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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봉선화 꽃과 매미

by 영숙이 202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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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선화 꽃과 매미>   

 울산의 조선소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으면서 원룸이 비었다.

 경기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요즘 젊은이들이 월세와 관리비 그리고 전기세와 여러 비용이 2배 가까이 더 나와도 각종 편의시설이 다 들어와 있는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지은지 20년 된 원룸의 낡은 시설 탓으로 저렴하게 해도 시설이 좋은 새로 지은 집을 찾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호에 맞추어서 리모델링을 하고 가구를 바꾸어 주었다. 

 

 울산 땅에 수질 오염, 공기 오염, 토양 오염을 개선해 달라고 그리고 많은 일자리가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였다.

 전세대 인터넷을 바꾸면서 동구 조선소 근처에는 원룸이 비어서 인터넷을 해약하는 세대가 허다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서이다.

 그러고 보니 방만 얻어 놓고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건물 뒷쪽에 원룸 2칸이 있는데 새로 리모델링을 하고 제주도 산다는 총각이 와서 2달여를 살더니 보증금 달라고 하고는 고향으로 가버렸다. 원래 1년 계약이라서 보증금 안 내줘도 되지만 야박하기 싫어서 보증금을 돌려주고 바로 세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벌써 1년 이상 비어 있다.

 

 세가 나가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건물 뒷편에 화단에 이쁜 꽃이라도 심어 놓으면 괜찮을까 싶어 초화를 5만 원어치 사다 심었다.

 그런데 사다 심은 꽃이 일찍 찾아온 장마 탓에 절반 이상 비에 녹아 내려서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돈들여서 또 초화를 사다 심느니 봉선화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그 흔하던 봉선화가 찾기 힘든 꽃이 되어 있었다. 

                                                 봉선화 꽃과 매미소리 

 어렸을 적에는 어느 집에나 다 심겨져 있었던 봉선화.

 봉선화 꽃을 보면 꽃을 따서 손톱에 올려서 물을 들이고는 했었다.

 사촌 언니와 꽃을 으깨서 손톱에 봉선화 잎사귀로 감아 놓으면 다음날 손톱이 발갛게 물들어 있고는 하였었다. 

 

 어렸을 적 추억 때문에 여름만 되면 봉선화 꽃을 발견할 때면 새로 따지는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꽃송이를 주워와 물을 들이곤 했었다.

 이젠 흔하지 않은 꽃이 되어버린 봉선화 ~ 덕분에 봉선화 씨앗도 받기 힘들어졌다.

 

 마침 자주 가는 한식집 옆 빈 땅에 봉선화가 많이 심겨져 있어서 씨앗을 받았다.

 코로나 재확산 탓으로 손님이 영 줄어버린 식당에서 주말 점심을 먹고 나서는데 매미 소리가 정말 극성스럽게 울고 있었다.

 

  봉선화 씨앗을 받아서 바지 주머니에 넣고 매미를 찾아보니 바로 옆에 있는 나무 가까운 데에 앉아서 겁도 없이 맴맴 거린다.

 

 아파트 바로 앞에 초등학교에서 7월부터 8월 말인 지금까지 계속 공사 중이다.

 여름 방학을 일찍하고 아직 개학을 하지 않고 공사 중인데 낮동안 계속 소음이 나서 힘들었는데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이렇게 더운데 돈버느라고 저렇게 땀 흘리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니 시끄러운 소리가 참아진다. 사이 사이 들려오는 매미 소리도 참아진다. 있는 대로 음악 볼륨을 켜고 공사 소리는 사이드 메뉴쯤으로 생각한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조금만 생각을 고쳐 먹으면 된다.

 

 my life partner한테 믹서기를 엎어 놓으면 안에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하니까 1/3쯤 턱에 걸쳐서 엎어 놓는다.

 처음 볼때 마음이 불편했는데 본인이 토마토 갈아먹고 씻어서 엎어 놓고 출근한다 생각하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그래서 생각의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봉선화 꽃과 매미 소리.

 

 도시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식당 옆에 봉선화 꽃이 귀하고, 일제히 시끄럽게 울고 있는 매미 소리도 좀더 청량하게 들린다.

 

 공사소리 틈새 틈새로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아니니 얼마나 좋은지.

 오늘은 봉선화 꽃과 매미 소리로 삭막한 도시인의 마음을 채운다.

 

 방금 전에 톡에서 전원주택에 살면 알게 되는 7가지란 브런치 소설을 읽었다. 이것도 생각하기 나름. 

 

 오늘 새벽 기도 마치고 집앞에 있는 대공원으로 운동까지는 아니고 걷기를 하려고 가는데 비가 뿌려서 차를 돌려 맥도널드에 가서 드라이브로 맥모닝 컴보를 사서 집에 돌아와 커피 절반은 우유를 섞어 라테로 마시고 절반은 정수기 냉수를 타서 물처럼 하루 종일 마신다.

 전원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호사다. 좋은 풍경도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매일 보면 그게 그거다.

 

 이웃 간에 사이가 좋다 하지만 옛날 제자가, 자기가 나고 자란 시골 고향으로 40대에 들어 갔는데 늦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다 한마디씩 하기 때문이란다. 

 

  '이집 아직 안 일어났나 보네? 대문이 닫혀 있구먼.'

  '밭에 풀이 사람 키만큼 자라 있네. 풀 좀 매야 겠구먼'

 

 힘든 일주일을 보내서 주말에 늦잠을 자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밭에 아무것도 안 심고 버려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면서 불평을 한다.

 

 밤에 모기 한 마리만 있어도 잠을 못 자는데 시골에서는 아무리 조심하고 잡고 잡아도 모기와 파리가 집안에 상시 대기 중이라 한다.

 

 전원은 한 번씩 가면 정말 좋지만 제때제때 일을 안 하면 마당에 풀이 가득 해지는 곳이 다.

 또 집도 매년 손을 봐야지 버려두면 몇 년 후에는 구지레해져서 볼 수가 없게 된다.

 

 그 모든 것보다 정말 나쁜 것은 사정이 바뀌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할 때 제때 안 팔려 그냥 비워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자신의 성격이 전원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먼저 가서 월세로 1~2년 살아보고 맞으면 그때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생 안 떠나고 그곳에서 살아낼 수 있을지, 혹시 떠나더라도 그곳에 투자한 것에 대한 회수를 안 해도 될지...

 

 어렸을 적 봉선화 꽃에 대한 추억과 매미 울음소리처럼 우리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에서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다시 그때 그 시골로 돌아가라면 글쎄 ~

 

 예전에 살던 시골을 찾아가 보면 초등학교는 왜 그렇게 작게 보이는지, 동네 느티나무는 왜 그렇게 초라하게 보이는지

 요즘 은퇴해서 매일매일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지만 한 번씩은 생각이 난다. 

 그렇다고 그 시절로 돌아가서 그때처럼 살라고 하면 살아낼 것 같지 않다. 

 

 봉선화는 추억의 꽃으로 남겨 두고, 매미 소리는 여름 한 때 듣는 자연의 소리이고, 어렸을 적 추억은 어렸을 때 추억으로 행복하고, 치열하게 살 수 있는 때도 한때요. 젊었을 때 치열하게 살 수 있어서 지금의 여유를 누린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그냥 다만  감사할 뿐이다. 

매미와 매미 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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