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8. 16.
728x90
반응형

 

<스물세살의 수채화>

 

8.복숭아 과수원

 

보건지소에 출근하고 몇일 지난 밤.
옆방 농협에 다니는 주양이 복숭아 밭을 가자고 한다.

 

주양과 같이 농협에 근무하는 차양하고 복숭아를 사 먹으러 갔다.

낯선 논둑길을 더듬더듬 ~
냇물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넜다.
물속에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위험스럽게 건널 때에는 두려움과 더불어 미지의 세계 속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정말 새카맣게 캄캄하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부다.

불빛 한개 없는 시야.

하늘에 별은 어쩜 그리도 많이 총총한지.

비로도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저 많은 별들.
어디서부터 나타났을까?
저렇게 많은 별들을 본 기억이 없다.

개구리는 우리가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잠잠해진다.
발소리가 멀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운다.
개굴 개굴 ~.

넓은 과수원을 지나서 커다란 개가 컹컹대는 마당으로 들어섰다.

"누구세요? "
"복숭아 사 먹으러 왔어요!"
"누구라고?
농협에 주양아냐?"

마루에 앉아있다가 그제야 내려온다.

"얼마치나 줄까?"
"천 원어치 주세요."

자그마한 소쿠리에 복숭아를 세어 씻어서 담아 준다.

옛날 시골 외가 동네에 놀러 갔을 때는 그냥 양껏 먹으라고 내놓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그건 정말 추억에 불과 한가 부다.

과수원 아줌마의 태도.
과수원 초입에 매어 놓은 송아지 만한 검은 개.
야박해지고 각박해진 시골 인심을 본다.

영숙이가 세들어 살고있는 주인집 할머니는 마당에 심어 놓은 푸성귀도 우리한테 돈을 받고 판다.
과수원 아주머니를 나무랄 일도 아니었다.

참 맛도 없지.
어두운 데서 먹으면 예뻐진다는 복숭아.
벌레가 있음직한 푸짐한 복숭아와는 거리가 먼 탱글탱글한 복숭아.

어렸을 때 밤에 다 큰 처녀인 이모가  마실 다닌다고 외할아버지한테  천둥 같은 야단을 맞는 소리때문에 깨어 일어나 앉아있었을때
외할아버지한테 다시는 마실 안다닐거라고 싹싹빌었던 이모가 한 밤중에 몰래 쥐어 주었던 복숭아는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돌아서 오는 길은 피곤하였다.

낯선 곳.
가로등이나 민가에 불빛이 전혀 없다.
하늘에 달조차 떠 있지 않은 캄캄한 곳.

 

하늘에 별만은 총총 ~

사위가 젖어들듯 어둠으로 꽉 차 낮과는 달리 춥기까지 하였다.

이런 시골의 이토록 철저한 어둠과 밤은 너무도 오랫만이다.
어쩌면 사춘기 이후에 처음 겪는 어둠일런지도.
밤하늘의 별까지도 정말 낯설기만 하다.

논둑길을 논 속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디뎌 걸으면서 이곳에 와서 이렇게 걷고 있는 스스로가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졌다.
영숙이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영숙이가 이제까지 꿈꾸어 온 장면 중에 이런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실제 겪고 있으면서 실제 상황이 아닌 거 같은 느낌.
내가 왜 여기를 걷고 있지?
무엇 때문에?.

도시의 어둠과는 전혀 다른 시골의 어두움.
너무 오랫동안 도시의 밤에 익숙히 젖어 있었나부다.
그렇기에 이렇게 짙은 어둠이 한 여름의 더위를 신선하게 털어 주는 것이 이상스럽게 느껴지는가 부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시골의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집에 돌아온 영숙이는 앞으로 이 곳에 적응할 일이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콩꽃 >


아침에 일어나니
창턱에 까지 콩꽃이 피었다.

간지럼 타는 콩줄기

살금살금
내 마음에 줄기가 되어 꽃을 피웠네.

그대
미소.
꽃에 있는 이슬이 되었네.

태양이 떠오르면
새하얀 빛으로 오려나

그대
마음.

 

💥  남중에 근무할 때다.

지금은 30살이 되었을 아이들인데 중3이면 체격이 어른만큼 폭풍 성장한다.
체격은 커도 청소년은 청소년.

아이들이랑 학교 뒷뜰 청소를 맡고 있었는데 하루는 건물에 붙어서 자라고 있는 풀들을 뽑으라고 했더니 무서워서 뽑지를 못한다.

  "풀이 안잡아 먹는다. 그냥 잡아당기면 돼."

마지 못해 풀을 잡아다니더니 펄쩍 뛴다.

 "엄마야. 풀에 벌레가 있어."

결국 아이들은 풀에 손을 못대고 청소가 끝났다.

짖궃은 영숙이는 그 아이들을 만날때마다 놀리고는 했었다.

 

   "와 ~ 풀이 쫓아오넹 ~ 풀이 잡으러 오넹. 옴마야 ~ ㅋㅋㅋ "

 

그때문에 그 아이들은 당연히 영숙이랑 부딪히는 걸 싫어했고 봉사점수를 받으려고 재활용 활동을 했었는데 나오지를 않아서 봉사점수를 부여하지 않았던 일이 생각난다.

 

사실은 별거 아닐지라도 겪어보지 않은 풀이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영숙이도 도시 불빛에 익숙해져서 어렸을 적에 겪어 보았을 시골의 어두움이 생경스러웠던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것이다.
풀포기도 못뽑는 도시내기들한테 어둡고 컴컴한 시골길은 진짜 무서울 것이다.

영숙이는  시골에서 자랐는데도 시골 어두움이 정말 생경스러웠었다.
사춘기 이후의 도시 생활에 젖어 있었던 탓일게다.

요즘 Z세대들은 산골짜기의 맑은 물을 모른다.
Z세대가 기억하는 물은 도시에 있는 퍼렇게 이끼 낀 물이 전부다.

여름마다 깍지벌레 몇마리가 잡혔다고 당연하듯 뉴스에 뜬다..

슬프다.
돌이킬수 없어서 더 슬프다.

그래도 언제인가는 맑은 물이 찰랑거릴 강물이 되돌아 올 것을 꿈꾸어본다.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요즘 유럽의 이상기후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처음 산업혁명이 시작된 유럽에서  그 산업혁명때문에 생긴 이상기후의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728x90
반응형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8.18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8.17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8.15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8.14
영혼의 닻 1. 영혼의 줄  (0) 202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