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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선 버드나무 > 4. 복숭아 과수원

by 영숙이 2019.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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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과수원>   

 

   그날 밤.

   옆방 농협에 다니는 주양이 복숭아 밭을 가자고 하여 주양과 같이 농협에 근무하는 차양하고 복숭아를 사 먹으러 갔다.

   

   낯선 논둑길을 더듬더듬 지나서 냇물에 놓인 징검다리를 위험스럽게 건널 때에는 두려움과 함께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 속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정말 새카맣게 캄캄하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부다.

   불빛 한개 없는 시야는 새카맣게 캄캄하고 하늘에 별은 어쩜 그리 많이 총총한지

   비로도 처럼 까만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저 많은 별들은 어디서부터 나타났을까? 

  저렇게 많은 별들을 본 기억이 없다.

 

  개구리는 우리가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잠잠 해지다가

  발소리가 멀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운다.

  개굴 개굴.

 

  넓은 과수원을 통해 커다란 개가 컹컹대는 마당으로 들어섰다.

     

      " 누구세요? "

      " 복숭아 사 먹으러 왔어요! "

      " 누구라고? 농협에 주양 아냐? "

 

   마루에 앉았다가 그제야 내려온다.

 

      " 얼마치나 줄까? "

      " 천 원어치 주세요! "

 

   자그마한 소쿠리에 복숭아를 세어 씻어서 담아 준다.

   옛날 시골 외가 동네에 놀러 갔을 때에는 그냥 양껏 먹으라고 내놓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그건 정말 추억에 불과 한가 부다.

   

   과수원 아줌마의 태도에서 과수원 초입에 매어 놓은 송아지 만한 검은 개에서 야박해지고 각박해진 시골 인심을 본다.

   하긴 주인 할머니는 마당에 심어 놓은 푸성귀도 우리한테 돈을 받고 판다고 하니까 과수원 아주머니를 나무랄 일도 아니었다.

   

   참 맛도 없지!

   어두운 데서 먹으면 예뻐진다는 복숭아벌레가 있음 직한 푸짐한 복숭아와는 거리가 먼 탱글탱글한 복숭아였다.

   어렸을 적 밤에 다 큰 처녀가 마실 다닌다고 외할아버지한테 이모가 천둥 같은 야단을 맞는 소리에 깨어 일어나 앉은 영숙이에게 이모가 한 밤중에 몰래 쥐어 준 복숭아는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돌아서 오는 길은 피곤하였다.

   

   낯선 곳.

   가로등이나 민가에 불빛이 전혀 없는,

   하늘에 달조차 떠 있지 않은 캄캄한 곳.

   하늘에 별만은 총총히 박혀서 빛나고 있었지만

   사위가 젖어들듯 어둠으로 꽉 차

   낮과는 달리 춥기까지 하였다.

   

   이런 시골의 이토록 철저한 어둠과 밤은 너무도 오랜만이다.

   어쩌면 사춘기 이후에 처음 겪는 어둠일런지도.

   밤하늘의 별까지도

   정말 낯설기만 하였다.

   

   논둑길을 논 속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디뎌 걸으면서 이곳에 와서 이렇게 걷고 있는 스스로가 참 이상하게 여겨졌다.

   영숙이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영숙이가 이제까지 꿈꾸어 온 장면 중에 이런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실제 겪고 있으면서 실제 상황이 아닌 거 같은 느낌.

   내가 왜 여기를 걷고 있지?

   무엇 때문에?. 

 

   도시의 어둠과는 전혀 다른 시골의 어두움.

 

   너무 오랫동안 도시의 밤에 익숙히 젖어 있었던 탓으로 이렇게 짙은 어둠이 한 여름의 더위를 신선하게 털어 주는 것이 이상스럽게 느껴지는가 부다.

   

   도시와 전혀 다른 이질적인 시골의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집에 돌아온 영숙이는 앞으로 이 곳에 적응할 일이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콩꽃 >.

 

   아침에 일어나니

   창턱에 까지 콩꽃이 피었다.

   

   간지럼 타는 콩줄기

   

   살금살금

   내 마음에 줄기가 되어 꽃을 피웠네.

   

   그대 미소가.

   꽃에 있는 이슬이 되었네.

   

   태양이 떠오르면

   새하얀 빛으로 오려나

   

   그대 마음.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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