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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또순이 입학식 >
또순이가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빨간 란도 시루 가방을 등에 매고 학교를 갔다.
운동장에 선생님들이 서 계셨고 또순이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서 그 앞에 한 줄로 서 있었다.
" 앞으로 나란히! "
" 바로! "
고만 고만한 아이들 틈에서 팔을 앞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집으로 가라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가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또순이의 입학식이었지만 웬일인지 엄마가 더 흥분하고 긴장한 것 같아 보였다.
' 입학기념사진. '
사진관에 가서 앞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등에는 빨간 란도 시루 책가방을 맨 채로 찍은 흑백사진.
지금은 색이 바랬지만 어렸을 적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에 하나다.
" 지금 보니까 진짜 촌발 날린 당. ㅋㅋㅋ "
< 8. 할아버지 하얀 수염 >
충청북도 양산군 누교리.
고목 같은 커다란 호두나무가 지키고 있는 집이 또순이의 큰집이다.
겨울에 큰 집에 놀러 갔는데 큰엄마가 고염을 준다고 본채 뒤뜰로 오라고 하였다.
" 맛있는 고염! 맛있는 고염! "
" 룰루 랄라. "
뒤뜰 고염 나무 아래 우물곁에 서 있는데 사랑채에서 솜을 두둑하게 넣은 하얀 한복 윗도리와 바지를 입은 할아버지가 툇마루로 나와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 할아버지시네? 안녕하셔요? "
" 사람을 몰라봐! 인사해도 누군지 몰라! "
그렇다고는 해도 할아버지의 눈이, 시선이, 평소에 못 보던 우리가 있어서인지 자꾸 따라온다.
누구일까? 생각하시는 것처럼.
속으로
' 아무리 몰라보신다 해도 인사 정도는? '
할아버지는 하얗게 수염을 기르고 상투를 튼 하얀 머리에 탕건을 쓰시고 계셨다.
그냥 어느 선량한 옛날 선비 같은 모습이셨다.
툇마루에 하얀 옷만큼이나 곧 겨울바람에 꺼져갈 듯 쇠잔해진 몸으로 서 계시다가 곧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풍성한 하얀 수염이 아닌 염소 수염처럼 성글지만 길이는 많이 긴 수염을 하셨던 할아버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뵈었던 할아버지.
<9. 짚신과 나막신>
여름방학이 되어 큰집에 갔다.
큰집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 사랑채는 물건들을 넣어두는 곳으로 쓰이고 있었다.
큰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데 사랑채 뒤쪽에 닭을 키우던 조그만 닭장이 하나 있었다.
안에는 볏짚으로 만든 짚신이 몇 켤레 있었고 나무로 깎은 나막신도 몇 켤레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나막신이 큰집에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 할머니, 여기 나막신이 있네요! 이거 신을 수 있어요? "
폴더처럼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대답하셨다.
" 요즘은 안 신어! 옛날에 비 오는 날에 신었지! "
" 이거 누가 만든 거여요? "
" 장에서 사 왔나? 누가 만들었나? 기억이 안 나는 걸? "
" 짚신은 누가 만들었어요?"
" 큰아버지가 만들었지! 요즘은 신는 사람이 없어서 안 만들고 그건 옛날에 만들어 놓은 거지! 옛날에는 짚신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았었지!"
하얀 고무신이나 까만 고무신을 신던 시절에,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짚신을,
비가 오면 신을 수 없었던 짚신하고 나무로 파서 만든 나막신을 보니까
정말 신기하고 큰 집은 진짜 시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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