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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에서 친구를

by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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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광에서 친구를 >

혜경이를 만나러  간다.
오랫만에 만난다.

그동안에 뭐 때문이었지?
황혼 육아?
혜경이 손자는 이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 집에 간다.
9시 반에 가면 저녁 4시에 온다.
그동안 시장도 가고 침도 맞으러 가고 ~

일광으로 가려고 시간 계산을 하였는데 집에서 9시 30분에 나서면 충분.
태화강 역까지 20분에서 30분.
태화강 역에서 부전역 가는 지하철 타면 30분.
어제 전화를 하면서 시간 계산을 해서 11시에 만나기로 했고 9시 30분에 집에서 나서면 충분 하다는 결론을 내려서 9시 30분에 나선 것이다

ㅎㅎㅎ

버스 정류장까지는 잘 도착 하였다.
잘 도착하믄 뭐 하노? 버스를 잘 타야지.
버스를 잘 타면 뭐 하노? 버스가 태화강까지 잘가야지.

정류장에 도착하니 태화강이라고 커다랗게 빨간 글씨를 쓴 버스가 도착해 있길레 맨 앞에 있는 그 버스를 타려고 뒤에 버스는 보지도 않고 뛰었다.
좌석 널널
맨 뒤에 신경 안쓰이는 자리에 앉아 주식을 ㅋㅋㅋ
장이 안 좋아서 사고 싶었지만 돈이노 읎다. 빌려야는데 지난번 8월 폭락 때 빌린 것 땜에 밀리고 밀리고 ㅋㅋㅋ
팔게 있어야 팔아가 싸진 거 사는데 팔게 읎다. 대충 다 팔아서 샀다. 그 덕분에 오르기 시작하면 팔아서 진짜 오름의 재미를 못 본다.
할 수 읎지. 그래도 사고 싶은거 살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팔아서 산다. ㅋㅋ

주식 창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버스가 엉뚱한데로 가구 있다. 응? 아니 태화강 역으로 안가잖여 ~ 돌아서 가나부다. 그러고 맘 편히 앉아 있는데 익숙한 거리가 나온다. ㅎㅎㅎ 학성 공원 근처 가구 거리를 가고 있넹???
태화강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내려야 한다.

내려서 건너편에 가서 버스를 타려고 하니 태화강 쪽으로 있는 버스 정류장이 좀 멀다. 시간 있응께 천천히 가지 머.
천천히 맘 편히 걸어서 갔다. 가다가 시간을 보니까 이제 10시.

버스 정류장.
이번에는 물어야지.
"태화강 역 가나요?"
"반대편 가서 타세요."
"ㅠㅠㅠ"

반대편 버스 정류장 가려고 횡단 보도를 건너서 정류장 옆에 있는 작은 골목을 건너려 하는데 요즘은 작은 샛길에도 신호등을 세워 놓았다.
막연히 신호등을 바라보는데 빈 택시가 한대, 두대가 지나가고 세번째 택시가 움직이려 하는데 기사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 온다.
"그래. 택시를 타자."
  
태화강 역에 도착하니 10시 15분.
약속 시간까지 45분이나 남았네. 옆에 걸어가던 청년이 뛴다.
같이 뛰어야 하는데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니까 창문들 사이로 대기하고 있는 지하철이 보인다.
'설마 1분 사이에 가려고.'

카드를 끊으려다 느긋하게 운전 면허증을 꺼내어 경로 우대 표인 동그랑 땡을 하나 받아서 타러 갔다.
면허증을 올려 놓는데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자기 할일 이라는 듯 면허증 뒷면을 확인하고 내려 놓는다. ㅋ

에스카레이터를 타는데 방금 보였던 지하철이 읎다. 그새 소리 소문없이 출발했나보네.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11시에 있었다.

기다리면서 오늘 할일을 해치우기로 하였다.
먼저 원룸에 필요한 티비 다이와 전신 거울이 달린 장롱을 쿠팡에서 샀다.
또 신선 식품? 우유. 셀러드. 요구르트 800미리 짜리를 새벽 배송으로 샀다.

전화가 온다.
혜경이다.
어쩌구 저쩌구 ~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있는데 옆에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신경이 쓰인다.
"끊자. 기차 안이라서, 쫌 있다 보자."
전화가 처음 왔을 때 목소리가 조금 날이 서 있었다.
사정을 이야기 하니까 ㅎㅎㅎ 그렇지 머.

만나자 마자 이렇쿵 저렇쿵 요렇쿵 조렇쿵 ~ 어제 전화 하면서 나쁜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부다. 오늘은 만나면 좋은 이야기나 해야지 했는데 그게 안되넹.

생선 구이 집에 가서 생선 구이 정식을 먹었다.
커다란 생선 3마리가 통째로 구워져 나오고 작은 가자미도 한마리 구워져 나오고 반찬은 바다에서 나오는 미역, 다시마, 등등등 ~

밥을 맛있게 먹고 배가 부르니 해피하다. 인생이 별거여? 좋은 친구랑 맛있는 밥 먹는기 쵝오 짱.

몇일 동안 가을 답지 않게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지 않아도 하늘이 우중충하게 내려 앉아 있었는데 오래 간만에 천고마비의 천고같은 파아란 가을 하늘에 청량하게 느껴지는 햇볕이 반갑다.

"햇볕이 참 좋타. 우리 좀 걸을까?"
"배불러서 걷기 싫은데, 기분 좋은데, 야외 테라스 카페에 가면 안돼?"
"응 이 하천 따라서 가면 작은 공원이 나와. 거기 가려구."
"걷기 싫어. 바다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차 한잔 하면서 느긋해지고 싶은데 ~"  

바다 앞에 바다가 보이는 2층에 마련된 노천 카페에 앉아서 이렇쿵 저렇쿵 ~ 카페 1층에는 노란, 빨강, 보라 국화 화분이 가득이다. 바다는 잔잔하다. 배들이 다 조업을 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혜경이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살짝 졸립다.
혜경이는 심각한 이야기를 무슨 로맨스처럼 듣기 좋은 목소리로 듣기 좋게 말하는 제주가 있다.
가만보면 혜경이도 음악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예술하던 사람 특유의 고집과 순수함과 귀여움이 뒤범벅.

본인은 모른다.
얼마나 본인이 고상한지 모른다. 그냥 그런 모습이 당연한 것 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

혜경이가 지나간 결혼 생활을 총정리하여 이야기를 한다. 총정리라고 해봐야 많은 좋은 일 속에 jinnssam이 생각하기에는 까시랭이 같은 상처라 생각되는데도 본인은 심각하게 아픈 상처로 새겨진 이야기가 되어 나온다.

눈물 글썽 글썽.

미안하지만 한마디 할께.
분노도 치매 증상 중 하나야.
얼마 전 어떤 샘 만났는데 금방 벗은 옷을 어디서 벗었는지를 모르더라.
  그래. 나는 산걸 잊어 버려서 똑 같은 걸 또 사 ~

혜경이가 넘 바쁘게 살아서 자신을 돌볼 사이가 없었나보다.
자신을 돌볼새없이 바쁘게 살아도 문제가 생긴다.

"나는 나무 가꾸는게 좋아."
"작은 전원 주택 있었으면 좋겠어. 조그만 마당도 있구."
"그럼 기도해 봐."

  혜경이는 오늘은 분명 선을 넘을거야. 집에 늦게 들어 갈거야 하면서도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본다.

혜경이는 분명 시간 안에 들어가서 자기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같이 일상의 선을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일상의 선을 벗어 나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우리는 성실이라는 울타리에 갖혀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행복한 평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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