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칼럼/해외여행

베트남과 슬픔

by 영숙이 2020. 10. 18.
728x90
반응형

 

 

베트남 비행기

<<베트남과 슬픔>>

                                오늘은 써야할 소재를 못찾아서 2년전에 다녀오면서 써놓은 베트남 여행기를 올립니다. 

 베트남에는 슬픈 이야기가 많다.

 오랫동안 중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벗어난 후 그들의 국민성은 여전히 명랑하고 쾌활해도 그 속에 감춰진 깊은 슬픔이 베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퉁차이를 타고 강을 맴돌 때,

 가는 곳마다 한국 사람이고 가는 곳마다 한국 사람을 위한 애씀이 보였다.

 그들의 달러를 향한 몸부림.

 

 우리나라가 6.25 이후 아무 것도 없는 세계 최빈국의 잿더미에서 미군들 트럭을 뒤쫓아 다니며 쵸콜렛 한조각 얻겠다고 "헬로우 기브미"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잿더미를 이기고 오늘날 경제대국 세계 11위를 이루어 냈듯이 베트남 사람들도 지금의 몸부림이 언젠가는 이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 배를 운전하던 젊은 청년은 수줍어하는 아가씨처럼 춤도 잘 못추면서 춤추려고 너무나 애쓰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바로 옆에 앉아 있어서 어떤 모습으로 춤추고 있는지 볼 수가 없었다.

 그냥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호엔에서 다낭으로 넘어 오는 고갯길을 넘어올 때 중간에서 식당에 들렸었다.

 잠시 화장실만 들리란 가이드의 말대로(얼마나 말들 잘 듣는지)모두들 부지런히 화장실을 들렸다가 버스에 오를 때 잠시 식당 연회장에 연결된 테라스로 가봤다.

 

 그곳에 펼쳐진 절경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정말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결혼 피로연이 베풀어 질 때 지쳐서 테라스로 나오면 그곳에 호수처럼 아름다운 절경이 눈안 가득 넘친다.

 절로 시나리오가 써질 것 같았다.

 누군가 와서 이곳을 찍어 세상에 알린다면 명소가 될 수 있을 곳이다.

 

 왼쪽으로 하얀 모래가 쌓여 있고 초대형 퉁차이 배같은 호수에는 파아란 물감이 잔잔하게 미소 짓고 그 위로 눈부신 햇살이 수줍게 반짝이고 있었다.

 진주를 품에 안고 아픔을 감싸 안아 키워내는 진주 양식장에서 다 키워진 진주를 채취하여 아름다운 보석으로 거듭 태어나게 한 모습 같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보석이라도 보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저렇게 예쁜 절경을 화장실 들렸다가 10분동안만 사진찍고 타라고 하면 정말 말 잘 듣는 우리 승객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고엽제와 슬픈 베트남의 역사를 들먹이며 노니인지 오니인지 팔기 위해 판매장에 감옥처럼 한시간씩 가둬 두는 대신 조금만 배려하면 좋을텐데 정말 아쉽다.

 모든 여행은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100% 만족하는 여행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이대로 좋다고 말해야 하나?

 

 가게들이 밀집한 거리에서 그림도 보고 사기도 하고 이리기웃 ~ 저리기웃하고 싶지만 가이드가 기웃거리지 말고 곧장 따라 다니라는 하는 바람에 정말 옆도 뒤도 안보고 부지런히 따라가서 배타는 곳에 이르렀더니 맞은 편에 박물관에 가서 화장실 이용하라고 한다.

 박물관에는 베트남의 역사가 가득 있었다.

 그들만의 소중한 문화가 아쉽게도 허술하게 보존되어 있고 관광객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들리는 간이역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저쪽 문을 나가니까 그 곳이 곧 거리가 되었다.

 누군가의 오래된 집에 개인 소장품 모아 놓은 것을 전시한 것 같았다.

 찬란한 그들만의 문화를 찬란하지 않게 만들고 있는, 어쩌면 가장 베트남스럽게 보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 질러 물고기 마을로 가서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고 다시 배를 타는데 물고기 잡으려 하는지 두사람이 호수에 둥둥 떠있었다.

 도자기 마을에 갔는데 도자기 굽는 할아버지가 놀러 가서 도자기 만드는 곳이 문이 닫혀 있었다.

 다시 배를 타고 야시장에 가서 40분 동안 구경하면서 한국의 빈대떡, 꼬지, 햄버거 먹고 식당으로 가서 비빔밥으로 배를 체우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온몸이 파곤죽처럼 피곤하여 씻고 그대로 잠들었다.

 

 그날 야시장은 베트남 인들이 밤에 가는 놀이터인데 우리는 같이 어울리지 못하고 스쳐 지나왔다.

 고갯길로 넘어 오면서 슬프지만 가장 베트남스러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뺏기지 않으려고 고개 꼭대기에 체운 진지에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그곳에서 미키 해변을 배경으로 웨딩 촬영이 성행한다고 한다.

 그렇게 죽어간 젊은이들 중에 어떤 이는 고개 중간에 있는 식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자 마자 전쟁터에 갔다고 한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낸 이들은 그들의 후손들이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하기 위해 그토록이나 처절하게 싸웠는지도 모른다. 

 

베트남 자전거 인력거

 

728x90
반응형

'여행 칼럼 >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스크바 천의 얼굴  (1) 2021.04.16
모스크바에서  (1) 2021.04.15
베트남을 다녀와서  (0) 2020.06.23
동유럽 31  (0) 2020.06.18
동유럽 26  (0)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