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청성면사무소4

스물세살의 수채화 30.푸근한 겨울 ♣ 허브 차가 난로 위에서 끓고 있다. 사무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창 밖의 날씨는 푸근히 풀려 있어서 버드나무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영숙이는 문학사상 책을 읽고 있다가 선생님을 보니 무릎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은 여전히 아까와 같은 page로 펼쳐져 있었다. 선생님은 책을 읽는 대신 창 밖을 보고 계셨다. 정말 조용하다. 오늘은 환자도 전혀 없고 곽 양과 안양은 출장 명령부를 써 놓고 각기 집으로 가서 내일 아침에나 나온다. 조용한 공간 속으로 한줄기 새소리가 침묵 끝으로부터 흘러들어온다. 네댓 살 됨직한 몇몇 동네 꼬마 아이들이 면사무소 문으로 몰려들어오더니 버드나무 밑을 지나서 저희들끼리 재잘 ~ 재잘 ~ 우리들이 보고 있든지 말든지 .. 2022. 9. 7.
스물세살의 수채화 4. 출발 보건지소에 발령 받은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면사무소에 가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었다. 웬 반바지를 입은 뚱뚱한 남자가 면사무소 정문으로 들어서면서 안경 낀 눈으로 보건지소를 쓱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들고는 쩔걱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안경 속으로 쌍꺼풀이 크게 떠오른 눈. 털이 숭숭 나온 반바지. 낯선 여자의 시선 때문인지 부자연스럽게 현관을 지나서 이쪽 가족계획실 문을 열고 고개를 쓱 디민 자세로 물어본다. " 어떻게 오셨어요? " 사무실 문턱에 고개를 부딪힐까 봐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고 있는 그 커다란 사람을 향하여 "어제 발령받고 왔는데요! " 영숙이는 일어서서 책상 모서리를 꼭 붙잡고 대답을 하였다. "아! .. 2022. 8. 12.
스물세살의 수채화 2. 시작 창 밖에 떠오르는 저녁 어스름 사이로 영숙이가 처음 이 곳에 오던 날이 생각난다.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청성 면에 있는 보건 지소에 보건 요원으로 근무하였다. 보건 사회부 소속으로 시 보건소와 군 보건소가 있었고 군 보건소 아래로 군보건소의 관리를 받는 면단위의 보건지소가 있었다. 이 보건 지소에 간호원 면허증을 가지고 모자 보건을 담당하는 모자 보건 요원으로 근무하였다. 집이 있는 대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아니한 옥천군에서 가장 오지인 청성면. 군 보건소에서 발령장을 받아 들고 조그만 짐과 함께 찾아가던 날은 무척이나 덥고 땀이 끈적끈적하게 배어 나는 날이었다. 한창 더운 7월 말의 햇볕 속을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물어 물어 보건지소가 있는 면사무소 뜰로 들어섰다. 면사무소 뜰에는 .. 2022. 8. 10.
추억여행1 < 홀로 선 버드나무 > 한달에 한번 방문 하는 엄마한테 가는 김에, 쫑숙이 차 얻어 타는 김에, 청성보건 지소를 찾았다. 네비가 가르쳐 주는 대로 찾아 가는데 가는 길이 42년 전과 똑 같았다. 영동과 용산을 지나서 청산을 통과하고 청성으로 들어 갔다. 청성은 그 옛날 깡촌이었던 것 처럼 여전히 깡촌이었다. 청성 면사무소가 안보여서 마을 끝에서 어리벙벙하고 있는데 청성 초등학교가 보였다. 아직도 청성 초등학교가 있는거 보면 청성면에 아이들이 아직 있는가부다. 청성초등학교를 보니 반가웠다. 예전에는 운동장이 제법 넓었던거 같은데 진짜 좁아 보였다. 실제로 작게 줄였나? 아이들 숫자에 맞춰서? 차로 지나가느라 속속드리 보지 못하고 바로 면사무소 마당으로 들어섰다. 면사무소 마당에는 승용차가 가득한 주차장이 되어.. 2020. 2. 7.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