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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벚꽃

by 영숙이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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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과벚꽂 >

생일을 챙기는 편은 아니다.

생일때마다 전국에 사는 자식들 오라해서 떡벌어진 생일상을 차리는건 우리 베이비 세대까지면 족하다.
시댁이건 친정이건 생일에 다녀올때는 투닥거렸었다.
생일과 어버이날과 명절을 챙기기는 했지만 지독하게 당한 기억 밖에 없는 시댁이,   덕분에 시댁이 있는 골목에만 들어서도 배가 아프다가 설사를 좔좔하는 그런 시댁을 가고 싶을리가 없었다.  
덕분에 지독한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고는 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전통을 물려 줄수는 없다. 그래서 생일이면 서로 톡으로 생일 축하를 하고 성의를 표하면 표하는데로 아니면 아닌대로 영상 통화 정도로 끝낸다.
명절에는 서로 상의해서 서울로 상경을 하던지 아니면 내려올 때는 열심히 기차표 예매에 뛰어 들어서 기차표를 선물한다.

  둘이서 살다보니 거기에 회사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서는 저녁에 간편식 정도에 주말이나 챙겨 먹고 또 혼자 먹을 때는 나가서 먹을 때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살림 규모가 작아졌다.
코로나가 끝나고 기차 타고 내려 온다고 연락이 와서 나름 청소도 하고 시장도 봐놨었는데 모자라는 것 투성이.
수저와 젓가락도 덜 챙겨서 우왕좌왕 ~

이번 생일은 고난 주간하고 겹쳤다.
  계속 점심금식 중이었는데 금요일이 생일이어서 구영리로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우리 동네에도 샤브샤브가 많은데 굳이 구영리로 간것은 그곳 태회강변이 벚꽃이 좋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벚꽃을 따라서 한바퀴 돌면 되겠구나 싶어서 갔는데 아직 벚꽃이 피지를  않았다.
꽃망울만 조롱조롱 ㅋㅋㅋ
덕분에 태화강변 산책로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었다.
꽃도 안피고 바람도 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도 불빛이 환하고 바람도 훈풍까지는 아니라도 찹찹한게 산책 할만했다.
국회의원 선거 유세로 가끔 멀리서 확성기와 개사 동요로 왕왕 거리기는 해도 시끄럽지 않고 봐줄만하다.

"생일인데 손잡고 가자."

양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꿈쩍도 안한다.

"손 좀 잡자아. 이젠 사람들도  읎네."  

억지로 바지 주머니에서 손을 잡아빼니 차 리모콘 키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고장난거 아냐? "

쬐께 미안해지려고 했지만 그냥 물러설 jinnssam이 아니다.
반대편 팔을 바지에서 잡아 빼서 손가락 두개를 잡고 걸었다.

"왜 이렇게 손가락이 짧아?"

손가락을 이리저리 바꾸어 쥐어 보다가 마땅치 않은지라  손가락 길이를  타령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고 싶지 지기는 싫은 남편인지라 이렇게 대답한다.

"손가락이 짧으면 손재주가 많아."
"전에는 하루종일 수업하느라 떠들고 와서 말소리는 티비에서 나오는  말소리도 듣기 싫었었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말을 안하고 사니까 별말을 다하넹."

그러면서 언양중학교 1학년 아이들 담임했던 이야기를 졸졸졸하고 있다.
관심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을 이야기를.
jinnssam은 겨우 고난주간 일주일동안 낮에 혼자 있었을 뿐인데.

또돌이는 그렇게 혼자 10년 이상을 살았으니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을까나 ~ 그나마 취미생활을 하고 있을때는 말이 고팠어도 견뎌졌을 것이다. 애들 유학비 때문에 취미생활도 못하게 되면서 부터는 말할 사람도 없고 혼자 생각에 잠겨서 중얼거리기 시작 했을 것이다.
부대에서 퇴근하면 할일도  없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을것이다.
전화하면 술에 취해서 받았었다.
마음이 아프다.

생각하보니 막내인 은혜네 집에 무슨 행사때문에 혼자 왔을 때에도 말이 없었고 이상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쳐다보고만 있었던 것 같다.
우울증 시초였던 것 같다.
남자라는 책임때문에 부대를 이끌어야하는 책임자라서 더 힘이 들었을 것이다.
  
손잡고 걷다보니 남편을 따라서 빨리 걷게 된다.
산책이 아니고 운동이 된다.
숨이 가빠져서

"괜히 손 잡았네."

잡았던 손을 놓고 천천히 본인의 속도로 걷는다.
가빴던 호흡이 편해진다.
남편은 그사이 저만큼 앞에 간다.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앞서가는 남편을 불렀다.

"여보. 고만가고 뒤돌아서서 이쪽으로 가요."
"왜 다리까지 끝까지 가지."
"거기까지 가서 도로로 갈까봐"
"거기서 돌아오면 되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시 돌아서서 이쪽으로 온다.
  이쪽으로 오더니 눈감고 갈테니 손잡고 가라고  한다.
그렇게 손을 잡고 가니 속도가 딱 맞다.

돌아오는 벚꽃길에도 불빛에 벚꽃은 안보이고 꽃망울만 보이는데 송이 벚꽃 한그루가 피어있어서 불빛에 벚꽃이 가득 핀것처럼 보인다.

다시 음식점까지 나있는 논밭사이 제법 넓은 농로를 걷는데  비닐 하우스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워져 있다.

"왜 저렇게 비닐 하우스를 많이 지었지?  뭐 하려고?"

잘 모르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참 부지런 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베이비 붐 세대가 저렇게 비닐 하우스를 짓고 뭔가를  키우고 있을것이다.

벚꽃이 너무 늦게 피는 바람에 꽃망울과 벚꽃과 벚꽃이파리가 함께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원래 꽃망울이 생기고 벚꽃이 피고 떨어지면 벚꽃 이파리가 나오는게 순서인데 3가지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나무가 생겨난 것이다.
그걸 오늘은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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