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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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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31. 출산

 

면사무소의 박서기가 우리를 부르러 왔다.

부인이 아기를 낳으려 한다는 것이다.

 

곽양과 영숙이는 출산을 도와줄 준비를 해서 박서기가 세들어 사는 집으로 갔다.

 

점심때 윤선생님은 보고서 일로 군 보건소에 가셨다가 내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바로 서울로 올라가신다고 하셨다.

 

곽양은 익숙하게 무쇠 솥에 물을 가득 붓고 불을 때라고 주인집 할머니에게 이르고 방안에 있는 부인이 힘을 주기 쉽도록 이불을 내려서 부인 등 밑에 고여 주었다.

 

박서기에게 청산 산부인과 선생님을 모셔 오라고 하였더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신작로를 달려 나갔다.

 

영숙은 부인 옆에서 부인 손을 잡고 있었고 곽양은 수건으로 부인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들을 닦아 주었다.

 

"아이구 배야."

"아이고 배야."

"어머니 나 죽어."

"어머니 나 죽어! "

 

진통은 10분 마다 이어졌다.

 

의사선생님은 바쁜 환자가 있어 못오신다고 환자를 데려오라고 했다면서 박서기는 빈 오토바이로 돌아왔다.

 

영숙이는 산모 얼굴을 들여다보며

 

"여자는 왜 이렇게 아파해야 할까."

 

영숙이 겪어 보지 않은 타인의 고통이지만 아담과 이브가 지은 원죄로 남자는 노동의 고통을 여자는 해산의 고통을 겪는 것이라지만 해산의 고통은 정말 대단한 고통인 것 같았다.

 

노동의 고통을 겪는 남자들이 애를 낳는다면 가족계획 사업을 안해도 저절로 가족계획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해산의 순간은 말로 표현못할 고통이었다.

 

드디어 순하디 순하게 생긴 부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놀란 눈으로 영숙이는 부인의 얼굴을 바라
보며 생각했다.
무의식적인 부인의 욕은 어쩌면 인간 자체에 대한 아니 해산의 고통을 떠안긴 남자 자체에 대하여 화를 내는 것이리라.

진통은 3분 간격이었다.

 

"아줌마. 좀 더 힘주세요."

"애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해요."

"아 ~ 아."

"쉬면 어떡해요."

"애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었는데요."

"이번에 아프면 계속 힘줘요."

"쉬면 큰일 나요."

"큰일 난다고요."

"아줌마."

"이번만 힘주면 돼요!"

"아 ~ 아 ~ "

"응애 ~ 응애 ~ "

 

아가는 흥건한 양수와 함께 방바닥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앙증맞게 주먹을 꼭 쥔 빨간 아가가 태어났다.

 

두 손에 아가를 쥐고 거꾸로 드니 아가는 죽는다고 운다.

딸이었다.

 

거즈로 아가의 코와 입 주위를 닦고 준비된 타월 위에 아가를 올려놓았다.

끓는 물속에 충분히 삶았던 가위로 보건지소에서 가져온 소독된 실을 가지고 아가의 탯줄을 묶어서 자른 다음 소독약으로 소독을 했다.

Y자로 자른 거즈를 끼워 빨간 아가 배 위에 고정시켰다.

 

준비된 목욕물에 먼저 아가의 입을 씻었다.

 

"뭐든지 잘 먹으라고 입 먼저 씻는 게야."

 

그리고 머리와 주먹을 꼭 쥔 손을 씻었다.

 

그 후 박서기는 가끔 보건지소에 와서 아기가 어떻게 잘 자라고 있는지 말해 주고는 하였다.

 

 

박서기네가 살고 있는 집과 면사무소 사이 중간쯤 되는 곳에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있다.

 

그곳에 젊은 새댁이 살고 있었는데 아기가 감기에 걸려서 옥천 성모 병원에 갔다 왔다고 했다.

 

아기도 어리고 엄마도 어리고 병원에서 가루약을 주면서 아기한테 먹이라고 했는가부다.

 

우유에 타서 우유병으로 먹이면 되는 데 모유를 먹이니까 젖꼭지에 발라서 먹여야 한다. 그런데 수저에다 약을 타서 먹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먹이라는 양을 다 먹이려고 열이 펄펄 나는 아기가 의식이 없는데도 약만 먹이면 괜찮겠지 하고 입안에 부어 넣어서 아기의 기도로 들어가는 바람에 잘못되었다고 했다.

 

열이 나면 우선 열을 내리기 위해 옷을 벗기고 찬물수건으로 닦아 주기만 해도 아기들은 열이 내린다.

열을 재보고 그래도 안 내리면 항문으로 넣는 해열제인 좌약 해열제를 넣어주면 된다.

일단 열이 내린 다음 모유를 먹이니까 물에 탄 약을 엄마 젖꼭지에 발라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기가 먹을 수 있도록 했으면 됐을 텐데.

 

젊은 엄마와 아빠는 아기가 숨을 안 쉬니까 어쩔 줄 몰라하며 밤새 둘이 번갈아 가면서 흔들었다고 한다.

 

기도로 물이 들어간 아가는 흔들 때마다 또르륵 또르륵 소리를 냈는데 그걸 살아있는 징후로 생각해서 밤새 흔들어 주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슬펐다.

 

얼마나 힘들게 얻은 아기인데 약을 잘못먹여서 그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감기를 치료한다고 먹인 약이 결과적으로는 반대 방향으로 간 것.

 

보건지소가 문을 여니까 남편이 윤선생님을 데리러 왔는데 아기는 벌써 이 세상의 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차라리 성모 병원에 가지말고 보건지소에 왔었다면 아기관리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주었을 텐데......

그래도 큰 병원이 좀 나을 거라 생각했었나부다.

 

보건지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은 며칠 후 영숙이는 곽양언니와 그 집을 방문하였다.

 

아기를 잃은 부인은 산후조리도 안 끝나서 퉁퉁 부은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방문을 열고 문을 닫는 줄을 잡고 앉아서 우리를 내다보았다.

핼쑥한 얼굴에 공허한 눈빛이 무서울 정도였다.

 

무엇으로 위로를 할까.

 

곽양언니와 영숙이는 무어라고 부인한테는 한마디 위로도 못했다.

남편한테만 힘내라고 몸조리 잘 시키라고 말해주고 영양제를 한통주고 보건지소로 돌아왔다.

 

"보건지소에 등록하면 철분제도 드리고 아기의 상태도 잘 체크해 드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리의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렸을까?

그 가족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이며 아픔일 것이다.

 

출처: https://sjjtc1.tistory.com/196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 오늘 미니블럭 징징이를 수리하느라 만드는 법 종이를 찾는다고 베란다를 뒤졌다.

뒤지다보니 그곳에 쌓여있는 종이뭉치들이 나왔다.

은퇴 전에 마음가는데로 써놓은 글들이다. .

 

2001년 12월 3일 월요일이면 벌써 21년전 이야기다.

 

내 책상위에 바탕은 약간 진한 군청색깔로 하얀 국화꽃 무늬가 넣어져 있는 컵이 있다.

도자기가 몸에 좋다니까 또 컵이 필요하니까 종종 그 컵을 이용하고는 했다.

늘 종이 뚜껑으로 덮어 놓으니까 깨끗하다고 생각되어 컵을 뜨거운 물로 휑구고 쓰고는 하였다.

 

어느날

생강차를 마셨는데 그 찌꺼기가 물로 잘 안휑구어지길래 휴지로 닦았다.

그런데 그 하얀 휴지에 묻어나는 것은 그야말로 굉장했다.

각종 색색깔의 루즈와 컵안쪽 층층이로 묻어나는 거무튀튀한 것 하며 으 ~ 아

 

세상에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이사람, 저사람 그 컵을 사용하였고 그 결과 루즈가 그 컵 주둥이에 빙 돌아가며 묻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각종 차를 마시면서 찻물 찌꺼기가 묻어서 굳어져 있었던 것을 색깔 때문에 보기에 깨끗하다고 생각하여 대충 헹구고 또 쓰고 또 쓰고는 하였으니 ...

 

우리의 심성도 보이지 않아서 일뿐이지 때가 얼마든지 묻어 있을 것이다.

 

각종 생각들의 먼지와 함부로 취급한 일들이 켜켜이 쌓여 있을 것이다.

우리 영혼이 투명하지 못하고 색깔이 깨끗하지 못하니 생활의 잔재들이 또 알게 모르게 지은 죄들이 빙둘러 가며 흔적들을 남겨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없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때대로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영혼의 깨끗치 못함을 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깨끗케 함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라는 거울에 자신의 영혼의 모습을 확실하게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칫솔질을 하면서 잘 안닦는 치아를 그것두 대충 휑구다가 잇몸이 자꾸 시원찮아 지는 것 같아서 잇몸 칫솔질을 20번 하니까 그것도 꽤 신경이 쓰였다.

 

하구나니 잇몸이 싱싱해지는 것 같다.

기분도 훨 낫다.

 

우리의 영혼도 그런 것이 아닐까?

잘 안보이는 곳에 있다고 무관심하면 어느사이 영혼에는 세상의 때가 묻기 마련이고 나중에는 치과에 가야 할 정도로 병이 들때도 있다.

 

우리 영혼에도 하루에 세번씩 칫솔질을 해야하듯 말씀과 기도와 예배로 칫솔질을 해야 한다.

그것도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효과가 있다.

그리고 강해진다.

우리가 게을리하면 할 수록 우리의 혼은 둔감해지고 악취를 풍기며 병이 들어 갈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기도의 분량을 열심히 채울 수 있도록 주여! 기도의 영을 부어 주소서.

나에게 주어진 말씀에 온전히 순종케 하옵소서.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게 도우소서.

 

코로나가 끝나고 예배에는 참석하지만 개인기도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날.

교회 성전에 앉아 있는데 영혼에 주름이 있다면 그 주름에 때가 묻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은 영혼이 하얀 실크같은 천이라면 그 실크 천이 찢어져서 너덜너덜한 느낌이 들었다.

 

때가 타고 너덜너덜한 영혼 ~

 

그 영혼을 위하여 영숙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별로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생각이 안났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김문훈 목사님 설교를 무한반복 청취를 하였다.

또 유튜브 오프라인에 저장된

 

"성령이여 임하소서."

 

찬양을 무한반복으로 들었다.

조금은 잡생각이 씻겨졌다.

읽어지지 않는 성경말씀도 무한으로 틀어놓고 들었다.

조금은 괜찮아졌다.

 

일상처럼 영혼을 위한 찬양이나 말씀이나 설교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영혼의 때가 조금은 벗겨진다.

너덜너덜한 영혼이 다시 새하얀 본래 모습을 찾는다.

 

우리가 매일매일 잠을 자듯이

우리가 매끼마다 식사를 하듯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듯

 

영혼을 위한 일과도 매일매일 빼지 말고 해야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기 위해서

성령의 충만을 위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담기 위해서.

 

그렇지않다면 나자신도 예수님을 따라가는 구원에 길로 인도하지 못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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