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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4

스물세살의 수채화 24. 풍성한 눈 푸짐한 눈 내리는 소리. 눈을 받아들일 준비가 없는 영숙이에게는 정말 쓸쓸하고 차갑기만 한 눈발들. 창 밖에는 여전히 바람 소리가 몰려다니고 홀로 선 아름드리 버드나무에 그 긴 가지들이 바람에 맞추어 눈송이 사이사이에서 춤을 춘다. 창문 앞에서 영숙이는 여전히 가슴을 앓으면서 무엇인가 목마르게 기다리며 서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가슴으로 텅 비어 쓰라린 가슴으로 자신의 작은 숨소리를 듣는다. 저쪽 길로 잔뜩 웅크린 선생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땅을 보며 급히 걷는 걸음으로 면사무소 문을 들어서서도 이쪽은 바라볼 생각도 안 하고 여전히 땅을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 모습을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돌아서서 영숙이는 책상 앞에 가 앉았다. 책을 들고 이쪽 사무실로 건너온 선생님.. 2022. 9. 1.
스물세살의 수채화 1. 연애 내일은 공휴일. 영숙이는 서울 가시는 선생님과 함께 퇴근했다. 대전 가려고 나선 길이다. 아직 서편하늘에는 노을의 잔영이 조금은 남아 있었는데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빛을 발하는 신비한 베일로 엷게 들판에 빛나고 있었다. " 제 이 고치는데 삼십만 원 달래요! " " 삼십만 원? 너무 많이 드는데? " " 죽으면 이빨만 남겠어요. " " 하. 하. " 웃음소리가 퍼지다가 멈춘 들판에서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놀란 듯이 조용해졌다. 조금 있으니 다시 그들의 언어로 음악처럼 주고받는다. 청산으로 나가는 차가 바로 있으려나 모르겠다. 청산으로 가는 차가 없고 마침 군북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가 있었다. 텅텅 빈 차 안에서 너무 자리가 많아 어떤 자리에 앉을까 망설였지만 영숙이는 선생님이 앉자는 대로 .. 2022. 8. 9.
당신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톡내용 -저녁 준비하기 전에 잠깐만요 ~ ^^ -네. -다음주에 목요일 빼고 날 잡아서 우리집에 커피 마시러 놀러 오세요 ~ 그때 포켓볼 얘기 다시 하입시더 ~~~^^ -네 그럼 그때 뵈어요~ 내 아는 이쁜 샘도 같이 갈께요. -지금 시작한 것도 있고 가격 같은 것도 전혀 모르고 그냥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요 .... -맞아요 -일단 같이 차를 마시면서 정보도 알구 가능한지도 알아봐야 할듯하네요. -네. -아이구 이뽀랑 ~ 내가 이쁜 사람 보믄 못참아서 ㅋㅋㅋ ~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네요. ㅋ ♡ -저녁해야겠네요~ 맛저하세요~^^ -넹 -네 -다음주 화요일(15일)이 어떻겠어요? 청량으로 가야하는건가요??? -옙!!! 오후 1시 30분쯤 옥동에서 만나서 청량가면 2시 조금 안될거 같.. 2022. 2. 15.
추억 여행 2 < 홀로 선 버드나무 > 드디어 요양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교환원이 전화를 바꾸어 주었다. 선생님이 기억 하실까? 전화 받으실까? 전화 받으셨고 기억하셨고 자세한 건 기억 못하시는데 청산리 의료봉사를 기억하고 계셨다. 나이가 많이 든 목소리다. 반가워서 말을 하는데 선생님은 가물가물 그래도 전화를 끊지 않으시고 말을 이어 가신다. 인터넷으로 선생님 이름을 치니까 뜨더라고 말씀 드리고 블로그 주소를 알려 드린다니까 인터넷은 안하신다고 심지어 톡도 안하신다고 하신다. 눈이 나빠서 볼 수 없다고 하신다. 나랑 10살 차이인데도 세대 저편에 서 계셨다. 참 신기하다. ㅡ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ㅡ 선생님 그때 정말 너무 멋있었어요. 정말 그때 제가 선생님 참 많이 좋아 했었는데 ~ 이제 와서 그런 감정을 생각해보면 잘 없었.. 202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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