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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도. 바람. 파도

by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4.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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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도. 바람. 파도 >  

슬도에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친다.
그래서 슬도에 가면 파도 치는 소리가 들린다.
거의
언제나
파도가 없는 날이 있기는 하지만 드물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은 날.
바람 소리가 듣고 싶은 날.
슬도를 간다.

슬도라는 이름도 바위에 구멍이 있어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바위에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

슬도를 가면 어제든 싱싱한 파도 소리가 한 가득
세파에 너덜 너덜 해진 영과 혼에 싱싱한 바람을 가득 불어 넣어 준다.

지난 주에 같이 왔던 환이 샘은 울산에서 40년을 넘게 살았는데 슬도를 몰랐다.
심지어는 지난 해에 남편이 현대 대학 병원에 6개월간 입원했는데도 이곳 슬도를 한번도 안와 봤다고 했다.
대학 병원에서 슬도까지는 10분인가? 15분이면 오는데 그냥 한동네 인데도 못와봤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중국에서도 오고 일본에서도 오고 러시아에서도 오는 슬도를 평생 처음으로 와봤다는게 더 신기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
바람과 파도가 조용한 날.
이래 저래 수 없이 다녀 갔어도 슬도가 좋다.

왜 좋을까?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태평양 어디에서 부터 달려 오는 파도를 보는게 좋아서일까?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슬도에서는 파도를 부르는 바람이 좋아서 일까?

봄여름가을 카페 앞에 있는 으악새일까? 억새일까?
꽃처럼 예쁘다.

바다를 배경으로
카페를 등에 업고
바다 끝에 배들을 깔고
바람에 나풀대다 넘어질듯 기울어지는 가을 억새일까? 으악새일까?
좋다.

왔다가 떠나가는 사람들도 좋다.
커피 한잔에 파도 소리 한바구니 담아 가지고 떠나가는 사람들도 좋다.

바람 속에 말간 가을 볕이 들락 날락 한다.
바다와 파도 위로 뭉게 구름이 흘러 간다.
뭉게 뭉게 흘러가는 구름도 좋다.

한 천년 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철희랑 싸웠는지 몰라
한 오백년 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는지 몰라
한 백년 살 것도 아닌데
왜 그리 힘들게 살았는지 몰라.

바닷가에 있는 작은 오두막 집이  
봄여름가을 카페가 되고  
사람들이 들락이는 명소가 되고
바람이 부는 바다를 품고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안아 주고

시간이 흐른다.
너의 시간도 흐르고
나의 시간도 흐르고
모두의 시간이 흘러
어디론가 떠나겠지.

먼 훗날.
봄여름가을 카페를 기억할까?
슬도는 기억하겠지.
슬도의 바람도
파도도 기억하겠지.
그때에도 여전히 바다가 있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밀려 올테니까.

오늘 행복하게 바람을 잡고 파도를 잡고
부끄러워지기 전에 티스토리를 써서 올리고 이 자리를 떠나련다.

모두들 행복하기를.
모두 감사해요.
감사해요.
감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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