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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태풍 빗나가다. 카페 빗나가다.

by 영숙이 2020.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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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빗나가다. 카페 빗나가다.>   

 

 며칠 전부터 코로나 재확산과 더불어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다고 연일 방송했지만 태풍은 바람 좀 불고 비가 두어 번 오락가락 한 다음에 끝나고 말았다.

 제주도에는 좀 강력하게 불어서 건물 외벽이 떨어지고 샷시가 깨어지긴 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 였다.

 

 말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한다.

 일기예보가 안 맞았다고 태풍도 크게 안왔는데 그 난리를 쳤다고.......   

 기상청 일기예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카페를 오픈한지 이제 4년 째이다.

 첫해가 지나고 둘째해에는 방과 후를 일주일에 두 번 가고 방과 후 안 하는 날에만 오픈했었다.

 작년에는 방과 후를 끊고 카페만 했는데 2학기 들어서는 손님이 한명도 없는 날도 있었다.

 

 가게란 오픈하면 누군가가 와서 물건을 사간다.

 토요일날 잠깐 들려서 물건 정리하려고 문을 열면 누군가가 와서 물건을 사 간다.

 그런 가게가 정상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한명의 손님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거다.

 

 실패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먼저 첫해 1학기 초에 시간대 별로 아이들이 달려왔었다.

 1,2학년이 가고 나면 3, 4학년 그리고 5, 6학년 이 들렸다 가면 중학생들이 왔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넘쳤지만 혼자 하다 보니까 바쁜 아이들의 요구에 다 반응하지 못해서 아이들을 많이 놓쳤었다.

 거기다가 1,2학년들이 몰려와서 한 아이가 가져온 과자를 나눠 먹고 흘리고 가서 야단을 쳤었다.

 

 "가지고 온 과자 먹으면 안 돼 ~ 여기서 사 먹어야지. 너네 학원에서 애들이 과자 가져와서 이렇게 흘리면서 먹으면 좋겠어?"

 

 매일 들리는 아이들이니까 그정도는 봐줄 수 있었을 텐데 ~ 덕분에 1, 2학년들의 발길이 끊겼다.

 

 가을에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학교 공부가 끝나면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었다. 

 다들 단골이 되고 매일 오는 아이들이니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또 또래집단에 친한 아이들끼리 오니까 점점 더 아이들이 안하무인이 되어 갔다.

 카페 바로 밖은 도로인데 도로로 뛰쳐 나가서 걱정이 되었다. 탁자 위에서 걸쭉한 액체 괴물을 주물럭 거려도 잘 참았었는데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휴지를 날려서 그중에 한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카페에서 휴지를 바닥에 이렇게 버려놓고 갔네. 너희 집에서는 안그럴거 아냐. 와서 치워줘야겠다."

 

 아이는 메세지 보낸 거에 분노해서 또래 5, 6학년 아이들이 그 때문에 끊어졌다.

 

 거기에 매일 들려서 미니 블럭을 사던 다른 학교 6학년 여자아이가 어느 날 가방을 들고 와서 바빠서 믿고 열쇠를 맡겼더니 미니블록을 몇 개 쓸어갔다.

 그게 동영상으로 찍혀 있어서 폰으로 확인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아파트 아래 집에 비슷한 또래인 엄마한테 상담을 했다.

 그 엄마는 매일 오는 아이라고 했더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장사하기 위해 아무말도 안 한다는 게 용납이 안되어 메시지를 넣었다.

 

 "동영상에 다 찍혔어. 그러면 안되는거 알지? 이번에 그냥 넘어갈 테니까 다시는 그러지 마"

 

 그날부터 그 아이는 카페에 오지 않았다.

 그 애뿐만 아니라 그 애와 친한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때서야 이해했다.

 

 작년에는 카페에 들리는 애들이 항상 밖을 내다보면서 촉각을 곤두 세웠다. 

 누가 지나가는지 힘끔 거리다가 얼른 나가버렸다.

 

  "외부의 압력이 있구나."

 

 단 한 사람의 거스름에도 아무리 맛있는 와플에 좋은 상품을 가져다 놓아도 소용이 없다.

 한 사람이 백사람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단골이 생기기는 했다.

 와플이 맛있다고 찾아오는 고등학생 그리고 3, 4학년 남학생들이 5, 6학년이 되면서 매일 들려서 단체 폰 게임을 10여분씩 하고 간다.

 사 먹지 않아도 놀게 했더니 몇 시간씩 놀다가 나가서 사 먹고 다시 들어와서 놀았다.

 

 결국 사람관리를 잘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작년에 겨울방학에 맞추어 일직 카페 문을 닫았고 올봄에 코로나 오면서 문을 열지 않았다.

 물론 열어도 되는 데 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지쳤으니까.

 

 2학기 되면서 문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카페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접어야 할까를 고민하였다.

 당연히 기도를 시작하였다.

 환상이 보이는데 공깃밥 공짜, 김치 공짜란 종이가 써진 게 보였다.

 메뉴를 고민하는데 분식집 떡볶이 판이 보였다.

 

 "카페를 계속하라는 응답일까? 이 환상이 옳은 건가? 말씀으로 얘기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닐까?" 

 

 카페를 둘러보니 파란 목재들이 페인트를 칠해달라고 아우성이어서 우선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하였다.

 앞에 부분을 칠하고 옆 창문 앞에 장식용 창문에 페인트를 칠하는데 말씀이 들렸다.

 

 "페인트 칠을 하는구나. 나라를 위한다면서 글만 쓰고 있었구나. ~~~"

 
 아주 슬픈 목소리로 분명히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뜻은 카페를 하느라 작은 일에 집중해서 큰 일를 알지 못하게 되니 나라를 위한 중보기도와 더불어 하시기 원하는 일을 분명히 알게 하셨다.

 

 카페 문을 닫는다.

 

 3년의 카페 오픈으로 연이와 출입문에 걸었던 스위스 소 방울을 남기고 문을 닫는다.

 

 카페 물건을 정리하는데 눈물이 왈칵할 것 같다.

 만감이 교차한다.

 손 터는 게 쉽진 않지만 내 성격에도 안 맞고  ~

 재미있었다.
 은퇴해서 3년이 가장 보내기 힘든 시기라는데 잘 보냈고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 내가 큰 손이라서 ㅋㅋㅋ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은퇴하면 카페 사장을 할 것이라고 꿈꾸었던 꿈을 이루었지만  실패한 꿈을 이제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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