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오징어 회>
아침은 홍합밥.
점심은 따개비 칼국수.
제법 그럴싸하게 잘 먹었다.
관광도 괜찮았고 나름 괜찮은 하루여서 저녁에는 횟집에 가던지 배달하던지 사서 숙소로 가던지.
울릉도니까 오징어회로.
도동 회센타 가자고 해서 천부 까페에서 나오는 길에 저동을 지나 도동 회센타로 갔다
가는 도중에 저동 회센타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저기 갈까?"
"도동 회센타로 가자."
아까 낮에 도동항 방파제를 갈때 도동 회센타 근처에 있는 공중 화장실을 들렸는데 옆에 도동 식당에 버스 기사들이 들락날락 하였다.
"음 저곳이 도동항 나름 맛집이겠군."
이 곳 주민들은 어디가 맛이 있고 어디가 맛이 없는지 다 안다.
우리 동네 맛집은 살고 있는 우리가 제일 잘 아는 것처럼.
"내일 아침은 저곳에서 먹어야 겠다."
회센타를 지나가는데 깔끔해 보였었다.
도동항 방파제로 올라가서 스토리가 있는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남는 시간에 벤치에도 앉아 포즈도 취해 보았었다.
방금 전에 지나가다 보니까 특산물 센터 앞에 20인승 버스 한대가 서 있고 사람들이 특산물 센터에 들어가서 이거 저것 고르고 있는게 보였었다.
"일정이 자유여행이라 정말 좋다. 특산물 센터에 안가도 된다는게 넘 좋다. 사진 찍을 때 시간에 안쫓기는 것도 좋다."
여유 만만 ~ 울릉도 유일의 카페까지 섭렵하고 오징어 회를 먹으려고 도동항 회센타에 도착했다.
회센타가 텅 비었다.
태풍 때문에 배가 못나가서 오징어를 못잡는 바람에 오징어가 없어서 일찌감치 다들 일찍 집에 들어갔나보다.
유일하게 문 옆에 있는 가게에서 오징어를 잡고 있었다.
그 앞에 3 ~4 사람이 서 있고 ~
수족관에 오징어가 5마리가 톡톡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장만하고 있는 오징어는 맨 앞사람 것이고 그 뒤 사람은 3마리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2마리.
오징어는 한마리에 만원이라고 했다.
아주머니가 천천히 오징어 껍질을 벗기고 오징어 다리를 정리하고 기계에 넣어서 썰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넣는 뽀얗고 오동통한 오징어가 깔끔하고 맛있게 보였다.
암만 바라봐도 없는 오징어에 우리 차례까지 돌아 올 것 같지가 않았다.
다시 저동항 회센타로 넘어가자고 한다.
거기서도 오징어 회를 못 구할까봐 무척 서두르는 눈치가 좀 그랬다.
'꼭 오징어를 먹어야 하나?'
부지런히 저동항으로 넘어 갔다.
급하니까 차가 더 덜 ~ 덜 ~ 덜 거리는 것 같다.
마음이 바빠서겠지.
저동항 회센타는 불이 밝았고 회센타 안에 사람들이 많았다.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먼저 내려서 회센타 안에 들어 갔다.
입구 쪽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가 물었다.
"회 사실려구?"
"오징어 회요."
"한마리에 만원. 한마리 남았는데 오징어 한마리에 다른 회는 5만원 전부 6만원."
"오징어 회만 사려구요. 3마리 정도 살려고 하는데요."
마음이 자꾸 안쪽으로 발걸음을 제촉하고 있었다.
그때 안쪽으로 들어가봐야 했었다.
안쪽에는 이런 저런 회가 많이 있었던 것을.
그때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여기 오징어 3마리 있어요."
"그럼 3마리 주세요."
아주머니는 오징어를 뜰채로 건졌다.
딱 3마리가 엉키어 올라왔다.
전부다들 통통하고 커다란 오징어였다.
아주머니는 오징어 한마리를 떼어내서 물 속으로 떨구고 나머지 2마리를 스텐 둥근 통 안에 넣었다.
그런 다음 뜰채를 집어 넣어 저 구석에 있는 오징어를 건져 내려고 애쓰는데 원하는 오징어가 건져지지 않는 것 같았다.
기어이 한마리를 건졌는데 작고 죽은 오징어 같았다.
그 한마리를 건져서 수족관 너머 안쪽 회 손질 하는 쪽에 있는 빨간 바구니에 넣었다.
바라보고 있자니 다시 오징어를 한마리 건졌는데 그건 처음 건진것보다는 작고 두번째 건진 것보다는 큰 중간쯤 크기의 오징어였다.
살아있기는 한데 오징어가 수족관에 오래 있었는지 비실 비실 ~ 생기가 없어 보였다.
처음 건진 오징어는 다리에 빨판이 아주머니 손에 쩍쩍 달라 붙었었는데 마직막으로 건진 건 빨판이 있는지, 다리가 있는지 꾸물렁 ~
아주머니가 오징어를 손질하는데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다.
아까 도동항 회센타에서는 손질하는 곳이 다 환히 보였는데 저동항 회센타에서는 수족관과 손질하는 곳 사이에 시커먼 나무 판이 세워져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좀 그래서 손질하는 옆으로 다가서서 들여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는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오징어를 손질해서 스텐 그릇에 담고 있었다.
빨갛고 오동통한 오징어 한마리는 스텐 그릇 옆에 다리가 떨어진 채로 놓여 있었다.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주머니가 스텐그릇 옆에 떨어져 있는 오징어를 들더니 어쩔까 생각하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손질하는 판 옆에 커다란 통에 던져 넣었다.
내장을 벗겨낸 오징어 3마리를 기계에 넣어 껍질을 벗겼다.
혼자 생각했다.
'그래, 기분은 안좋지만 덜 먹으면 되지 뭐. 괜찮겠지 뭐.'
그때 아주머니가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쪽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아서 기다릴래요?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칼질이 서툴러져서 힘들어요."
"아, 네."
대답을 하면서 옆을 떠나지 않고 손질하는 것을 지켜 보았었다.
아주머니가 오징어 껍질은 기계로 벗겨내면서 오징어는 손으로 썰기 시작했다.
'그래. 그냥 먹자아 ~ '
순간 결정을 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분명히 따졌을 것이다.
'왜 죽은 오징어를 줘요? 괜찮은 오징어 3마리 건져 놓고 2마리만 제대로 주고 있네요. 죽은 오징어는 빼셔야지요'
따지지 않았다.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러나서 자리에 가서 앉아 있는 대신 아까 마음이 자꾸 끌어 당겼던 안쪽에 있는 수족관들을 들러 보러 갔다.
한창 사람들이 둘러 서서 이야기 하는 곳이 보였다.
수족관도 가려져 있지 않고 환했고 물도 깨끗했고 그곳에 오징어 1마리가 톡톡 거리고 있었다.
여러가지 물고기가 많이 있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기다리니까 아주머니가 오징어 썬 것을 가져 오는데 양이 엄청났다.
왜 그렇게 양이 많은지는 모르겠는데 손으로 썰어서 인지 얇은 것 두꺼운 것등등 내용물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런 것은 괜찮았느데 문제는 오징어 색깔이 제각각이어서 뽀얗고 하얗게 보기 좋도록 썰어진 오징어는 아니었다.
그걸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아 주는게 아니고 스치로플 접시에 가득 담아 주었다.
그리고 초장과 겨자 등등을 담은 것을 3000원에 사겠느냐고 물어서 사주었다.
상추는 앞쪽 거리 옆에 있는 씨유에서 사던지 같은 건물 이층에 있는 초장집에 가서 사라고 한다.
기분은 나빴지만 그렇게 벌려고 하는 사람을 모르는척 벌게 해주는 것도 좋은 일하는 거다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철희랑 다시 사동항으로 넘어 왔다.
철희는 쐬주 ~ 영숙이는 제로 콜라 ~
기분좋게 오징어를 먹는 철희한테 아주머니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 하지 않고 참았다.
그렇다고 영숙이가 기분좋게 오징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냥 먹자 ~ 먹자 생각하고 마음 먹었다해도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뽀얗고 깨끗한 오징어 속살이 아니고 얼룩 덜룩한 색갈로 이루어진 오징어를 바라보면서 아까 아주머니의 행동이 생각나서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다.
사실 오징어 회가 어떤 건지 영숙이는 잘 모른다.
그냥 죽은 오징어는 안 먹고 살아 있는 오징어만 먹는 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오징어 색갈이 맛하고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오징어를 먹는 내내 기분이 안 좋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장사를 하면 안될텐테.'
한잔 마신 철희는 기분 좋게 잠이 들고 영숙이는 잠이 오지 않아 티비를 보고 있는데 기분이 나쁜 상태로 먹어서 인지 배가 살 ~ 살 ~ 살 ~ 아팠다.
화장실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배가 아프긴 아팠다.
태어나서 오징어 회만 먹어본 것은 처음 인 것 같은데 끝까지 좋은 기분이 되어지질 않았다.
물론 관광객은 잠시 왔다가 간다.
관광객이 모를 수도 있다.
썰어 주는 대로 가져 가서 먹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썰어준 본인은 알 것이다.
어떤 오징어인지, 오징어 상태가 어떤지, 정당한지, 아닌지.
본인이 알고 있다면 그 마음도 그렇게 상쾌하지는 못할텐데 ......
'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임금님 이발사가 대나무 숲에 가서 외쳤을까나.
알고 있는 것을 속에다 감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주머니가 오징어 회를 스치로플에다 담을 때 처음 말 걸었던 아주머니가 썰어진 오징어를 담는 모양을 바라보다가 영숙이 얼굴을 바라보았었다.
양이 대단해서 바라 본건지, 아님 색갈때문이었는지 영숙이는 잘 모른다.
아주머니가 마음이 바뀌어서 오징어 4마리를 다 썰어 주어서 놀라서 쳐다 보았는지도 모른다.
오징어 썰어주신 분은 웃으면서 돈을 받고 초장까지 팔았으니까.
마침 티비에서 인간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사람은 자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만 정보를 모은다는 것이다.
가령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나님이 안계시다는 정보를 모으지 않는다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정보를 모으는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인 정보만 모은 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다.
사람은 마음에 있는대로만 보고 마음에 있는 대로만 보이는 것이다.
보이는 만큼만 보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상이 중요한 것이다.
김구 선생님이 관상에 관한 책을 읽고 자신의 관상을 연구했는데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관상학 책 마지막에 이런 글귀가 써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관상이 나빠도 마음의 상을 이길 수는 없다.
마음의 상이 크고 높다면 관상도 바꾼다는 것이다.
김구 선생님은 평생 기독교인으로 사셨다.
성경귀절을 암송하거나 묵상하면 마음의 상이 크고 고매해질 수 밖에 없다.
크게 기도하다 보면 마음도 넓어질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하다 보면 메마른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이 안착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 그분도 하나님을 알게 해주셔요.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으로 인한 기쁨을 알게 해주셔요.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게 해주셔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다음은 오징어 회에 대해서 그날 폰에 써 놓았던 내용이다.
앞에 대기중인 팀이 3분이고 남은 오징어는 5마리 앞에 한분이 3마리 그 다은 분이 2마리.우리게 없다.
오징어를 차분히 벗기고 기계로 썰어서 보기에도 맛갈스럽게 하연 오징어 살을 투명 얇은 프라스틱통에 담아준다.
담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다가 아까 지나쳤던 저동항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철희가 운전하는 것을 위태위태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저동항으로 넘어가서부지런히 1층에있는 회센타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아주머니가 붙잡는다.
보통 분위기를 살피고 횟감을 사고 뜨는 걸 기다렸다 사오는데 마음이 바빠서 물었다.
"오징어 있어요?"
"한마리 만원.오징어 한마리에 다른 거 섞어서 5만원 그러면 6만원이넹"
"오징어만 3마리 살께요"
"오징어가 한마리 뿐인데"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얼릉 받는다.
"우리 집에 오징어 있어"
"그럼 3마리 주세요"
아주머니가 오징어를 잡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3마리를 잡았는데 아주머니가 굳이 1마리를 떨어 트린다.
2마리를 통에 담고 바라 보고 있으니까 어디 구석에 쳐박혀 있었는지 죽어 있던 건져낸 오징어의 반토막만한 것을 건져 내더니 회 손질하는 곳에 있던 빨간 바구니에 담는다.
한마리를 더 잡아야 하는데 어찌저찌 처음과 같은 빨간색 오징어를 처음보단 작지만 한마리 잡아서 통에다 추가를 하고 손질하러 간다.
기분이 쌔해서 회 손질하는 곳이 잘 안보이게 되어 있어서 들여다 보니 죽어 있던 새끼 오징어를 손질하여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제대로 된 오징어 한마리는 빨간통 밑에 따로 놔져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아주머니는 처음 잡았던 2마리를 마져 손질하고 통에 담는다.
따로 빨간바구니 밑에 놔져있던 오징어는 집어 들고 망설이더니 손질을 하지 않고 커다란 통으로 던져 넣는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까 말한다.
"회 손질하는데 들여다 보면 잘하다가도 제대로 안되요. 저쪽 의자에 가서 앉아서 기다리셔요"
"네"
대답하고는 서서 지켜 보았다.
아주머니는 지켜보니까 마음이 불편한가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질된 오징어를 껍질 벗기는 기계에다 집어 넣는데 앞에 잡았던 2마리와 죽어서 건져낸 작은 오징어 한마리다.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왜그러느냐고 예전같으면 따졌겠지.'
'그러지 말자. 저아주머니의 먹고 사는 방법이겠지.'
'내가 조금 덜먹지 뭐.'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은 불편하다.
오징어 회는 살아 있는 것만 회로 만든다.
그만큼 신선도가 빨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손질도 잘해야 한다. 왜냐면 오징어에 기생충이 많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도동항에서 장성 스럽게 손질하던 아주머니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뽀얗고 하얗고 먹음직 스럽던 오징어 썬거 담긴 모습도
'더 바라보지 말자.'
다른 횟집은 어떤가 한비퀴 돌아보면서 이리기웃 저리기웃
철희는 술을 제로콜라와 씨유로 사러 간다.
기다렸더니 알록달록한 오징어 잔뜩 썰어 놓은 것을 들고 나온다.
아까 껍질 벗길 때만 해도 뽀얀 속살들이었는데 오징어를 썰면서 그새 또 다른 장난을 쳤을까?
한번 신뢰를 잃으면 하는 짓이 전부 옳게 보이지 않는게 문제다.
기계로 껍질 벗긴 것을 제대로 맛깔나게 짜잘하게 가늘게 썰었을 수도 있는데 수북히 쌓인 오징어 회도 부담스럽다.
초장 셋트가 3000원이래서 하나 사고 상추는 위에 가서 사던지 씨유가서 사랜다.
위층에 올라갔더니 와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한가득 들어 앉아 북적북적
놀라서 3000원자리 상추 하나 사들고 나온다.
집에 와서 수북한 오징어 회를 꺼내 놓았지만 기분이 별로다.
그렇다고 철희한테 오징어를 바꾼 이야기는 다음 날 하기는 했지만 내 기분 나쁘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제로 콜라를 홀짝 홀짝.
요기까지 써 놓고 돌아다니느라 스톱했다가 울릉도 다녀온지 벌써 일주일이 지난 다음 썼는데도 분위기가 비슷하게 써진 것을 보면 기분이 정말 나빴었나 보다.
글을 쓸 때에는 감동을 받은 현장에서 바로 쓰는 것이 제일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하루 정도 지나면 처음의 감동 대신 조금은 이성적으로 정비된 내용으로 추려서 쓰기 마련이다.
또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는 왠만하면 감동은 많이 사라지고 이성적인 내용으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만 쓰기 마련이다.
이번 글을 통하여 현장에서 쓴 내용과 몇일 지난 다음 쓴 내용이 얼마나 다른가 비교 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