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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큰집 호두나무
큰 집에는 헛간 쪽으로 무서운 동물이 나온다는 커다란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앞마당 담 바로 바깥쪽으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두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면 길고 긴 대나무 장대로 그 호두나무를 두드려서 호두 열매를 땄다.
호두나무는 얼마나 큰지 가마니 3개를 가득 채웠다.
방금 딴 호두 열매를 우리가 먹는 호두로 만들려면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야 했다.
또순이는 방금 나무에서 딴 부드럽고 하얀 호두 속살을 먹고 싶어서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기기 위해서
돌로 찧고 발로 뭉개고 나무로 애써 문지른 다음에 겨우 호두 한 알을 얻어서 딱딱한 속 껍질을 깨고 뽀얗고 하얀 호두 속살을 그야말로 얻어먹었다.
때로는 큰 집 앞에 흐르는 조그만 시냇물에 가지고 가서 돌로 깨고 문지르고, 그러다 보면 손바닥과 손가락이 호두 껍질 물이 들어서 짜글거리는 진한 갈색이 되었다.
놀러 간 또순이가 있기 때문에 먹을 수 있었던 우리끼리 벗겨 먹는 호두 몇 알만 빼고 나머지는 가마니에 담아 헛간에 놓아둔다고 했나? 어디에 파묻는다고 했나? 그러면 겉껍질이 까맣게 썩어서 살짝 만 눌러도 호두 알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호두 알맹이는 하얗고 뽀얀 속살이 아닌 약간 누리끼리 한 고소한 속살이다.
11. 큰집 가는 길
또순이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양산에 버스가 안 다녀서 옥천에서 이원 면까지 버스를 타고 이원면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큰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버스로 30분.
어린이 걸음으로 걷는 거 2시간.
이원 초등학교를 지나 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밭에 있는 작고 빨간 벽돌 집을 지나고 저수지 옆을 따라 산 밑에 있는 도로를 하염없이 걷고 또 걷고.
저수지 끝나는 곳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건너면 첩첩이 산만 있는 도로에 사람도 없고 고요한 중에 새소리만 들리는 곳을 한참이나 지나고 또 지나고...
사람 소리가 그리워질 때쯤.
저 멀리 빨간 양철지붕이 있는 집을 포함하여 서너 채의 집이 있고
큰집으로 들어가는 들어가는길이 있는 도로에 도착.
그 집들을 지나 바로 옆에 있는 리어카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길로 500미터만 가면 큰 집이 있다.
" 이제 다 왔네. 저 집 지나서 그 옆길로 가면 돼! "
" 또순이 누나, 그리로 가는 것보다는 논 사이로 있는 이쪽 길로 가서 대나무 있는 산 길을 넘으면 더 가까워! "
또순이는 무서웠다. 엉뚱한 곳으로 잘 못 갈까 봐.
" 아냐! 저 길로 가야 돼! "
" 또순이 누나, 나는 지름길로 갈래! "
" 또 돌아 또 돌아, 또 돌아, 그리로 가면 안 돼! "
뛰어가던 또 돌이 모습이 안 보이니까
쫓아가면서 또돌이 이름을 고래 고래 목 터지게 부르고 또 불렀다.
근처 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또순이 이름을 불렀다.
다행히 큰집 식구들이었다.
그쪽으로 가도 된다는 큰집 식구들 말을 듣고
그제야 안심하고
큰집 사촌과의기양양해하는 또 돌이와함께
대나무가 자라는
처음 가보는 산길을 넘어 큰집에 도착하였다.
12. 큰집과 디딜방아
큰집 싸리문을 벗어나면 바로 앞에 작은 헛간 같은 것이 있고 그곳에는 디딜방아가 있었다.
큰집에 올 때마다 디딜방아를 봤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딱 한 번 보았다.
뒷집에 아주머니와 큰엄마가 머리 위에 있는 가로 걸쳐져 있는 막대기를 두 손으로 손으로잡고 잘 깎여진 Y자로 된 나무 끝부분을 발로 밟으면 돌구멍 속에 있던 곡식을 빻을 수 있는 디딜방아가 위로 올라간다.
할머니가 방아 끝이 올라가면 재빠르게 돌 구멍 속에서 불린 쌀을 뒤집는다.
" 쿵덕, 쿵덕, 쿵덕 "
한 번도 박자가 틀리지도 않고 할머니 손도 디딜방아에 다치지도 않고 재빠르게 잘 움직인다.
그렇게 디딜방아로 하얀 쌀가루를 만들어 내었다.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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