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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iage life of JINNSSAM

영숙이의 결혼 생활 3 ~ 콩깍지와 기도

by 영숙이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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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이의 결혼 생활 3 ~ 콩깍지와 기도>

       

 

 주전에서 차를 세워서 몽돌 해수욕장까지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영화 "어거스트 러쉬" 와 "어부의 딸"을 보고 라떼도 한잔 사서 나눠 마셨다.

 라떼를 짤끔거리면서 영숙이의 결혼 생활 3 ~ 콩깍지와 기도의 서론을 썼다.

 쓰다보니까 치우쳐서 깊이 들어가는 것 같아 좀 쉬고 다른 각도로 쓰려고

 

"그만 쓰고 영화나 마져 봐야지."

 

 저장하고 발행하고 영화를 보았다.

 생각보다 어부의 딸이 재미있었다.

 특히 여성 노벨 평화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파키스탄 여성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말

 

 "교사 하나"

 "책 한권"

 "그리고 연필 한자루면 세상을 바꿀수 있다."

 "남자 하나가 세상을 파괴할 수 있다면 여자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힘이나 물질보다는 펜의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

 영숙이는 어려서 부터 책을 좋아했고 책을 쓰고 싶었고 이제 정말 하고 싶은것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너무 감사하다.

 

 집에서 컴을 켜고 바닷가에서 쓰던 것을 마져 쓰려고 들어갔더니

 왠일?

 저장이 안되었다.

 

 저장이 안된 것을 다시 쓰기가 쉽지 않다.

 영감이 떠올라서 쓴 것을 어떻게 그 떠오른 영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까나

 

 저장 안된 것을 안타까워하지 말고 다시 써봐야겠다.

 똑같지 않으면 어떠랴.

 쓴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1.

 결혼은 보통 콩깍지가 씌워져서 한다고들 말한다.

 사랑을 콩깍지로 표현 한 것.

 그러다보니 현실적인 사람들은 결혼을 비지니스나 거래로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바람 속에 부는 뜨거운 깃발이고 결혼을 하면 그 뜨거운 깃발은 현실이라는 바람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을 해야한다.

 

 쉽지 않다.

 결혼도 쉽지 않지만 생활 가운데 사랑이 뿌리 내리도록 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영숙이는 이기적인 여자다.

 그렇다고 한평생 싫은 사람을 바라보며 살 수 있는 여자도 못 된다.

 

 철희가 속썩이지 않을 것 같아서, 무엇보다도 그의 체취가 좋았다.

 만나러 나올 때마다 비누 냄새를 폴폴 날리며 막 감은 머리가 신선함 느낌을 주었고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남자는 부지런한 남자다. 

 첫 인상은 역시나 평생을 갔다.

 

 사는 동안 언제 보아도 부지런한 모습이 좋다.

 부지런해서 수염 안깎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딱 한번.

 실업자로 집에서 놀 때 전날 술을 마시고 온 다음 날, 점심 때 밥 먹으러 왔더니 수염을 안깎고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정말 낯설었다.

 수염을 안깎아서 수염이 숭숭 난 턱과 머리를 안감아서 부스스한 모습이 정말 낯설었다.

 

 "이 남자도 수염을 안깎을 수도 있고 머리를 안감을 수도 있구나.". 

 

 마음에 드는 철희랑 결혼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결혼이 100일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동안 얌전히 있었다.

 남자 쪽에서 하자는 대로 했다.

 의견 같은 것은 물어오지도 않았지만 영숙이도 말하지 않았다.

 

 철희는 말소리도 크게 내지 않았다.

 철희의 말을 들으려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귀를 기울여야 했다.

 

 어머니는

 

 "계돈 넣던 것이 있어서 마져 넣고 가을에 결혼 시키려 했는데 너희가 넣어 주어야 겠다."

 "친척들에게 혼수를 보내야 한다. 예복은 아는 양장점에서 해라."

 "발가락에 왠 굳은 살이 있지?(구두 신어서 생긴 굳은 살 보고 하는 말)"

 

 그렇게 모든 결혼식 준비는 어머니와 아버님이 하셨다.

 

 신혼여행 갈 곳과 신혼여행은 어떻게 하고 신혼여행비까지 여행사에 아버님이 완불하셨다.

 남편은 자주색 양복을 맞춘다해서 맞췄더니 예복은 곤색으로 해야 한다면서 다시 맞추었다.(회사옷을 입기 때문에 자주색 양복은 딱 한번 입었나?.)

 한복은 서문 시장가서 하라고 했다.

 

 영숙이는 부지런 하지는 않지만 경제관념은 철저한 편이다.

 철희는 부지런하고 경제관념이 꼼꼼하다.

 

 입고 있던 잠바 브랜드를 대면서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한달 월급으로 산 옷이라고 벌써 7년을 입었다고 자랑을 했다.

 그것도 여러번. 

 영숙이는 그게 왜 자랑거리인지 이해를 못했다.

 

 어머니가 한말 또하고 또하는 스타일이라고,

 무슨 말 들으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라고,

 철희는 어머니처럼 한말을 또하고 또하는 스타일이었다.

 

 "난 이사람한테 시집가기로 했어. 같은 말 여러번 들으면 좀 어때.".

 

 같은 말 여러번 해도 빙긋이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서 그냥 바라보았다.

 말을 듣는게 아니라 말하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신혼 여행은 제주도로 ~

 

 요즘 코로나 때문에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많이 간다고 하는데 우리 때에는 대충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었다.

 좀 가까운데로 가면 경주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버님이 여러번 신혼여행을 업그레이드 했다고 피알 하신 것처럼 단체 버스를 안타고 개인택시를 고용해서 타고 다녔다.

 남들 사진 찍는데서 사진찍고 ~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보았다.

 

 영숙이도 드뎌 시집을 간 것이다.

 ㅎ ㅎ ㅎ

 

 

2.

 결혼 전에 어머님이 계돈 부으라고 말할 때만 해도 둘이 버니까 한사람 것은 보내도 안될까?

 그래도 생활이 되겠지.

 

 오산.

 

 2명이 쓰면 생활비가 2배로 드는 것이 아니고 3배로 들었다.

 우선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철희와 영숙이 두사람 아침 저녁 챙기는데다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를 자주 사느라 식비가 더 들었다.

 근처 사는 아가씨 샘과 자주 같이 퇴근했는데 그 샘이 말하기를

 

 "샘. 맨날 시장 볼 때마다 고기를 사시네요? 왜케 고기를 사세요?"

 

 어머님이 가르쳐준 돼지 불고기 만드는 법을 따라 만들어준 돼지 불고기를 철희씨가 좋아해서 자주 했을 뿐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맨날 고기를 사는 것처럼 보였나부다.

 시댁은 처음에는 매주 가다가 격주로 가야했고 친정에도 부모님 생일이니 이리 저리 챙기려니까 혼자 버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3개월 드리고 더 이상 못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어머니는 좋아하시지 않았다.

 시댁에 가서 재형저축을 들었다고 말하니까 그 다음 주에 시댁 편지 모아놓는 곳에 재형저축 만기되면 얼마타는지 알아볼 수 있는 은행에서 가져온 표가 있었다.

 

 이미 그때부터 우리의 월급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결혼식 준비를 시어머니와 시아버님이 하신 것처럼 우리 살림 내용도 전부 아버님과 어머님이 파악하고 계셨다.

 

 명절 보너스 타면 타는 날 전화가 와서 장사 밑천 달라면서 보내라고 했다.

 계돈 타는 날에는 시누이 학비로 달라고 했고,

 재형저축 타는 날은 집에서 일하는 아이 월급 밀렸다면서 가져가거나 보내야했다.

 

 정말 돈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당신들이 모아놓은 돈을 쓰기 싫으셔서 우리 돈을 가져 가신 것이었다. 

 그것도 몰랐을텐데 시동생이 사고를 내는 바람에 그 돈 다 썼다고 말하셔서 알았다.

 집에 돈이 있는데도 아들 돈은 당신들 돈으로 치부했기 때문에 보내라고 했던 것이다.

 

 철희씨 보너스는 어머니 오른쪽 눈 수술, 다음 번엔 왼쪽 눈 수술, 틀니비용, 나중에는 눈 수술을 다시 써먹으셔서 어느쪽 했는지 모르고 똑같은 수술을 또하셨다고 달라고 하셨다.

 시동생 결혼비용, 친인척 결혼 축의금, 각종 경조사, 문중산 정리비 등등 끊임없이 들어갔다. . 

 

 지금은 재개발이 되어서 없어졌지만 아버님이 얻어 준 집은 주택 옆에 붙은 두칸짜리 집에 아주 좁은 부엌이 붙어 있던 전셋집.

 담 너머로 옆집과의 사이에 있는 무덤이 보였었다.

 

 그 집에서 결혼 생활 시작하면서 가계부를 쓰도록 명령?을 받아서 쓰고 있었다.

 집들이한다고 어머님이 오셨는데 그때 이미 어머님과 아버님 눈에는 미운털이 박혔나부다.

 

 "그릇이 안 이쁘다."

 

 중매를 했던 시외숙모는 ~ 호박이 덩굴째 굴러온 ~ 맞벌이 새댁이를 소개하고 일이 되도록 밀어 붙여서 시누이한테 여러가지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바로 전셋집에 입주를 못해서 시외숙모 집에 사흘동안 같이 살 때반찬 만드는 법이나 살림 요령을 알려 주셨다.

 

 "돈을 모으려면 하루에 5000원 안에서만 쓴다고 정하고 그렇게만 써야 모을 수 있어. 나는 지금도 그걸 지키고 있어."

 

 그 외숙모가 18번까지 있는 1년 6개월짜리 계돈 계주였다.

 제일 끝번 넣으라고 해서 넣었었다.

 제형저축 넣고 생활비하고 이래저래 아낄 수 있는 것은 영숙이의 점심 식비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점심 식사를 만들던 혼자 사는 아주머니를 남선생님들이 얼마나 남기느냐고 닥달해서 식당을 그만 두었기 때문에 대부분 짜장면이나 배달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겸사 겸사 돈도 아낄 겸 영숙이는 학교 매점에서 빵을 사다 먹었다.

 

 드디어 1년 6개월이 지나고 계돈을 타기 일주일 전에 외숙모 집에 다녀가라고 회사로 전화를 했다고 갔다 오라고 했다.

 

 "시누이 학비를 내야하는데 이번에 계돈 타는 거 보내야겠다."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데 가슴이 무너졌다

 탈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돈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너무 속상해서 집에 와서 울었다.

 

 사실 이미 회사에서 전화로 다 이야기가 되고 나를 설득하려고 외숙모네 집에 보낸 것이었다.

 경제관념이 아무리 철저해도 소용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손이 "쓰는 손"이라고 했나?

 

 "모으기는" 그렇게 어려운데 "쓰는 손"은 한순간이다.

 

 드디어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 앞에 막닥트린 것이다.

 

 

3.

 영숙이는 두려웠다.

 

 철희씨가 좋기는 하지만 이런 행복이 영숙이 것이 아닌 것만 같아서 두렵기만 했다.

 그래서 날마다, 저녁마다 기도를 했다.
날마다 ,아침에 눈뜨기 전
에 기도를 했다 .

예수님은 잘 모르지민 예수 이름으로 기도 하면 들어 주신다는 믿음이 있었다.

 

 "영숙이는 건강하다. 철희씨는 건강하다. 우리 가족은 건강하다."

 "예수님. 철희씨를 지켜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합니다."

 

 결혼해서 3개월 쯤 지났을 때 였다.

  아파트 8층에 살던 시외숙
모네랑 같은 아파트 5층에
살던 대학 동기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회사 직원들이랑 봉고차를 타고 놀러 갔다 오는데 차가 도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었는데 동기 남편만 죽었던 것이다.

 

 영숙이는 두렵고 떨리고
무서워서 더 열심히 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숙이가 메달릴 것은 기도밖에 없었
다. 

 

 영숙이네 전셋집은 시외숙모네 아파트에서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대학 동기 남편이 그렇게 되고 한달 쯤 지나서 그 아파트 같은 통로에 다른 집 남편이 강에 낛시하러 갔다가 강물에 휩쓸려서 죽었다.

 

 인생은 어떤 것일까?

 산다는 게 무얼까?

 정말 영숙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었다.

 
그렇게 콩깍지 신혼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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