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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16

스물세살의 수채화 15. 윤선생님 윤선생님이 오셨다고 청산으로 모두들 점심 먹으러 나갔다. 청산면에서 음식점을 찾아 걷는데 뒤에 오는 일행들의 시선 중에서 유독 선생님의 시선이 영숙이의 줄 나간 스타킹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할 수만 있다면 땅 속으로 스며들든지, 아니면 어디에라도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 나간 스타킹이나 남의 시선 따위에는 무감각하던 영숙이가 갑자기 스타킹에 신경이 쓰이다니 별일이다. 음식점을 알아 놓고 양품점에 가서 스타킹을 사서 갈아 신고 돌아와 보니 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음식점 뒤뜰에서 한가한 농담들만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뒤뜰에는 커다란 개 한 마리가 감나무에 매여 있었다. 영숙이가 아무 생각 없이 나무 곁으로 다가섰더니 개가 짖으면서 달려드는 바람에 어찌나.. 2022. 8. 23.
스물세살의 수채화 9. 이사 ♣ 안양 언니를 따라 언니가 사는 집에 갔다. 같은 집에 만명리 이장 집에서 만났던 김서기가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김서기가 안방에 길게 누워 예쁘장한 얼굴이 술때문에 벌겋게 된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우리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안양 언니가 설명했다. "글쎄 저 김서기가 장수리에 출장 갔는데 이장집에서 저녁을 한상 잘 차려 잔뜩 취하도록 술을 먹여 재웠다지 뭐야." "이장집 아가씨를 밤중에 몰래 들여보내 같이 잤대요." "저 김서기가 책임 안 진다고 절대로 결혼 못한다고 그 아가씨 싫다고 펄펄 뛰었대요."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기는 하지만 그럴거 같으면 아가씨 있는 집에는 왜 가서 먹고 취하고 자고 그랬는지 모르겠네." "그냥 결혼하면 될 거 같은데." 김서기가 장수리 출장을 아무 이유.. 2022. 8. 17.
스물세살의 수채화 4. 출발 보건지소에 발령 받은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면사무소에 가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었다. 웬 반바지를 입은 뚱뚱한 남자가 면사무소 정문으로 들어서면서 안경 낀 눈으로 보건지소를 쓱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들고는 쩔걱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안경 속으로 쌍꺼풀이 크게 떠오른 눈. 털이 숭숭 나온 반바지. 낯선 여자의 시선 때문인지 부자연스럽게 현관을 지나서 이쪽 가족계획실 문을 열고 고개를 쓱 디민 자세로 물어본다. " 어떻게 오셨어요? " 사무실 문턱에 고개를 부딪힐까 봐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고 있는 그 커다란 사람을 향하여 "어제 발령받고 왔는데요! " 영숙이는 일어서서 책상 모서리를 꼭 붙잡고 대답을 하였다. "아! .. 2022. 8. 12.
스물세살의 수채화 2. 시작 창 밖에 떠오르는 저녁 어스름 사이로 영숙이가 처음 이 곳에 오던 날이 생각난다.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청성 면에 있는 보건 지소에 보건 요원으로 근무하였다. 보건 사회부 소속으로 시 보건소와 군 보건소가 있었고 군 보건소 아래로 군보건소의 관리를 받는 면단위의 보건지소가 있었다. 이 보건 지소에 간호원 면허증을 가지고 모자 보건을 담당하는 모자 보건 요원으로 근무하였다. 집이 있는 대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아니한 옥천군에서 가장 오지인 청성면. 군 보건소에서 발령장을 받아 들고 조그만 짐과 함께 찾아가던 날은 무척이나 덥고 땀이 끈적끈적하게 배어 나는 날이었다. 한창 더운 7월 말의 햇볕 속을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물어 물어 보건지소가 있는 면사무소 뜰로 들어섰다. 면사무소 뜰에는 ..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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