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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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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10. 서울의대 무의촌 진료

 

8월.

청성보건지소에 근무한지 얼마지나지 않았을 때.
보건지소에 출근하니
서울의대 학생들이 무의촌 진료를 위하여 와 있었다.
학생들은 면사무소 옆에 있는 청성 초등학교에 진료텐트를 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진료를 하는 기간 동안 올해 봄인 4월에 무의촌 의사로 와 계셨던 이 선생님은
휴가를 가셨다.
뒤뜰에 상추를 심어 가끔 상추를 뜯으러 오던 부인과 함께 여름휴가라는 것을 갔다.

 

영숙이는 초등학교로 안양 언니와 함께 가족계획 홍보하러 갔었다.
무의촌 진료를 하는 곳에서 초라하게 보이
는 자신을 어쩔수없이
대면해야 해야 했다.

수재형의 하얀 얼굴들.

명문대......

 

교실마다 들어가서 이를 뽑는 치과도 돌아보고 접수처에서 사람들에게 가족계획도 권유 하였다.


학생들은 기생충 검사를 위한 채변을 하고 소화제를 나누어 주었다.

 

💎
김서기가 보건지소에 찾아와서 투덜 ~ 투덜 ~


무의촌 무료봉사를 온 학생들에게 밥해줄 아주머니들을 구해 주랴.
농사철이라 바쁜데 가마솥을 구하랴.
산에 나무도 벨수없는데 밥해 줄 땔나무 해결해 주는게 힘들다고 투덜 ~ 투덜 ~

 

농촌에서도 산림녹화
를 위하여 산에 나무를 베지 않도록 연탄을 권유하고 있다.

다음날 오더니 여전히 투덜거리는 말투로
어쨌든 해결해야 해서 밥은 부녀회에서 돌아가며 하기로 했다고.

가마솥은 소가 없는 집에서 빌려다 주었다고.
땔나무는고속도로변
에서 솔잎혹이파리 병으로 말라죽은 소나
무를 베어 내고 있었는
데 그것으로 해결 되었
다고.
으쓱 거리는 말투로 떠든다.

영숙이는 보건지소에 찾아와서 떠드는 김서기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혼자 한참을 떠들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없는 영숙이를 살피다가 머쓱해져서 뭔가 궁리하는 표정
으로 동사무소로 갔다.

 

다음 날부터 서울의대 학생들이 진료를 끝내는 일주일동안 초등학교에는 안양과 곽양언니가 다녀왔다.


초등학교에 다녀오고 나면 두사람은 곽 양 언니와 먼 친척이라는 뒷집에 낮잠을 자러 갔다.

 

보건지소 옆집 할머니가 지나가시 길레 인사를 하였다.
초등학교에 약 타러 가신단다.

그 할머니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신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해 보이
신다.

 

" 무슨 약요? "

" 소화제 타다 놓아야겠어요."

 

영숙이는 비로소 그렇게 환자가 많았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거의 면민 전체가 진료 받으러 오는것이다.
청성에는 약국도 없고 보건지소가 전부다.


혼자 빈 사무실을 지키며 학생들이 리어카에 서너 명씩 매달려 물 나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심심한 학생들이 와서 보건지소를 구경하고 갔다.


영숙은 하릴없이 문학사상에 고개를 파묻었다.

 

이선생님은 5일 만에 오셔서 무주 구천동에 피서 갔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피서하러 갔다가 고생만 실컷 했지."

"거기보다 여기가 훨씬 좋은 곳이야."

"여름에 강가에서 면 유지들 하고 천렵을 하였었는데 참 그만이
었어. 정말 좋았는데."

 

무료 봉사 마지막 날.

 

보건소 지소장님께서 여학생 하나를 재워 달라고 부탁했다.
퇴근하면서 그 여학생
을 영숙이 방으로 데리
고 갔다.

 

저녁은 국수였다.

여학생은 먹고 왔다고 했다.

 

"난 살 좀 쪘으면 좋겠어요.
잘먹고 하는데도 왜 살이 안 찌는지 모르겠어요."

"국수 먹고 살이 찌겠어요?"

 

쌀쌀한 여학생의 대꾸에 할 말을 잃었다.


샤워 좀 할 수 없느냐고 몇 번을 물어서 우물가
에서 한다니까 놀라서 뒤로 넘어지려한다.

 

"누가 보면 어떡해요?"

"괜찮아요.
깜깜한데 누가 봐요?
우리는 매일 우물가
에서 하는데요."

"그래도 밖에서 바라
보면 보이잖아요."

"어두워서 잘 안 보여
요.

누가 들여다보겠어요? "

 

한참 망설이더니 단호
하게 말한다.

 

"그럼 미안하지만 제가 먼저 할께요."

 

농협의 주양과 영숙
이는 늘 같이 목욕을 했었는데...

 

"그럼 그러세요."

 

영숙이 방 앞 쪽마루에 앉아서 바라보니 우물 저쪽에서 혼자 물을 끼얹고 있는 여학생 모습은 희끄름할 뿐 잘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정말로 수많은 별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별들의 잔치.

 

영숙이의 텅 빈 가슴 가득.

젊고 쓸쓸한 가슴 안으로.

별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맑고 차가운 별빛은

영숙이의 가슴과

젊음 안에서 빛난다.

 

자신의 이불을 모두 주고도 여학생이 잠자리 때문에 불편한 듯이 보여 미안했다.

 

"교실이 불편해서 잘 수가 있어야죠."

"전 옷을 입고 못 자는데요.

우리 집이 강남 맨션 이거든요.

하루는 도둑이 들어왔지 뭐예요.

내 방이 2층인데 갑자기 아래층에서

~도둑이야 ~

하는 바람에 눈떠 보니까

분명히 창문을 잠그고 잤는데 달빛에 커튼이 펄럭이잖아요.

나는 옷을 하나도 안 입고 침대에 반드시 누워있던 그대로였는데요.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옷을 입고는 못 자겠어요."

"도둑은 어떻게 됐어요?"

"훔쳤던 물건도 그대로 두고

~도둑이야~

소리에 놀랐는지 그냥 달아나 버렸어요!"

 

밤이 깊어 가는데도 잠을 못이루고 뒤척인다.

드디어 밤 12시 가까이쯤 일어나서는 중얼거렸다.

 

"교실에서 그냥 있을걸...

지금 갈 수도 없고..."

 

영숙이는 잠결에 그 소리를 들었다.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영숙
이에게 그 여학생은 환경에 순응하는 스스
로를 부끄럽게 여겨지
도록하였다.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딴에는 미역국도 끓이고 없는 찬이지만 마음을 다해 밥상을 차렸다.

 

"식사하세요."

"아니에요. 가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잤어요."

 

세련된 모습으로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사양을 한다.

 

여학생의 예쁜 모습과 세련된 태도가 영숙이의 마음 한구석을 조금 불편하게 했다.


열등감 ~.

 

오전에는 술도가의 이 부인이 보건지소장과 봉사활동온 학생들 너댓 명에 영숙이까지 초대했다.

 

과일과 차, 떡을 대접하며 서울에 있는 딸 자랑? 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는 서울 아파트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주면서 놀러 오고 연락하
라고 수선을 피운다.

 

영숙은 한 옆에 앉아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
다.

 

학생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앉아서 이 부인의 얼굴
을 바라 볼 뿐이었다.

 

지소장은 고개를 숙여 이 부인의 상기된 얼굴을 피하면서 찻잔을 들여다보며 씩 웃고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떠나갔다.

 

영숙은 영숙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절친인 선자는 성당에 다녔다.

 

영숙이는 가끔 교회로 예배 드리러 가는 정도였지만,
선자는 성당을 제대로 다니고 있어서 수녀님들하고도 친하고 사라라는 천주교식 이름도 가지고 있었다.

 

보통 아이들은 깜짝 놀라면

 

"엄마야."

"어머나."

 

하는데

선자는

 

"아베(아베마리아약자)"

 

라고 말해서 많이 신기해했었다.

 

간호학교 재학중에 선자가 의대생들이랑 의료봉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집에까지 찾아와서 여러번 사정사정을 하였었다.

친한 사람도 없는데 너라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

 

"나는 봉사활동을 가는게 아니라 봉사활동을 받아야 할 사람이야."

 

이러면서 끝내 거절을 해서 선자는 혼자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생각해보면 그런 의료봉사를 통하여 남학생을 만나고 사귈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계산 속이 아니라도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니까 순수한 마음으로 다녀왔어도 큰 깨달음을 얻었을텐데.


오랜시간이 지나고 진짜 어른이 되고
나서야 의료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선자는 졸업 후에 수녀
님이 추천해주셔서 성
모병원에 취직하였다.

 

인생은 아니라고 발버
둥쳐도 정말 아닐 경우
도 있겠지만 대부분 베푼대로 받는 것 같다.

 

이기적인 생활을 한 영숙이에게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는 보답이 주어졌던 것같이 ......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흔살에 예수님을 만나 삶에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출처: https://sjjtc1.tistory.com/174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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