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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와 전도/카페이야기

카페를 폐업하면서

by 영숙이 2020.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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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폐업하면서>>

 

  만 3년 8개월 전 2017년 1월 주니어를 위한 주니어 미니블록 카페를 오픈하였다.

 

  달동이라는 동네가 술집과 음식점으로 가득해서 아이들이 갈 곳이라고는 피시방 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궁리하다가 오픈한 카페다. 

 

  냉장고 벽에

 

  '중학생을 사랑하는 방법'

  '중학생의 사랑을 받는 방법'

 

  이란 글을 써붙인 지가 10년쯤 된다.

  이젠 실행할 기회가 됐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냥 음료수만 마시는 것은 시간 보내기가 힘드니까 미니블록을 사다가 비치하고 사서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냥 분식집, 떡볶이 집보다는 고급지게 만들고 싶어서 인테리어를 삼산의 고급 요릿집처럼 꾸미려고 애썼다.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아이들이 허름한 분식집에서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혼자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돈"

 

  얼마나 벌어야 만족할까나.

  돈은 소금 같아서 벌어도 벌어도 목이 마르고, 부족할 뿐이고, 더 벌고 싶은 게 돈이다. 있는 거로 만족하고 행복하면 최고다.

 

  어떻게 실패했는지는 블로그 중간중간 썼는데 결론은 인간관계 실패였다. 이번에 코로나가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계속 카페를 운영했을 것이다. 손님이 있건 없건 아이들을 위해서 연 카페니까 아이들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했을 것이다. 

 

  잘되면 좋지만 안된다 해도 일할 데가 있으니까

 

 '참 좋구나.'

 

 

 생각하고 계속했을 것이다.   

 카페를 하면서도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하면서 재정비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서고는 했는데 작년에는 많이 힘들어서 좀 일찍 겨울방학을 하고 봄방학도 쉬었다.   

 

 개학이 되어서 오픈하려고 하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봄 방학 때도 건너뛰고 미적이고 있는데 코로나가 터져서 바로 꼬리 내리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그동안 티스토리를 열심히 썼다.

 쓰고 싶은 티스토리를 쓰고 있으니 행복했다.

 쓰는 일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인간관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써 놓은 것도 있지만 그동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샐프 인테리어를 마치면서 집안을 다 정리했고 쓰기 시작하니까 무엇을 쓰고 싶어 했는지 조금씩 정리가 되어 엄두를 이겨 나갔다.

 

  그래도 어쩌다 가게 나갈 일이 있어서 가면 만나는 아이들이

 

  `가게 언제 열어요.' 

 

  묻고는 한다.

  3년 ~ 카페를 다녀간 근처의 초등학교 고학년들과 중학생 아이들을 다 기억한다.

 

  '2학기 때에는 열거야.'

 

  집에 갇혀있으니까 갈데없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찾는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2학기에 맞춰서 오픈하려고 준비하면서 기도를 시작하였다.

 

  "계속할까요? 그만할까요?"

 

  환상으로 보여서 찜찜했지만 페인트를 칠하면서 준비해 갔다.

  페이트 칠하는 중에 확실하게 알게 해 주셨다.

  더 큰일을 하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 문을 닫는다.

  마음은 가벼웠지만 폐업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 웬 물건이 그렇게 많은지

  ~ 버려야 할 유통기한 지난 음식은 얼마나 많은지 어차피 버려야 했지만

 

  3년 동안 했던 장사로 정말 많은 물건이 들어앉아 있었다. 꺼내고 꺼내도 또 나오고 또 나오고 ~ 슬로로 정리한다고 해도 참 많이도 나온다.

 

  이 근처 중학교에 근무할 때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이

 

  '빵상 아줌마'

 

  였었다.

 

  나는 이 동네에서 빵상 아줌마였다.

  무언가, 누구에겐가 좋은 일을 해보려 했지만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냥 빵상 아줌마.

 

  세상은 차곡차곡 돈 쌓은 것을 최고로 생각한다.

  무엇엔가 투자하고, 누군가에게 좋은 일 좀 해보려는 것은 별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혼자 만의 생각인 것이다.   

 

  인터넷 세대에 고무신 신고 걷는 건 아니다.

  배고픈 세대도 아니다.

  그리움이 있는 세대도 아니다.

 

  모두들 눈 앞에 있는 인터넷을 들여다보느라 지나가는 경치와 풍경을 놓치고 지나간 세월과 앞으로 다가올 세월을 못 본다.

 

  무엇인가 잘못 흘러가도 긴 안목과 분별력 그리고 지혜와 명철이 필요한 순간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훑어 보느라 무심코 흘러간다.

 

  미니블록 카페에 들어앉아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집중하고 와플 만드는데 집중하고 음료수 만드는데 집중하다 보면 많은 것을 놓칠 것이다.

 

  미니블록과 나오는 물건들을 당근 마켓에 올려 팔면서 속상할 때마다 이렇게 되물었다.

 

 '쓰는 게 좋아? 장사하는게 좋아? ~ 쓰는게 좋아.'

 '10년 동안 열심 장사해서 장사로 성공한다고 그 후에 남는 건 무얼까. ~ 앞으로 10년 동안 글 쓰는 게 복음에 더 유리해.`   

 

  이제 카페를 폐업한다.

  나오는 컵과 투명 그릇에 선인장을 키울 것이다.

  선인장을 키우면서 글을 쓸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글을 쓸 것이다.

 

  참 카페 하면서 한 명 건졌다.

  ~ 연이를 ~

  3년 동안 카페를 하면서 유일하게 건진 건 바로 연이 한 명 건졌다.

 

  만족한다.

  아파트에 이래저래 물건이 들어찼지만 만족한다.

  어제는 와플 만들던 밀가루 포대에 밀가루를 음식 수거함에 부으면서 남은 미련도 다 버린다.   

 

  무언가에 매이는 게 노예근성이라면 이제 카페를 버리고 날개를 단다.   

  좀 먹먹했던 마음을 비우고 가벼워진다. 

  하나님이 일으키는 새로운 물결 이 스마트 인터넷 시대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날개를 단다.

 

 마지막으로 제일 먼저 정리했던 커피 머신을 당근 마켓에 팔았던 과정을 여기 적어본다.

 

 /사브 커피머신 판매/ 10만 원/

 /수리해서 사용하셔야 함. 가져가셔야 함/.

 

/어떻게 수리해야 합니까/

 /커피머신 전문적으로 수리 하시는 분 소개해 드릴 수도 있구요. 성광여고 근처 머신기 파는 곳에 수리 의뢰하시면 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수리비가 어느 정도 나올까요/

/제가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카페를 하다 보니 수입 전문 커피머신이 필요 없어서 팔아요. 다 필요없어서 선 하나는 죽였고 하나는 하나는 작동 잘 되어요. ~ 그래도 분해해서 청소한 다음 다시 재조립해서 쓰셔야 합니다./

/사브 커피머신은 인터넷 들어가 보시면 가격 나와 있어요./

/답변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해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하시면 수리하시는 분 연락처 드릴 수 있어요. 그분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

/저희 집 기계 그동안 수리해 주셨으니까 잘 아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연락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디라고 할까요/

/기계가 이미 판매 예약되었습니다. 만약 불발인 경우 그때 이야기할게요./

/기계 수리하시는 분이 가져가셨으니까 수리해서 중고로 내놓으면 150일 텐데 그것도 금방 팔리더라고요/

/이런 기계 사서 완전 분해 청소해서 재 조립하는데 50 정도 들어요./

/카페 기계가 터무니없이 비싸지요? 거의 다 수입품이라서 그런데 이런 정도로 국산제품 새 거 사면 150이면 사는 줄 알고 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세심하고 친절히 응대를 해주셔서 집  대 청소를 한다고 휴대폰을 볼 수가 없어서 이제서 챗을 봤어요. 가게 하시는 것 같은데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몇 년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아서 힘드셨을 텐데 같이 힘내요. 좋은 하루하루 맞이 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마워요 /

 

/작동은 되나요?/

/우선 제가 찜하게요./

/작동은 되지만 전체 분해해서 청소하신 후 다시 재조립해서 쓰셔야 합니다./

/네네/

/중고 커피머신 판매하시는 분이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제가 살게요/

/네/

/딱 좋네요./

/언제 가지러 오실 거지요?/

/연락처 남겨주세요/

/다음 주 중 갈게요/

/언제 가지러 오실지 연락 주셔요/

/넵 거래 완료 해세용/

/네 알았습니다./

/혹시 못하시게 되면 속히 연락 주셔요. 다시 당근 마켓에 올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빨리 갈게요./

/네 알았습니다./

 

  울산 지역에 커피 머신 수리하는 분이 없어서 커피 머신이 고장 나면 대구나 부산에 수리업자를 불러야 하는데 이분들이 오시면 기본 출장비를 5만 원을 부른다.

  가벼운 연결줄 하나 바꾸어도 무조건 10만 원을 부른다. 매일 커피를 뽑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비싸도 고치는 수밖에 없다.

  수리비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이번에 우리 커피 머신를 가져 가시는 분은 머신기 구조를 파악해서 고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체격이 커다란 두 남자가 와서 들어내야 할 정도로 무거운 기계를 들고 가는데 시원섭섭하다.

  부디 수리하는 법을 잘 익혀서 울산에 있는 많은 커피 머신들 수리가 필요할 때 즉각 수리해주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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