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친정 엄마를 만나고 왔어요.>

그동안 이런 일 저런 일 때문에 24년 10월에 친정 엄마랑 쫑숙이랑 충북 대학 병원을 다녀 오면서 청주에서 하룻밤 자고 25년 3월 11일 오늘 엄마를 만나러 갔다.
세월이 간다.
겉으로 보이는 엄마는 건강해 보이시는데 식사를 잘 못하시는게 안타깝다.
얼굴과 발이 부어 있었다.
할 수 있는게 뭐지?

지난주 수요일에는 시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갔었다.
어머니는 의식이 거의 없으셨고 심지어 눈도 잘못 뜨셨다.
눈에 눈꼽이 낀 채로 팔과 다리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고정되어 떠넣어 주는 죽을 삼키신다. 빨대도 빨 힘이 있어야 빠는데 못빨고 넣어주는 죽을 삼키시는 것이다.
팔 다리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억지로 움직이면 골절상을 입으신다.
친정 엄마와 어머니는 3살 차이니까 92세.
세월이 간다.
25년 1월을 지나 가더니 후딱 후딱 3월의 봄이 되었다.

엄마랑 쫑숙이와 제부와 남편 철희와 함께 추어탕 집에 갔다.
엄마의 나들이.
엄마의 나들이는 이제 동네 추어탕 집 정도.
나중에 똘이도 찾아 와서 함께 추어 정식을 먹었다.
눈 오는 날 어르신 유치원에 취직한 쫑숙이가 출근하다 삐끗해서 발등에 골절상을
입고 깁스를 한 쫑숙이와 엄마는 쫑숙이 아들 건이가 차를 태워서 친정 집에 모셔다 드리고 똘이와 철희와 jinsam은 코스트코에 갔다.
주로 식품류를 사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날씨가 따뜻하다.
봄 날씨.
따뜻한 봄 날씨에 물건 모으는 병이 있는 엄마와 똘이 때문에 물건으로 가득찬 집안에서 앉아 있으려니 갑갑했다.
답답한 마음.
밖으로 나가자고 하니까 엄마는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사실 나가고 싶어도 종숙이가 깁스를 하고 있어서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서 밀 수가 없다.
똘이가 휠체어에 태워서 밀어야하는데 코스트코에서 사온 식품을 냉장고에 정리 하더니 휘익 나가 버렸다.
거실에 가득한 물건들 속에서 불편한 맘으로 앉아 있다가 따사로운 봄 햇볕과 살랑 거리는 봄 바람을 찾아 나가는걸 포기 하니까 바깥 세상이 잊혀지고 그런대로 앉아 있을만 해 졌다.
웃긴다.
산더미 물건들 바라 보기를 포기하고 나니 물건이 눈에 안들어 온다.
엄마와 똘이도 그런걸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건들이 눈에 안보이는걸까?.

시어머니는 반대로 뭐든지 버리셨다.
요양원 들어 가시기 전에도 작은 마트용 제일 작은 봉 한줄에 걸려 있었던 옷이 전부였었다.
물론 일찍 치매가 온 탓에 소유 개념이 사라지신 이유도 있기는 하다.(어머니는 80세에 치매가 오셨다.)
아버님이 돌아 가셨을 때 인지 능력이 없으셔서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하루종일 잠만 주무시던 어머니는 이후 요양원에 들어 가셨으니까 벌써 7년 째다.
시댁에 처음 인사 갔을때 오래된 한옥이었는데 다락까지 물건들이 전부 동개 ~ 동개 ~ 싸놓여 있던 것이 신기 했었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는 칫솔질을 못하시니 칫솔 한개도 소유하지 못하고 계신다.
요양원에서 입혀 주는 병원 옷과 덮고 있는 이불이 전부이다.

친정 엄마가 대문 밖에 못나가신다고 하셔서 배달에 민족을 통하여 본죽에서 호박죽과 소고기 죽을 쫑숙이가 쫑숙이 아들 식이를 시켜 배달해 왔다.
엄마는 호박죽만 조금 드셨다.
엄마 체격을 유지 하시려면 좀 잡숴야 할텐디 ~
"억지로라도 먹어야 해여."
이렇쿵 저렇쿵 장단을 맞추고 죽을 먹으면서 쫑숙이가 말한다.
"이렇게 떠들면서 먹으니 맛있네."
"글치. 이게 사는 맛이지."
jinsam과 철희가 기차 타러 나갈 준비를 하는데 철희가 말을 한다.
"뒷베란다에 물건들 좀 재활용 하지?"
"앞베란다에 빈 화분 좀 버려야 하겠는디?"
"그려. 그려. 엄마. 사위가 앞베란다 물건들을 버리라는데 ?"
"안돼. 나 죽으면 버려"
"거봐 안되잖여. 그냥 냅둬. 엄마 사는 방식대로 살게"
예약한 기차를 타러 천천히 지하철 역을 향하여 걸어갔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