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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촌11

< 홀로 선 버드나무 > 42. 대단원 마지막 음악. 선생님은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침울한 얼굴로 진료실에서 마지막 사무 정리를 하고 계시는가 부다. ㅡ 선생님 마지막 음악 소리가 들리죠? 우리는 어차피 이별을 전제로 한 만남이 아니었나요? ㅡ ㅡ 언젠인가는 헤어져야 할 사람들이기에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지금 이대로 헤어져 가야 해요. ㅡ 마음의 한구석에 손가락에 찔린 아주 작은 가시랭이처럼 남아 있어서 문득 느끼면 아프고 없애려 하면 잘 없어지지 않고 애먹이는 가시. 영숙이는 달뜬 모습으로 제자리를 맴도는 연못 위에 작은 물방개처럼 서류를 들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환상 속에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서류 더미를 있는 대로 끌어 내놓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없애 버릴 것은 없애 버리고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충동에 못 이겨 서류를 든 체 .. 2020. 1. 28.
< 홀로 선 버드나무 > 41< 세빌리야의 이발사> 분홍 모직 새 옷. 3월 훈풍이 불어오면서 영숙이네 집에 세 들어 사는 양장점 주인에게 엄마는 비싼 100% 모직 천으로 봄옷을 맞춰 주셨다. 분홍 모직 투피스는 봄 옷이었고 그 옷을 입고 처음 출근하던 날. 청성에서 버스를 내려 마을로 걸어 들어가는데 버스에서 방금 전에 내렸던지 보건지소를 향해 가던 선생님과 안양이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멀리 걸어 오는 모습을 봄 볕에 눈이 부신 듯 바라보시던 선생님은 " 세빌리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같네. " 포근한 봄바람이 23살의 영숙이 마음에 가득하였고 처음으로 제대로 맞춘 투피스는 23살의 영숙이에게 날개처럼 느껴졌다. 이제 선생님은 3월 말이면 청성 보건 지소를 떠난다. 선생님이 청성 보건 지소를 떠난 후에는 선생님의 마음에 이곳의 어떤 모습이.. 2020. 1. 27.
< 홀로 선 버드나무 > 40. 연애세포 극장을 가기 위해 대전 역 앞을 지나가는데 토요일 오후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힐 것처럼 많았다. 윤선생님과 영숙이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이리 저리 비껴 걸으면서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아닌 적당한 간격을 띄우고 걷고 있었다. 선생님이 혼자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 보고 있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아.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어서,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도 실은 보고 있는 게 아냐. 우리를 쳐다본다고 느끼는 건 그냥 우리 생각일 뿐이지. " 윤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 스러웠었나 부다. 우리를 바라 본다고 생각해서. 하긴 윤선생님이 처음 오시던 날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선생님한테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고 또 그렇게 사람들이 집중해서 바라보는 것을 회피하던.. 2020. 1. 26.
< 홀로 선 버드나무 > 39. 배려 사무실 바닥에 물을 뿌린 후 빗자루로 쓸고 밖의 청소도 마치고 면사무소에서 가져온 허브차는 난로 위에서 기분 좋게 끓고 있었다. 창 밖에는 부드럽게 버드나무 가지가 춤을 추고 있었다. 영숙이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보았다. 부드럽게 춤추는 버드나무 가지들. 윤선생님과 영숙이는 헤어져야 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환절기 때문인지 아침부터 환자가 계속 이어졌다. 영숙이는 건너가서 선생님을 도와주기도 하고 또 환자 진료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오전에 올 환자들이 다 다녀 갔는지 진료실이 조금 한가 해졌다. 영숙이는 진료실 난로 연통을 슬쩍슬쩍 만지면서 난로 옆에 서 있었다. 선생님은 다녀간 환자들의 진료 카드를 정리하면서 영숙이한테 말을 걸었다. " 김양 내 비서 할래? 나중에 내 비서 하면 어떨까? " " 비서.. 2020.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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