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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2022년 3월 15일>
벌써 은퇴한지가 6년째로 접어 들었다.
믿을 수가 없다.
6년이 다 되도록 무엇을 했을까?
별 기억이 안난다.
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잘 지냈음을 정말 감사한다.
2022년 3월 15일.
아파트 앞뜰 햇볕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곳 초입에 서 있는 한그루 목련 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가 한잎씩 떨어져 내린다.
겨우내내 춥다고 웅쿠리고 있다가 어느날 '볕이 참 따사롭다' 하고 느껴지려고 할 때 쯤이면 눈에 띄이는 꽃나무.
목련.
***
아가씨 선생님이었을 때 아침에 허덕허덕 출근해서 교직원 회의가 시작되면 멍하니 바라보는 창밖에 목련이 보였었다.
새하얗게 피어난 목련 꽃이 눈부신듯,
기쁜듯,
슬픈듯,
세월이 지나가고 있음을,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었다.
그렇게 새학기가,
한해가 시작되었다.
결혼을 하고 여전히 바쁘게 허덕허덕 출근해서 회의 시간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고면 거기에 목련나무가 환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아 ㅡ, 봄이 시작되는 구나. ㅡ"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구나. ㅡ"
한때는 떨어지는 꽃잎이 아쉬워서 주워다가 말리기도 하고,
목련차를 만들어 보려고도 했지만,
가는 시간을,
흘러가는 봄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목련차는 목련 꽃잎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목련 봉오리로 만든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
피어나지도 않은 꽃을 똑똑 따서 말리는 것보다는 아름답게 피어나고 아름답게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는게 훨씬 더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목련꽃잎차가 아니어도 차는 참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은퇴하고 바라보는 목련 꽃.
"벌써 목련꽃이 피었네. ~ "
"꽃잎이 벌써 하나씩 떨어지고 있네 ~ "
깜짝 놀라서 폰을 들고 목련꽃 사진을 마구 마구 찍어댄다.
마치 봄날씨를,
다가오는 봄을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폰을 들고 찍어댄다.
지나가던 고등학교 남학생이 '뭐를 저렇게 열심히 찍어대지?' 하는 얼굴로 영숙이가 찍는 목련을 올려다본다.
'어느사이 저렇게 목련 꽃이 피었지?'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저게 뭐가 그렇게 특별한거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얼굴로,
목련꽃 나무를 스윽 일별하고 지나간다.
영숙이는 코로나 오미크론 때문에 안그래도 날씨까지 우중충한 집안에서 하루종일 티비를 보았다.
글씨가 안 읽혀진다.
그렇게 좋아하던 글자를 안읽는다는게 스스로가 너무 신기하다.
가끔씩 침을 삼키면서 목이 얼마나 아픈가 가늠한다.
빨리 목 아픈게 가라 앉기를 기대하면서 뜨거운 차를 마신다.
영화 몇편을 거쳤고,
유튜브에서 영화 소개 영상을 거쳤고,
마음에 드는 문장 몇개를 공책에 써놓았다.
써놓은 문장을 쓰게 될지 안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어진 시간을 헛되게 낭비한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제목도 써놓지 않았고 그냥 좋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적어 놓았었는데 여기에도 옮겨본다.
'난 어릴 때 무당벌레를 잡기 위해 애쓴 적이 있어.
결국 한마리도 못잡고 잔디밭에서 잠이 들었지.
깨어나보니 몸 전체에 무당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었어.
무당벌레가 아주 많이 올라왔어.'
영숙이도 무당벌레를 좋아했다.
봄철에 교실 창턱에 날아 온 무당벌레를 한참씩이나 지루한줄 모르고 바라보고는 했었다.
'알프스에 비엔나와 베니스를 잇는 철도를 놓았다고 한다.
기차가 들어오기도 전에 철도를 만들었죠.
언젠간 기차가 올줄 알았음으로 ...
뜻밖의 일은 항상 생긴다.
생각도 못한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티스토리를 쓰기 시작한지 만 3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쓰는게 좋았고, 다음엔 구글에서 10만원 들어오는게 행복했고, 지금은 ...
소설이라는 것을 써보려고 해도 잘 안써진다.
감성, 상상력, 기술, 문장력, 구성 등등 무엇하나 만만한게 없다.
주변의 반응도 마찬가지.
'라떼의 이야기 쓰지마요'
'마음에 안들어.'
'구독자가 10만명은 되어야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다보면, 계속 쓰다보면, 좋은 글이 써지지 않을까요?'
'글을 이만큼이나 쓰다보면 어쩌다 좋은 글도 쓰게 되지 않을까요?'
스스로를 다독이기는 하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알프스에 기차가 들어오기도 전에 철도를 놓았던 것처럼 내 인생에 소설이라는 기차가 들어 오기 전에 티스토리라는 철도를 놓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저녁을 해야 해서 반찬거리를 사러 식자재로 가는 길이었다.
왠만하면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집안에 먹을게,
반찬거리 할만한게 한개도 없었다.
반찬으로 하기에 제일 편한 돼지고기 목살구이를 하기 위해 돼지고기와 쌈을 싸먹을 채소를 사기로 한다.
식자재로 나가는 쪽문을 향하여 걸어가는데 문득 올려다 본 그곳에 목련 꽃나무가 홀로 활짝 웃고 있었다.
'그래, 혼자서도 환하게 피어나는 저 목련 꽃처럼 열심히 소설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애써 보자.'
마구 마구 폰으로 사진을 찍고 기쁜 마음으로 식자재로 걸어갔다.
봄날은 간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치열하게 살아야 할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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