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꽃 앞에 서서

<목련 꽃 앞에 서서>

톡에

"저장 용량이 부족하니 확보하세요."

이런 문자가 자꾸 떴다.

그동안 중학교 동창과 초등학교 동창들 단톡은 오는대로 그대로 쌓아 놓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동영상이나 그림 파일을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운다고 쪼물딱 거리면서 다 지우고 또 그사이 뭐가 와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니까 단톡방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해서 방어진 사는 친구에게 갠톡을 보냈다.

"파일 정리한다고 단톡이 지워졌나봐. 다시 초대해줘."

보내놓고 다시 찬찬히 찾아보니까 한참 아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쁜 마음에 쓰다보니까 최근에 감동받았던 목련 꽃에 대해서 쓰게 되었다.

<목련 꽃 앞에 서서>

웅크린 겨울 끝

어깨가 아파오려 할 때 쯤

기적처럼 새하얀 드레스로

눈부시게 빛나는 함박 웃음.

목련

너는 우리를 추위로부터 어깨를 펴고

소망을 갖게 해.

너를 보면

나도 꿈을 품고 있었다는

기억이 돌아오지.

꿈을 품고

살아가던 소녀였음을

알게 되지.

앞으로 얼마나 목련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게될지는 몰라도

지금 만난 황홀한 웃음의 순간만은 기억하고 싶어.

눈부신 너의 자태를 사랑하고 싶은 나는

너의 앞에

너처럼 순수한 한그루 목련이 된다.

아무도 응원 안할 때

아무도 관심 안가질 때

한바탕 씩씩하게 웃는데도

눈물 방울이 떨어지네.

눈물 방울이 꽃잎이 되어

잊혀질만하면

한잎씩

한잎씩

떨어져 날리는가 보다.

누구도 손잡아 주지 않지만

목련이

저토록 눈부신 것처럼

우리도 있는 자리에서 눈부시도록 애써 보자.

강해서 살아남는게 아니고

살아남은게 강한거라고 했나?

  너처럼 빛나는 삶을 가득 품은 빛이 되기를 ...

주위에 그 빛을 나누어 주는

환한 네가 자랑스럽다.

겨울을 뚫고 활짝 웃는 네가 자랑스럽다.

이땅에 뿌리 내리고

말로 다 표현 못해도

몸짓으로 나타내는 네가,

우리네 사람들이 자랑스럽다.

이땅에 뿌리 내리고 사는

우리 모두들이 사랑스럽다.

우리의 갈망,

우리의 나약함,

표현에 대한 우리의 소망까지,

너처럼 눈부시게 사랑스럽다.

눈부신 너의 자태를 사랑하는 나는 네 앞

에 서 있는 순수한

한그루 목련이 된다.

2022/ 3/ 16 /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