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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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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30.푸근한 겨울

허브 차가 난로 위에서 끓고 있다.

사무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창 밖의 날씨는 푸근히 풀려 있어서 버드나무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영숙이는 문학사상 책을 읽고 있다가 선생님을 보니 무릎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은 여전히 아까와 같은 page로 펼쳐져 있었다.

선생님은 책을 읽는 대신 창 밖을 보고 계셨다.

정말 조용하다.

오늘은 환자도 전혀 없고 곽 양과 안양은 출장 명령부를 써 놓고 각기 집으로 가서 내일 아침에나 나온다.

조용한 공간 속으로 한줄기 새소리가 침묵 끝으로부터 흘러들어온다.

네댓 살 됨직한 몇몇 동네 꼬마 아이들이 면사무소 문으로 몰려들어오더니 버드나무 밑을 지나서 저희들끼리 재잘 ~ 재잘 ~

우리들이 보고 있든지 말든지 사무실 앞으로 오고 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아이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 올린 아이

손에 막대기를 쥐고 있는 아이

흙이 묻은 아이들.

꼬마들 차림과 태도는 한결같지 않았지만 그네들 얼굴 표정 만은 호기심과 천진함과 열중이 곁들인 한결같은 표정들이다.

형, 누나들이 모두 학교에 가버린 텅 빈 집안에서 놀다가 여기까지 나들이를 나왔나?

무엇 때문에?

"선생님 어렸을 때 꼭 저랬죠?"

영숙이는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 코를 흘리며 막대기를 휘두르는 아이를 가리켰다.

"아냐!"

강하게 부정하는 큰 목소리.

영숙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조기 저 여자애 꼭 김양 닮았네."

"김양 어렸을 적 모습하고 똑같을 것 같은데?"

영숙이는 초록색 원피스 주머니에 손을 잡아넣고 있었고 선생님은 바지 옆 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넣은 체 미소를 머금고 어느새 나란히 창문 앞에 서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내다보고 있었다.

꼬마들은 저희들끼리 둘러서더니 뭐라 ~ 뭐라 ~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가 서 있는 유리창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여름에 봉숭아 꽃이 피어 있던 화단으로 올라서서 사무실 벽을 따라 옆으로 돌아간다.

맨 뒤에 선생님이 이야기하던 여자 애가 따라간다.

걷어 올린 소매에 흙을 묻힌 체 조그만 막대기를 손에 들고 벌어진 앞섶으로는 배꼽이 보일 것도 같고 올라간 치마 밑으로 맨다리에 앙증맞은 고무신을 신고 있다.

지나가다가 우리를 한번 올려다본다.

사라져 가는 그 애들의 모습에서 윤선생님과 영숙은 거기에 서서 놀고 있는 윤선생님과 영숙이의 모습을 본다.

윤선생님과 영숙이는 가장 천진한 아이들이 되어 흙장난을 하고 있다.

창 밖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버드나무는 휩쓸려 다니면서 바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영숙이는 이렇게 옆에 나란히 서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음으로 창 밖의 버드나무 노래를 훨씬 더 쉽게 읽어 낸다.

며칠 후 월요일 오전

옥천군청에서 행정지도차 군내순회 방문으로 군수님이 오셨다.

청성면사무소 면장님과 부면장님그리고 행정계장님이 군수님을 모시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월요일 오전이라 멀리서 온다고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을 혼자 지키고 있던 영숙이도 불려가 군수님이 타고 온 지프차를 타고 만명리로 갔다.

만명리 이장님 집에 점심을 준비한 것이다.

이장님 집은 지붕이엉을 올해에 추수한 새짚을 써서 올려 깔끔하게 단장해 놓아서 보기에도 좋았다.

새로 만든 지붕에서 풍기는 새짚냄새가 기분을 좋게 하였다.

사랑방에 상이 차려져 있었다.

군수님이 오셔서인지 면장님과 부면장님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긴장하고 계셨다.

"주위에 식당도 별로 없고 만명리 이장님 댁에 음식 솜씨가 좋아서 군에서 손님이 오시면 여기로 모십니다."

"오늘 아침 오신다고 연락을 받고 점심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하얀 종이를 깐 네모난 2개의 앉은뱅이 탁자에 옥천군 군수님, 군에 행정계장님, 차를 몰고 오신 군청 기사님, 만명리 이장님. 청성 면장님, 청성 부면장님, 청성 행정계장, 영숙이 이렇게 8명이 앉아 점심을 먹었다.

뚝배기에 돼지 찌개가 탁자 가운데 빨간 기름을 띄우고 놓여 있었다.

청성 행정 계장님이 뚝배기를 가리키면서 영숙이에게

"저 뚝배기에 있는 돼지 찌개 보기에는 안 뜨거워 보여도 엄청 뜨거우니까 먹지 마유."

"옛날에 군수님이 오셨는데 지난번 행정 계장이 군수님 바로 앞에 앉아서 수저로 뚝배기에 돼지 찌개를 푹 떠서 입에 넣었는데 그게 엄청 뜨거웠던 거지."

"기름이 위에 떠 있어서 안 뜨거운 줄 알고 그걸 입안 한가득 넣었는데 앞에 군수님이 계시니까 뱉지를 못했어유."

"어쩔 줄 모르다가 그냥 삼켰는데 너무 뜨거워서 기절했다가 죽었어유."

"에이 설마요."

"아냐. 진짜여. 나도 같이 있었다니께."

"말도 안 돼. 그걸 어떻게 삼켜요."

"하기는 커피에 거품 잔뜩 올라가 있으면 안뜨거워 보여서 홀딱 마시다가 뜨거워서 팍 뱉을 때가 있기는 있어요."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영숙이는 알 수가 없었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모두들 긴장되어 있으니 영숙이도 맛있게 못 먹고 영숙이 앞에 있는 음식들만 주워 먹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영숙이는 거품이 올려져 있는 커피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살짝 입술을 축여서 온도를 측정하는 버릇이 생겼다.

출처: https://sjjtc1.tistory.com/181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 어제 저녁 가족회식이라고 철희와 영숙이 둘이 하는거긴해도 가족회식을 마치고 대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대공원 앞에 산정식당.

코로나 이전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코로나 때에는 사람이 꽉차는 정도였는데 이즈음엔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퇴근하는 길로 식당으로 오는 사람들이 6시에서 7시 30분까지 한바탕 다녀가고 그 이후 7시 30분부터 먹게되는 두번째 타이밍에 먹었다.

카풀하던 샘이 그 식당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고 일러줘서 가기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다되가나?

너무 한집에만 다녀서 가끔 새로 생기는 식당을 갔다가 도로 돌아오고는 한다.

왜 그럴까?

고기가 특별히 맛있어서?

반찬이 좋아서?

잘 모르겠다.

고기는 주인아저씨가 손질해서 준다.

너무 두껍지도 않고 너무 얇지도 않아서 씹는 맛이 있으면서 부드럽다.

기름은 원하는대로 살코기, 30%, 50%, 삼겹살도 있다.

영숙이는 살코기 1인분, 철희는 30% 2인분이다.

기름이 없으면 고소한 맛이 없다고 싫어한다.

반찬은 파저리, 양파저림, 김치, 마늘, 된장, 아주매운 청량고추 3개, 양배추 샐러드 조금무우절임. 상추와 깻잎이다.

처음 고기가 나오면 배고픈 눈에는 너무 적다고 느낀다.

먹다보면 배가 찬다.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고기 먹고 나서 된장에 공기밥 1개와 소면 사리 1개 주문하면 된장찌개가 나온다.

된장에 소면사리를 담가서 건져 먹으면 정말 맛있다.

허기짐이 없어진다.

어떤때에는 식당에 가서 잔뜩 먹고 나오는데 허기진 느낌이 들때가 있다.

특히 부페를 가면 이것 저것 잔뜩 먹고 배는 부른데 이상하게 허기진 느낌이다.

식당을 나와서 대공원을 한바퀴 돈다.

영숙이는 아직 포켓몬게임을 한다.

포켓몬 게임 ~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를 했기 때문에 미니블럭과 라면에 와플을 구워서 팔았었다.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포켓몬 게임을 시작했고 다들 폰에서 삭제할 때도 없애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은퇴하지 않았을 때에는 캔디크러쉬를 했었다.

무한으로 계속되는 게임이다.

화장실에 갈 때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들고 들어가 게임을 했었다.

꽤 오랫동안 몇년을 하다가 이즈음 1 ~2년 안했더니 그동안 쌓아놓았던 회차가 삭제되어서 처음부터 하려니까 시간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그만두었다.

포켓몬 게임은 캐릭터가 계속 쌓여 있으니까 새로운 캐릭터를 잡으려고 한번씩 열고 돌린다.

캐릭터 보관함이 꽉차서 드디어 지난 달 여름 휴가 때 5600원을 쓰고 게임 캐릭터 보관함을 샀다.

게임하면서 누가 돈을 쓰는가 했더니 바로 영숙이가 돈을 썼다.

철희가 옆에서 말한다.

"게임하는데 왜 돈을 써? 이해를 못하겠네."

영숙이도 게임하는데 돈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게임에 돈을 쓴 것이다.

신나게 캐릭터를 잡는다.

대공원 한바퀴 돌면서 새로운 케릭터 한마리를 잡았고 한마리는 진화했다.

ㅋㅋㅋ

오늘 아침에는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책장에 부서져서 놓여있던 징징이 미니블럭을 고쳤다.

오랫만에 하니까 뭐가 뭔지 몰라서 도안을 찾아서 보고 하는데도 잘 안된다.

결국 맞춰서 제자리에 두었다.

어제 오늘의 해프닝 끝.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

미니블럭 캐릭터 징징이

.

대공원 새로운 캐릭터 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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