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처용수필. 제2호. 1996. 겨울) 국민학교. 요즈음으로 말하자면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 나는 전학을 하게 되었다. 2학년 봄이었다. 새 학교로 가는 날, 어머니는 딸의 기를 살리느라 어떻게나 딸 치장을 해주셨던지, 내가 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섰을 때 새로 사귄 친구들이 남자애 여자애 할 것 없이 감탄어린 탄식을 내뱉을 정도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기대 이상의 선망어린 감탄과 호의적인 시선을 받게 되자, 긴장하고 있던 어린 마음은 그 당장 어린애다운 우쭐함과 자신감으로 가득해 졌고, 서먹서먹한 감정은 새 친구들을 금새 사귈 수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첫 시간은 산수 시간이었는데, 마침 다니던 학교에서 이미 배운 산수 문제를 풀게 된 것이 나의 자신감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