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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6. 서울의대 무의촌 진료

by 영숙이 201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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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무의촌 진료>   

 

   보건 지소에 출근했을 때

   서울 의대 학생들이 무의촌 진료를 위하여 면사무소 옆에 있는 청성 초등학교에서 진료 텐트를 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진료를 하는 기간 동안 4월에 무의촌 의사로 와 계셨던 이 선생님은 뒤뜰에 상추를 심어 가끔 상추를 뜯으러 오던 부인과 함께 여름휴가라는 것을 갔다.

   초등학교로 안양 언니와 함께 가족계획을 위하여 갔을 때 영숙은 초라하게 보이는 자신이 돌아보아졌다. 

   그들의 하얀 얼굴에 서울 대학 의대라는 그 명문에 질려서.

   

   그래도 교실에 들어가서 이를 뽑는 치과도 돌아보았고

   접수처에서 사람들에게 가족계획의 권유도 하였다.

   학생들은 기생충 검사를 위한 채변을 하고 소화제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 노루모가 주종인 소화제였지만.

   

   무의촌 무료 봉사를 온 학생들에게 밥 해 줄 아주머니들을 구해 주고

   이 바쁜 농사철에 가마솥을 구하고,

   산에 나무도 벨 수 없는 실정에 밥해 줄 땔나무를 해결해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농촌에서도 산에 나무를 베지 않도록 연탄을 권유하는데 어쨌든 해결해야 해서 밥은 부녀회에서 돌아가며 하기로 하고 가마솥은 소가 없는 집에서 빌려다 주고 땔나무는 솔잎 혹 이파리 병으로 말라죽은 고속도로 변의 소나무를 베어 내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해결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온 학생들의 어려움도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보조해야 하는 면서기들의 어려움도 있었다.

   다음 날부터 그들이 진료를 끝내는 일주일 동안 초등학교에는 안양과 곽 양 언니가 가족계획 때문에 다녀오고 그 후에 두 사람은 곽 양 언니와 먼 친척이라는 뒷집에 낮잠을 자러 가고는 하였다.

   

   보건 지소 옆 집 할머니가 지나 가시 길레 인사를 하였더니 초등학교에 약 타러 가신단다.

  영숙이는 그 할머니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신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 무슨 약요? "

      " 소화제 타다 놓아야겠어요! "

 

   영숙이는 비로소 그렇게 환자가 많았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혼자 빈 사무실을 지키며 학생들이 리어카에 서너 명씩 매달려 물 나르는 모습을 바라다보았다.

   가끔 심심한 학생들이 와서 보건지소를 구경하고 갔다.

   영숙은 하릴없이 문학사상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이선생님은 5일 만에 오셔서 무주 구천동에 피서 갔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 피서하러 갔다가 고생만 실컷 했지! "

       " 거기보다 여기가 훨씬 좋은 곳이야! "

       " 여름에 강가에서 면 유지들 하고 천렵을 하였었는데 그만 이었지! 참 좋았었는데! "

 

   무료 봉사 마지막 날.

   보건소 지소장님께서 여학생 하나를 재워 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그 여학생을 영숙이 방으로 데리고 왔다.

   저녁은 국수였다.

   여학생은 먹고 왔다고 했다.

 

      " 난 살 좀 쪘으면 좋겠어요! 잘 먹고 하는데도 왜 살이 안 찌는지 모르겠어요! "

      " 국수 먹고 살이 찌겠어요? "

 

  쌀쌀한 여학생의 대꾸에 할 말을 잃었다.

  샤워 좀 할 수 없느냐 몇 번을 묻더니 우물가에서 한다니까 놀라서 뒤로 넘어지려 한다.

 

      " 누가 보면 어떡해요! "

      " 괜찮아요! 깜깜한데 누가 봐요? 우리는 매일 우물가에서 하는데요! "

      " 그래도 밖에서 바라보면 보이잖아요! "

      " 어두워서 잘 안 보여요! 그리고 누가 들여다보겠어요? "

 

   한참 망설이더니 단호하게 말한다.

 

      " 그럼 미안하지만 제가 먼저 할게요! "

 

   농협의 주양과 영숙은 늘 같이 목욕을 했었는데......

   

       " 그럼 그러세요! "

 

   영숙이 방 앞 쪽마루에 앉아서 바라보니 우물 저쪽에서 혼자 물을 끼얹고 있는 여학생 모습은 희끄름할 뿐 보이지는 않았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정말로 수많은 별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별들의 잔치.

   

   영숙이의 텅 빈 가슴 가득히,

   젊은 그리고 쓸쓸한 가슴 안으로,

   별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맑고 차가운 별빛이,

   영숙이의 가슴을,

   젊음을,

   그리고 빛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자신의 이불을 모두 주고도 여학생이 잠자리 때문에 불편한 듯이 보여서 미안했다.

 

      " 교실이 불편해서 잘 수가 있어야죠! "

      " 전 옷을 입고는 못 자는데요! 우리 집이 강남 맨션 이거든요! 하루는 도둑이 들어왔지 뭐예요! 내 방이 2층인데 갑자기 아래층에서  ' 도둑이야! ' 하는 바람에 눈떠 보니까 분명히 창문을 잠그고 잤는데 달빛에 커튼이 펄럭이잖아요!  나는 옷을 하나도 안 입고 침대에 반드시 누워 있던 그대로였는데요!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옷을 입고는 못 자겠어요! "

      " 도둑은 어떻게 됐어요? "

      " 훔쳤던 물건도 그대로 두고 ' 도둑이야! ' 소리에 놀랐는지 그냥 달아나 버렸어요! "

 

   밤이 깊어 가는데도 잠을 잘못 이루고 뒤척인다.

   드디어 12시 가까이 쯤 일어나서는 중얼거렸다.

   

      " 교실에서 그냥 있을걸. 지금 갈 수도 없고! "

 

   영숙이는 잠결에 그 소리를 들었다.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영숙이에게 그 여학생의 존재는 영숙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날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딴에는 미역국도 끓이고 없는 찬이지만 마음을 다해 밥상을 차렸다.

   

       " 식사하세요! "

       " 아니에요! 가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잤어요! "

 

   세련된 모습으로 깍듯이 인사를 하고 사양을 한다.

   여학생의 예쁜 모습에서 그리고 세련된 태도 때문에 영숙이의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불편해졌다.

   

   오전에는 술도가의 이 부인이 보건지소장과 봉사 활동 온 학생들 네댓 명 그리고 영숙이까지 초대했다.

   과일과 차, 떡을 대접하며 서울에 있는 딸 자랑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는 서울 아파트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주면서 놀러 오라고,

   연락하라고 수선을 피운다.

   

   영숙은 한 옆에 조용히 앉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멀뚱이 앉아서 이 부인의 얼굴을 바라 볼 뿐이었고 이 부인의 상기된 얼굴을 지소장은 고개를 숙여 피하면서 찻잔을 들여다보며 씩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떠나갔다.

   

   영숙은 영숙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청량함의 끝판왕 스위스 ~ 태어나면 꼭 가봐야 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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