 휘날린다.

영숙이는 허리를 구부
리면서 우산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 윤선생님의 우산 속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차가운 공간 안에 설 자리가 있다면 ~

영숙이는 높다란 윤선
생님의 우산 밑으로, 그 날개 아래로 들어서는 착각을 한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면서도 마음뿐.

~ 같이 쓰고 가요! 선생님! ~

입술로 새어 나올뻔한 말소리를 삼킨다.

여전히 영숙이는 혼자 우산을 쓰고 혼자 걷고 있었으며 몹시도 추웠다.

자신의 우산을 접고 선생님의 날개 아래 쉬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영숙이는 혼자 우산을 쓰고 걷고 있었다.

선생님의 얼굴을 힐끗 거리며 쳐다보니 선생
님은 차갑고 흰 얼굴을 무표정하게 숙인 체 걷고 있었다.

옆에 누가 있는지조차 의식하지도 않는 얼굴.

몹시 추웠다.

바람이 치마 말기를 감고,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이 붉은 흙길이 영원할 것처럼 춥다.

선생님은 언제나 저렇
게 추운 얼굴로 혼자 걸어갈 것이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영숙이와는 전혀 상관
없는 길을.

영숙이도 역시 자신의 길을 혼자 걸어갈 것
이고......

그렇다고는해도 지금
은 영화배우처럼 멋진 의사선생님하고 논사이
로 난 붉은 흙길을 단둘
이 걷고 있다.

10여분의 거리이지만 회색양복이 아주 썩 잘어울리는 키가 크고 이지적인 하얀 얼굴의 멋진 남자와 영화속
에서처럼 나란히 걷고 있다.

10분 동안이나 둘이서.
실력있는 멋진 남자를 바라보면서 혼자 온갖 상상을 하기에는 충분
한 시간이었다.

💎
이장님 집 댓돌에는 사람들의 하얀 고무신
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
다.

진찰 받으려고 모인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청진기를 들고 진땀을 흘리던 보건소장은 반색을 한다

"살았다."

하는 표정이다.
무거운 짐을 벗듯이 얼른 일어섰다.

윤선생님이 청진기를 귀에 꽂고 환자를 보기 시작하니까 비로소 진료를 제대로 하는 분위기가 된다.

안심이다.

오후부터는 비가 개였다.

다리가 아프다고 하는 디스크 환자가 여럿이
다.

보건소 치료실에 김간
호사는 내내 영숙이에
게 좋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곽 양이나 안양이 전화 심부름을 하지 않고 간호사인 영숙이가 한 때문이란다.

💢 요즘 페인트를 칠하면서 깨닫는게 있다.

요즘 유행에 따라 20년된 황토색을 하얀색으로 칠하고 있다.

페인트는 어떠한 색도 하얗게 바꿀수 있다.

몇번 칠하면 본래의 색이 완전히 김춰진다.

마법같다.

색칠만 바꾸어도 새것처럼 보이는 요술을 보여준다.

지저분한것도 감춰진다.

그런데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페인트가 여기저기 묻는다.

특히 옷에는 금새 묻어서 표가난다.

페인트가 덮어주는 역할도 하지만 주위에 여기저기 묻어서 페인트 칠을 한다는 표시가 난다.

영숙이는 작업복을 정해놓고 일을 하는데
도 어쩌다보면 다른 옷에도 묻어 있을 때가 있다.
신도 바꾸어 신고 작업
하는데 신고 다니는 신
에 어느사이 하얀페인
트가 묻어 있다.

페인트 칠했다는 것이 어디서인가가 표시가 난다

그런의미에서 친구를 잘사귀어야한다

아무리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해도 친구
를 잘사귀어야 한다.

~ 나는 쟤하고는 달라. 절대로 쟤처럼은 안될거야. ~

처음에는 영항을 받지 않는다고해도 자기도 모르게 어디에서인가 영향을 받는다.

어떻게 묻었는지도 모르는 페인트처럼.

자신도 모르게 ~

그렇게 끼리끼리가 된다.
결국 끼리끼리 다니는
것이다.

영숙이는 좋은 영향력
을 미치는 선한 사람인
가?

욕심 가득한 욕심쟁
이로 나쁜 영향력을 미치는 악인인가.

선한 영헁력을 미치는 선한 사람이고 싶다.

함께 있으면 표는 안나지만 어디에선가 선한 영향력의 흔적을 남기는 그런 사람.

💎
학교 다닐때 여고동창
생 민경이라는 친구하
고 어울린적이 있다.

민경이는 대학가기
위해 미술학원에 다녔
다.
미술학과에 진학하고 나서는 예술보다는 퇴폐적인 분위기에 먼저 물들었다.

레스토랑 죽순이로 담배를 달고 살았다.
영숙이는 매일 만나면
서도 정말 한번도 피우지 않았었다.

~ 나는 민경이랑 달라 ~

언젠가 초등동창놈
을 우연히 만났었는데
하는 말.

~ 너 왠지 야해졌다? ~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매일 만나고 있던 민경
이의 영향력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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