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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14

by 영숙이 202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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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나에게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봄이라는 과객에 의하여 물러나고야 마는 것 같아.

  이렇게 자연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바뀌거늘 우리의 주위의 사람들은 새로움이 없이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 같아.

  좀 더 새로워지고 좀 더 변화가 있는 그러한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 같아.

  이제 우리의 가슴에도 봄을 맞이 하여야겠다는 자세와 마음 가집이 되어 있어서 봄을 진정한 나의 마음의 봄으로 맞이 하여야 할 거라고 생각해.

  만물이 약동하듯 우리의 마음도 겨우내 얼었던 것과는 달리 이 봄이 하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야 봄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아. 

 

  오늘 학교를 갔다 왔는데 확실히 학생은 학교에 있어야 하고, 학교는 학생이 존재해야만 둘다의 존재 가치가 세워지는 것 같아.

  방학 중에 학교를 갔을 땐 학교가 폭퐁이 휘몰아 간 뒤의 건물 같더니 오늘 학교를 갔더니 학교 자체가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는 착각을 갖도록 만들더군.

  오늘 학위 수여식(졸업식)이 있었는데 우리 합창단이 교가를 부르기로 되어 있어서 단상 옆에 자리를 하고 졸업식 하는 광경을 전부 다 지켜봤는데 이것이 바로 졸업식이라는 것이구나라고 생각이 들더구나.

  더우기 박사 학위를 받는 그런 사람을 볼 때는 부럽기도 했어.

  좌우간에 졸업식에 참가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졸업식의 분위기와 졸업식장의 규모 또한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어.

  나도 빨리 그 자리에 서 봤으면 하면서 그 자리를 뜰 때는 아쉬움이 무척이나 남았었어.

  내년에는 작은 누나 졸업식이 있으니까 한번 와봐.

 

  그러고 보니까 가장 주요한 안부에 대해서는 안 물어본 것 같은데 누나는 몸 건강한지 모르겠어.

  이곳에 부모님들은 나와 누나의 등록금 문제만 빼어 놓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공부좀 열심히 할껄하는 아쉬움이 안타까움과 함께 뒤범벅이 되어 답답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해서 모든 일이 손에 안 잡혀.

  이런 방황도 빨리 정리하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해야겠지?

  요즘은 타자도 열심히 치고 있어.

  거의 하는 일이 나가는 일하고 집에 오면 타자 치는 것이 내 일과야.

  그 덕분에 타자는 어느 정도 칠 수 있어.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고 몸 건강히 지내기를......

  나도 내 맡은 바 열심히 할게.

                                            1984. 2. 22 대전에서 민석이가.

 

 

2. 사랑하는 나의 언니 보세요.

 

  어제는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그런 속에서 언니의 글은 단비처럼 촉촉한 마음으로 뿌려졌지요.

  삼자의 마음은 무척이나 객관적이면서도 쉬 버게 단언할 수 있다는 특징들이 있더군요.

  내가 쉽게 토해냈던 위로의 말이나 충고의 말들이 당사자에겐 더 큰 거리감만 줄 수 있다는 것 ㅡ.

  우린 부녀이면서, 형제자매이면서

  때로 완전히 그 마음을 적절히 위안하지 못하고 타인보다 더 먼 이질감 속에서 진정 더 외로워하고 괴로워해야만 하나요.

  그것이 인생이거니 무차별 도매값으로 넘기기엔 너무나 큰 명제입니다.

   .

   .

   .

  부부. 연인

  이 또한 모순덩어리인 듯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애태우고 속상한 일들로 해서 나의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분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허비해야 함이 더욱 삶을 조급하게 채찍질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즈음의 아는 갈등과 슬픔의 연속입니다.

  수년간 쌓아온 사랑의 탑이 무너져 내릴 것  같습니다.

  차라리 오늘은 풀리지 않은 채로 접어 두기로 했습니다.

  너무나 힘들어 온 몸이 마비되고 의욕이 상실되기 때문이죠. 오늘은 좋은 날씨에 고쳐 먹은 마음 탓인지 컨디션이 좋고 본래의 나를 찾은 것 같네요.

 

  언니

  굳이 남녀가 합쳐 살 의미가 있을까요.

  더 더우기 퇴색된 사랑의 끈을 덜미 삼아 결혼이라는 속박으로 끌려들어 가야 하나요.

  찬씨는 우리 둘의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는군요.

  내가 마음이 아프든 어디가 아프든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는 척해요.

  나를 괴롭게 하고 혹여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그렇게 필요합니까.

  토요일, 일요일은 나를 두렵게 해요. 혼자 있어야 하니까.

  언니 생각에는 유치하겠죠. 내가 순진했고 너무 기대가 컸고 바보예요.

  남녀 관계가 다 그런가요. 아니면 우리가 변한 건가요. 난 차라리 완전한 이별 선언을 하든지 그전처럼 행복해지던데 결단을 내리고 싶어요.

  후자는 불가능하겠고 전자의 결단을 하는데 조언을 부탁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찬이 씨의 말일뿐 행동으로는 전혀 수긍이 안 가요. 난 사실 의심이 들기도 해요.

  이 모든 것이 내가 부족한 탓이죠. 믿음이 없고요.

  가엾은 숙.

  정말 억울해.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처음의 맹세와는 너무나 달라요. 몹쓸 사람.

  왜 이런 낭비가 있어야 하는지

  처음부터 이런 낭비가 있어야 하는지. 처음부터 예정된 길이었는지. 난 끌려 다닌 것 밖에 안되죠. 사랑의 좌표도 정하지 않고 그저 표류한 것이에요.

  너무 완벽하게 이상적인걸 원한 탓일까요? 

  하긴 과거야 어쨌든 이제는 현시점에서 나의 방향과 이상향, 태도를 확실히 정해야겠죠.

 

  넋두리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완전 성인으로 향한 진통의 시점 이리라 생각도 들어요.

  오늘 날씨가 꾸므레 하네요.

  8년인가 하는 가뭉이라는데 속시원히 비나 내렸으면 증권에 대해서 수시로 정보 주세요. 특히 현대증권 언제 팔아야 할지.

  이번 토요 이러엔 우리 교직원 소풍 치악산인가 하는 데로 간대요. 열심히 즐겁게 갔다 올게요.

  26일은 세리 백일 27일은 민석 생일.

  백일잔치는 안 한데요. 편지나 띄울 거예요.

  꿀과 호박은 엄마가 갖다 줄 거예요. 내가 헌금하는 교회 전도사가 꿀도 하는데 잡꿀이 있다면 갖다 준대요. 고맙게도.

  27일 민석 생일에는 부 ~ 폐 먹으러 갈 거예요. 1인분 ₩7.000짜리 먹고 싶지요. 침이나 흘리세요.

  어제오늘 이어서 쓴 거예요. 다음엔 잘 쓸게.

  조카와 형부 모두 잘 있겠고. 더욱 잘해주세요. 행복한 우리 언니 만세 ~~~

                                                           1988. 10. 20 숙

 

 

3. 할렐루야

 

  Jesus replied,   " I am the Bread of Life. He who comes to Me will never hunger and he who believe in Me will never thirst. <요한 6:35>

 

  오늘 아침에 묵상된 말씀이에요.

  새삼 뜨겁게 느껴져서 적어 봤어요.

  신선한 아침이에요.

  사방에서 아침의 노래들이 들여오는 듯하군요.

  사람들은 제각기 "아성"을 가지고 그 틀속에 박혀 살아요.

  그렇지 않으면 존립조차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평생을 분노와 대립 속에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지겨운 일이죠.

  그리스도를 믿는다 하면서도 거꾸러지는 자신을 보며 정말로 약하다 함을 느낄 때가 많답니다.

 

  "길은 여기에" 마우라 아야코 읽어 보셨겠죠.

  깨끗하게 정화된 작품이에요.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갈등하며 바로 서야 하는가를 자서전적 서술로 공감 있게 쓰였다고 생가해요.

  역시 책은 마음의 양식이에요.

  길이 있어요.

  모든 나를 불편하게 하는 불편함으로부터, 의식으로부터 벗어나서 행동하고 싶어요.

  진정 자유하는 자 안에서 자유롭고 싶군요.

  "길은 ~"에서도 자유에 대해서 날카롭고 바른 평가를 했더군요.

  우리 모두는 책임과 의무마저도 회피한 채 "자유"라는 도피성으로 전가해서는 안 되겠죠.

  그것이야말로 방종일 테니까요.

 

소쩍새   ㅡ 그리움이라 부른다.ㅡ

 

나의 소쩍새여

그대는 도대체 어느 만큼 서있는가!

만질 듯 잡힐 듯

아쉬움 구나

 

가까이 있을 땐 필요함이 되고

멀리 있을 땐 충분히 되는구려

 

소쩍새는 그리도 구슬픈 소리로 우는가

가족을

연인을

생사고락을...

무엇인가

 

그래

우리 다 같이 울어보자꾸나 

다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영원히 목이 터지도록

소 쩍 소 쩍 소 쩍.        ㅡ 끝 ㅡ

 

  아주 졸작이죠.

  어느 날 출근길에 가족 모두가 그리운 거예요. 

  그리고 흩어져 사는 게 막 서글픈 거예요.

  그래서 일사천리로 적어봤죠.

  그래도 내 마음 어느 구석엔가 시를 운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하나님께 감사드린답니다.

 

  언니.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삶을 부여잡고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의 떡을 먹으며 이 목숨 다하는 때까지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살도록 해요.

  최소한 나에게 있는 모든 것에게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이 세상에 생명을 갖고 태어난 것이니까요.

  요즈음 시국이 어지러워요. 예전에도 그랬던가요.

  꽃처럼 젊은 꽃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산화되어야 하는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픈 흔적 외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 기반 위에 더욱 찬란한 이 조국이 되겠죠.

  그러리라 확신하며 젊은이들이 주 예수를 바로 알아 무모한 행동을 삼갈 수 있도록 기도해요.

  조카에게도 이모가 건강하란다고 전해 주세요.

  무럭무럭 꿈나무들 자라거라.

  언니, 집주소와 형부 직장 주소가 바꾸지 않았는지 적어 주세요.

                                                                 88. 6. 14. 쫑숙.

 

 

4. 존경하는 선생님께

 

  선생님 그간 별거 없으신지요?

  저는 선생님께서 염려해주신 덕택에 잘 있습니다.

  진작 선생님께 편지 못 드려 죄송합니다.

  이제 개학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선생님께선 방학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선생님!

  세월은 참 빨라요. 벌써 1년이 흘러 2월이 가면 3월에는 2학년으로 진급하니까요.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이별을 생각하면 슬픔이 앞섭니다.

  선생님! 저는 그동안 선생님께서 맡으시는 반 학생이 된 걸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선생님께서 그동안 저희들을 위해서 애써 고생하신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빨리 뵙고 싶어요.

  또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요.

  선생님과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1987. 2. 3  제자 손 명희 올림. 

 

 

 5. 선생님께

 

  따뜻한 이불속에서 감미로운 멜로디를 청취하며 선생님께 펜을 들어 봅니다.

  먼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하나하나 가벼워져 갈 만큼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내일이면 밸런타인데이와 졸업식이 있는 날입니다. 아니 사랑과 이별이란 표현이 더욱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또 새로운 각오로 새 학기를 맞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하나하나 세워 나가야 합니다.

  늘 말썽만 부리고 기쁜 일도 없는 저희 반을 담임 선생님께서 이끌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늘 저희들을 위해 좋은 말을 해주시며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신 선생님과 헤어질 날도 몇 주 안 남았습니다. 한편으론 슬프고 아쉽기만 합니다.

  조회 때마다 미용체조니 이야기를 해줄 선생님도 이젠 볼 수 없겠지요. 지금 심정으론 한잔의 진한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선생님과 저희들과의 대화와 접촉이 없어 선생님에 대해 아는 것이 적습니다.   

  선생님 저는 평소에 편지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적었으니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선생님의 가정에 행복이 깃들길 빕니다. 또 건강하세요.

  그럼 성의 없이 쓴 편지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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