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토요일이었나? 아님 공휴일이었나? 같은 나이 또래의 정선생이 방어진으로 놀러 가자고 하였다. 약간 의아해 하기는 했지만 그즈음 날마다 심심하던 차라 반색을 하며 둘이 방어진 가는 버스를 타고 방어진으로 향하였다. 방어진 가는 버스에는 사람이 많아서 자리에 앉지 못하고 나란히 시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서 창 밖을 내다보면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버스가 난목을 지나는데 정선생이 말을 했다. "저 앞에 있는 땅이 전부 다 익재씨네 땅이래." "저기 있는 쌀집이 익재씨 형이 하는 쌀집이라 했는데 일요일 오후에는 익재씨가 쌀집을 본다 하던데.". 귓등으로 그말을 흘려 들으며 방어진 종점에서 내려 등대가 있는 슬도까지 걸어갔었다. 우리는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25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