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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두 노인

by 영숙이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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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노인 >     

 

 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포도원교회의 새벽 월삭 기도회(매월 1일)를 드리고 나서 유튜브를 끄지 않고 계속 두었더니 나오는 오디오 북에 내용이었다.

 들으면서 볼일을 보고 아침을 먹으면서 이 내용을 오늘의 티스토리 내용으로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폰으로 이리 저리 찾아 보았지만 줄거리와 요약만 나오고 내용은 없었다.

 전자책을 사기로 하였다.

 전자책을 사기로 하고 맛보기를 보았더니 복사하기가 안되었다.

 그럼 전자책을 사도 소용이 없다 생각하고 찾으니까 내용이 있었다.

 다음에 내용을 올려본다.

 

 이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는 유튜브에서 오디오로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것을 듣는 것이 좋겠다.

 시간은 10여분? 인줄 알았더니 한시간이나 걸렸다.

 다음은 유튜브에서 찾은 오디오 제목 이름이다. 

"20분 안에 잠드는😌 톨스토이 민담, [두 노인] 깨달음✨을 얻은 노인은 누구일까?"  

 

두 노인

1

두 노인이 성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났다. 한 사람은 부자 농부로 예타라스이치 세베료프라는 노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가난한 에리세이 보도로프라는 노인이었다. 예핌은 고지식한 농부로 보드카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으며 입담배조차 하지 않았다. 태어난 이후 욕을 해본 적도 없으며, 매사에 엄격하고 야무진 성미였다. 예핌은 두 번이나 마을의 반장을 지냈으나 두 번 다 1코페이카의 어김도 없이 기한을 마쳤던 것이다. 가족은 대가족이라 두 아들 외에 벌써 장가든 손자까지 둔 형편인데, 그래도 모두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얼핏 보기만 해도 건강한 노인임을 알 수 있었다. 길게 턱수염을 기르고, 지금 일흔이 되었는데도 등도 구부러지지 않고 이제야 수염에 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정도 였다.

에리세이는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노인으로 젊어서는 목수 일을 하러 다녔으나 나이 먹은 뒤로는 집에 있으면서 꿀벌을 치기 시작했다.

큰아들은 멀리 벌이를 하러 떠나 집에 없었고, 둘째 아들이 집에서 하고 있었다. 에리세이는 사람 좋은 명랑한 노인으로 보드카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 조용한 성격이었으나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이웃 사람들에게 꽤나 인기가 좋은 노인이었다. 그는 키가 작달막한 거무스름한 얼굴빛의 빈약한 농군으로, 곱슬한 턱수염을 기르고 자기와 같은 이름의 옛 예언자 에리세이와 마찬가지로 대머리였다. 두 노인은 벌써 오래전부터 같이 떠날 약속을 하고 있었으나 예핌 노인 쪽은 언제나 분주하여 일에 끝이 없었다. 한 가지가 끝났다 하면 곧 다음 일이 생기곤 했다.

손자의 혼인 잔치가 끝났다 했더니 막내아들이 군대에서 돌아왔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새로 집을 지어야 할 모양이다. 어느 감사절에 두 노인은 우연히 만나 통나무 위에 나란히 걸 터 앉았다. 에리세이가 말했다.

"어떤가? 언제 성지 순례를 떠날 건가?"

예핌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니, 조금만 더 기다려 줘야겠어. 올해는 영 매사가 뒤틀려진단 말이야. 그 공사를 시작했을 땐 그저 100루블 정도면 될 것 같았는데 벌써 300루블이나 들었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아무래도 여름까지 끌 모양이야. 글쎄, 올여름엔 주님의 뜻이라면 떠나게 되겠지."

"내 생각 같아선." 하고 에리세이는 말했다. "그렇게 미루기만 해서는 좋지 않아. 마음먹고 떠나야지. 지금은 봄이라 아주 좋을 때 거든." "일단 시작한 일을 어찌 버려두고 가나?" "아니 그래, 자네 집엔 그렇게 일을 맡길 사람이 없나?

아들이 다 알아서 할 게 아닌가?" "뭘 알아서 하겠나! 큰아들 놈이라고 어디 믿음직스러워야지. 엉뚱한 짓을 해 놓을 게 뻔해." "그렇지 않아. 우리는 이제 물러날 때도 됐는데, 어서 빨리 애들에게 일을 맡겨 배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그야 그렇긴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 눈으로 일 맺음을 보고 싶어." "아이고, 난 모르겠네! 이런 일 저런 일 끝장을 보자면 한이 없어. 아암, 한이 없고. 바로 얼마 전에도 우리 집 아낙네들이 감사절이 다가온다고 빨래를 한다, 집 안을 치운다, 저것을 한다, 이것을 한다, 아주 난리가 난 것 같더군.

그런데 우리 큰며느리가 아주 영리해서 이렇게 말하잖나. '감사절이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빨리 다가오니까 그래도 살겠군요. 그렇지 않다간 아무리 일을 해 봐야 다 할 순 없으니까요.' 라고 말이지." 예핌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나는 그 공사에 여간 돈을 처넣었어야지. 길을 떠나는데 빈손으로 갈수도 없고... 그것도 한두 푼으론

되지 않을 테고... 그렇지 100루블은 가지고 가야지." 에리세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 그런 소리를 하다가는 죄 받아. 자네 재산은 내게 비하면 열 곱절이나 되는데 그래 돈 때문에 걱정하다니. 그런 일은 접어 놓고 언제 떠날 것인지 작정이나 하게. 내게는 돈이 없지만 그래도 떠난다면야 마련하지 못하겠나." 예핌 노인은 씩 웃으며 말했다. "야, 대단한 부자로군.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건가?"

"뭘, 온 집 안을 뒤지면 얼마쯤은 나올 거고, 모자라는 몫은 밖에 세워 놓은 나무 꿀 벌통 여남은 개만 옆집에 팔면 되겠지. 전부터 사겠다고 해 왔으니까."

"팔아 버린 벌통에서 수확이 좋으면 속이 상할걸." "속이 상해? 자네 그런 말 꿈에도 말게. 이 세상에는 죄짓는 일 외에는 속상할 일이 하나도 없어. 영보다 더 소중한 건 없으니까."

"그야 물론 그렇지만, 역시 집안일이 정돈돼 있지 않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거든." "그보다도 영혼의 일이 질서가 잡히지 않으면 더 편안찮을걸. 어떻든 약속한 거니까 떠나지. 정말 떠나자니까!"

2

이렇게 하여 에리세이는 친구를 설복시켰다. 예핌은 밤새도록 생각한 끝에 이튿날 아침, 에리세이에게로 와서, "그럼 떠나세. 과연 자네 말대로 인간이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주님의 뜻이니, 아직 살아서 기운이 있는 동안에 가기는 꼭 가야겠어." 하고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두 노인은 준비를 마쳤다.

예핌은 집에는 돈이 많았으므로 100루블을 여비로 마련하고 2백 루블은 늙은 자기 아내에게 맡겼다. 에리세이도 준비가 갖춰졌다. 바깥에 놓은 통나무 꿀통 중에서 열 개를 옆집 주인에게 팔아넘기고 거기서 생겨나는 애벌도 붙여서 건네기로 약속했다. 그리하여 70루블이라는 돈이 마련되었다. 나머지 30루블은 온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식구들에게 조금씩 받았다. 그뒤 늙은 아내도 죽을 때 쓸려고 모아 두었던 돈을 모두 털어서 내놓고 며느리도 자기 돈을 내놓았다.

예핌타라스이치는 뒷일을 모조리 아들에게 맡겼다. 어디서 얼마만큼의 건초를 벤다든가, 거름은 어디로 운반한다든가, 공사는 어떻게 완공시키며 지붕은 어떤 모양으로 올린다든가,여하튼 한 가지도 빠뜨리지 않고 지시했다. 그런데 에리세이쪽은 아내에게, 팔아 넘긴 꿀 통에서 깐 애벌은 따로 모았다가 조금도 어김없이 옆집 주인에게 건네주라고 분부했을 뿐, 가사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자기 앞에 일이 닥치면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노인은 준비를 다 마쳤다.

식구들은 과자를 굽고 자루를 만들고 새 각반을 마름질하고 새로 농부화를 만들었다.

노인들은 갈아 신을 나막신도 마련해 가지고 마침내 떠났다. 식구들은 동구 밖까지 전송 나와서 작별을 고하고 두 노인은 여행길에 올랐다.

에리세이는 들뜬 기분으로 첫발을 내디디며 마을에서 멀어지자 집의 일 같은건 죄다 잊어버렸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여행 중엔 부디 친구의 마음에 들도록 하자, 누구에게나 언짢은 말 같은 것은 삼가자,

무사히 만족한 마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하고 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자는 뿐이었다. 에리세이는 길을 걸으면서 기도문은 입속으로 외고 자기가 알고 있는 성자의 전기를 마음 속으로 자꾸 더듬었다. 도중에 누군가와 동행이 되거나 여인숙에 들 때는 어떻게든지 남에게 살뜰한 응대를 하자,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을 말하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길을 걸으면서도 기뻐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는데 다만 한가지, 에리세이에게는 도저히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있었다. 담배를 끊어 보려고 일부러 쌈지를 집에 두고 왔는데, 그것이 아쉬워서 견딜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 도중에 어떤 사람에게서 얻었으므로 친구에겐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슬쩍 뒤처져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예핌 타라스이치도 기분이 좋은 듯 기운차게 걸어갔다.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않고, 쓸데없는 말은 한 마디도 지껄이지 않았으나 마음 속은 편안치가 않았다. 집 걱정이 한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늘 집에서는 어떻게들 하고 있을까, 그것만 생각했다. 뭔가 아들에게 일러 줄 것을 잊어버지는 않았나, 아들은 분부한 대로 하고 있을까? 도중에 남이 감자를 심거나 거름 운반하는 것을 보면 집에서도 역시 아들이 저렇게 하고 있을까, 하고 걱정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돌아가서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해 버리고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3

두 노인은 5주일 동안 계속해서 걸었으므로 집에서 가지고 온 목피 구두도 다 떨어져 이제 새 신을 사야 하게

되었을 무렵에 소러시아로 들어갔다. 집을 떠나서 자는 것도 식사도 전부가 돈이었는데, 소러시아로 접어드니 모두 다투어 두 노인을 자기 집으로 끌어가려고 했다. 잠을 재우고 식사를 대접하고서도 돈을 받지 않을뿐더러, 도중에서 먹으라고 자루 속에 빵이랑 과자를 넣어 주는 형편이었다. 며칠 수 노인은 홀분하게 700베르스타의 길을 걸어 다시 고을을 지나 흉년이 든 고장이 이르렀다. 거기서는 잠을 재워 주고 방값을 받지 않았으나 먹을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빵은 아무 데서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때는 돈을 내고도 살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 해 곡식이 하나도 영글지 않았다고한다. 부자도 먹을 것이 없어 가진 물건들을 팔아 버리고 중류 생활을 하던 자는 빈털터리가 되었으며 가난뱅이는 다른 지방으로 가든가 동냥을 나서든가, 아니면 마을에서 그럭저럭 하루하루 지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겨울 동안은 밀울과 명아주로 끼니를 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두 노인은 작은 마을에 들어가 빵을 열다섯 근 가량 사고 하룻밤을잔 다음, 동이 트기 전에 길을 떠났다. 뜨거워지 전에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는 것이었다. 10베르스타쯤 걸어가 어떤 개울가에 이르렀다. 거기 다리를 펴고 앉아 찻잔에 물을 떠서 빵을 축여 가며 배불리 먹은 다음에 나막신으로 갈아 신었다.

이렇게 앉아서 한참 쉬는 동안에 에리세이가 담배쌈지를 꺼내자 예핌은 그것을 보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왜 그런 좋지 못한 버릇을 고치지 못하나?"

에리세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정말 나는 죄인이야. 도저히 안되는군." 하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얼마나 다시 앞길을 재촉했다. 거기서 다시 10베르스타쯤 걸어가니 커다란 마을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 마을을 완전히 통과했을 때는 벌써 볕이 여간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었다.에리세이는 지쳐 잠시 쉬고 물도 한 그릇 마시고 싶었으나 예핌은 걸음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예핌은 걸음을 잘 걸어 에리세이는 그 뒤를 따라가기조차 어려웠다. "물을 좀 마셨으면."

에리세이는 걸음을 멈추고 예핌에게 이렇게 말했다. "뭐 마시지그래. 난 괜찮아." "그럼, 먼저 가게나. 난 잠깐 저 농가에 들어가서 물을 얻어 마신 다음 곧 뒤따라 갈 테니까." "그래 알았어." 하고 예핌은 혼자 신작로를 걸어가고 에리세이는 농가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에리세이는 농가에 다가가보니 석회 칠을 한 자그마한 집이 있었다. 아래쪽은 꺼멓게 되고 윗부분만이 허연데 오래도록 손보지 않은 모양으로 칠은 벗겨지고 지붕은 한쪽이 허물어지고 없었다. 집의 입구가 뒷문 쪽에 붙어 있어 에리세이는 뒷문으로 들어갔는데 문득 보니 담장 밑에 사나이가 드러누워 있었다. 마르고 턱수염도 없으며 루바시카 자락은 소러시아 식으로 바지 속에 넣고 있었다. 짐작건대 이 사나이는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드러누웠던 모양이나 지금은 볕이 똑바로 내리쬐고 있었다. 그런데 사나이는 드러누운 채 잠들어 있지도 않았다. 에리세이는 물을 좀 마실 수 없느냐고 말을 걸었으나 사나이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앓고 있거나, 아니며 꽤 무뚝뚝한 사나이인 모양이군'하고 생각하고 에리세이는 문께로 다가갔다. 그러자 집 안에서 어린아이의 우는소리가 들려왔다. 에리세이는 문의 고리쇠를 덜컹덜컹 소리나게 하면서, "실례합니다."라고 했으나 대답이 없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해도 바스락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에리세이는 그만 돌아서려고 하는데 문 앞에서 누군가가 신음하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어디 한번 들여다보고 가야지.' 에리세이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4

에리세이가 손잡이를 돌려 보니 문에는 쇠가 걸려 있지 않았다. 문을 열고 복도에 들어서니 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었다. 오른 편에는 난로가 있고 정면이 상좌로 되어 있었으며, 그 구석에 성상과 테이블이 놓여 있고, 테이블 저쪽에는 의자가 있었다. 의자에는 머리에 수건을 쓰지 않은 속옷 바람의 할머니가걸터앉아 테이블에 앉아 테이블에 머리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 곁에는 비쩍 말라 배만 커다란 밀랍 같은 얼굴빛의 사내아이가 앉아서 할머니의 옷소매를 잡아 당기며 칭얼대고 있었다. 에리세이는 그 방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방 안 서는 숨이

막힐 듯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보니까 페치카 저쪽 마룻 마닥 위에는 한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엎어진 채 이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가래 끓는 소리만 내면서 한쪽 다리를 폈다 오므렸다 할 뿐이었다. 괴로운듯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는 그 몸에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이 여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데 아무도 그 뒤치다꺼리를 해 주지 못하는 모양이다. 할머니가 문득 눈을 들어 낯선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

당신은 누구요? 보아하니 뭘 얻으려고 왔나 본데 여기엔 아무것도 없어요...." 에리세이는 가까이 다가가서, "할머니, 물을 좀 얻어 마시려고 그래요." 하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그랬잖우. 아무도 물을 떠올 사람이 없으니 마시려거든 가서 떠 마셔요." "어떻게 된 겁니까, 할머니? 이 댁엔 성한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나요? 이 아주머니 돌봐 줄 사람도?" 하고 에리세이가 물었다. "아무도, 아무도 없어요. 밖에는 내 아들이 죽어 가고 있고 우린 여기서 이렇게...." 사내아이는 낯선 사람을 보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할머니가 말하는 것을 보자 다시 그 소매를 지근거리며 "빵 줘, 할머니, 빵!"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에리세이는 할머니에게 다시 말을 물으려고 했을 때 밖에 있던 사나이가 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벽을 의지하고 걸음을 옮겨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모양이었으나 그러지도 못하고 출입문 어귀에 한쪽 구석에 의지하듯 쓰러졌다. 그러고는 일어나려고도 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 하고는 말을 끊고, 한 마디 하고는 숨을 몰아쉬고 하면서 다음 말을 이어갔다.

"전염병에 걸렸는데, 게다가... 흉년이 들어 모두가 굶어 죽게 되었소!" 농부는 턱으로 사내아이를 가리키며 울기 시작했다. 에리세이는 등에 짊어진 자루를 치켜올려 두 팔을 멜빵에서 뽑고,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의자위에 놀려 놓은 뒤 끄르기 시작했다. 자루를 열고 안에서 빵과 나이프를 꺼내어 한조각 잘라서 농부에게 주었다. 농부는 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주라고 손짓을 했다.

에리세이는 사내아이에게 주었다. 사내아이는 빵 냄새를 맡자 몸을 뻗어 두 손으로 빵을 움켜쥐더니 입과 코를 거기 처박았다. 그러자 페치카 구석에서 계집아이가 기어 나와 물끄러미 빵을 바라보았다. 에리세이는 그 아이에게도 한 조각을 주었다. 그리고도 한 조각을 잘라 할머니에게도 주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받아들이자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목이 말라.... 누가 물을 좀 가져왔으면... 내가, 어제 물을 뜨러 갔었는데 다 오기도 전에 쓰러져 버렸지. 물통이 거기 있긴 할텐데, 혹시 누가 가져갔다면 모르지만...." 에리세이는 우물이 어디 있는가를 물어 보았다. 할머니가 자세히 가르쳐준 대로 갔더니 물통 있었다. 그래서 물을 떠다 식구들에게 먹였다. 아이들과 할머니는 물을 마셔 가며 빵을 먹었으나 남자는 입에 대려고 하지 않았다. "속에서 받지 않아요."라고 했다.

그의 아내는 숫제 일어나려고도 하지 않고,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냥 나무 침대 위에서 몸부림칠 뿐이었다. 에리세이는 가게에 가서 옥수수랑 소금, 밀가루, 버터를 사 왔다. 그리고 도끼를 찾아 장작을 패어 페치카에 불을 지폈다. 계집아이가 거들었다. 그리하여 에리세이는 수프와 보리죽을 만들어 온 식구에게 먹였다.

5

주인 남자도 겨우 수프를 떠먹었다.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는 그릇 바닥까지 싹싹 핥아먹고, 서로 껴안은 채 잠이 들었다. 농부와 할머니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원래 넉넉한 살림살이도 아닌 데다 지난해엔 추수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이번 기근이 든 가을부터는 내내 전에 남았던 거나 그냥 털어먹었지요. 나중에는 식량이 모자라 이웃분들의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물론 꾸어 주기도 했지만 차차로 거절하게 되었습죠. 어떤 사람은 꾸어 주고 싶은 마음은 태산 같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또 저희들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매번 손을 벌리기가 여간 민망스럽지 않았습니다.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과 밀가루와 빵을 온통 꾸어 썼으니 말입니다." 농부는 말을 계속했다. "나는 일을 찾아 돌아다녔으나 일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입에 풀칠하기 위해 일을 찾아다니는 형편이니 어쩌다 하루 일하면 그다음 이틀은 일을 찾아 헤매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어머니와 아이들은 이웃 마을로 동냥하러 떠나게 되었는데 아무도 빵이 없으니까 어디 동냥인들 쉬운가요?

그래도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입에 풀칠을 했습죠. 그래서 이럭저럭 햇보리가 날 때까지 연명해 가겠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글쎄 이 봄부터는 전혀 동냥을 주는 집이 없게 된 데다 이렇게 열병까지 퍼지지 않았겠습니까? 형편은 날로 심해져서 하루 먹으면 이틀은 굶어야 하게 되었죠. 마침내 풀까지 뜯어 먹게 되었는데 그 풀 때문인지 아닌지 무슨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아내가 병으로 쓰러졌습니다. 아내는 앓아 드러누웠죠. 내겐 힘이 없으니 암담한 형편입니다." 농부의 말에 이어, 할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혼자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터인데 아무리 돌아다녀 보아야 아무 데서도 먹을 게 나와야 말이죠. 그만 허기지고 근력도 빠져서 주저앉아 버렸어요. 손녀딸도 몸이 잔뜩 약해진 데다가 이제 겁까지 집어먹고 근처에 심부름을 보내도 가려고 하질 않는군요. 구석에 처박혀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요. 엊그제 이웃집 아주머니가 무슨 볼 일로인지 왔다가 온통 굶어서 쓰러져 있는 것을 보더니 깜짝 놀라 돌아서서 나가 버리지 뭡니까!

그 아주머니도 남편은 도망쳐 없고 어린아이들하고 굶주리는 판이라 그럴 만도 하죠. 그래서 이렇게 드러누워 천주 님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에리세이는 그날로 친구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집에 머물렀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에리세이는 마치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이라도 된 듯이 서둘러 일하기시작했다. 할머니와 둘이서 가루를 반죽하고 페치카에 불을 지피고 계집아이와 같이 쓸 만한 물건을 찾아 보려구 근처를 돌아다녔다. 무엇 하나라도 남은 게 있을까 하고 찾아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모조리 먹을 것과 바꿨던 것다. 농기구도 없었고, 입을 옷가지도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에리세이는 꼭 있어야 할 물건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손수 만들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사 오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에리세이는 하루를 보내고 이틀이 지나 사흘을 묵었다.

사내아이는 기운을 다시 찾아 가게에 심부름도 가고 에리세이를 잘 따랐다. 계집아이는 아주 명랑해서 무슨 일이나 거들려고 나섰다.

줄곧 "아저씨, 아저씨!" 하며 에리세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할머니도 일어나 이웃에 드나들게 되었으며 주인 남자도 에리세이가 구해다 준 농기구로 밭에 나가 일하게 되었다. 드러누워 있는 사람은 그의 아내뿐이었으나 그녀도 사흘째 되는 날에는 정신을 차리고 수프를 먹게 되었다. '이렇게 오래 묵으려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만 떠나야지.' 하고 에리세이는 생각했다.

6

나흘째 되는 날은 바로 감사 주일 전날이었다. 에리세이는, 농부의 가족들과 전야를 축하하고 감사절 선물로 뭘 좀 사 준 다음 저녁때는 떠나야지,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에리세이는 또다시 마을에 내려가 우유와 밀가루, 기름 등을 사다가 할머니와 둘이서 음식 장만을 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교회의 기도식에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식구들과 같이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 이날은 농부의 아내도 일어나 집 안에서 슬슬 거닐었다.

남편은 수염을 만지고 깨끗한 루바시카를 입고(할머니가 빨았던 것이다), 마음에서도 부자 소리를 듣는 집 주인을 찾았다. 그것은 이 부잣집 주인에게 밭도 풀밭도 저당을 잡혔으므로 햇보리가 나기까지 그 밭과 풀밭을 좀 쓰게 해 줄 수 없느냐고 청하러 갔던 것이다. 저녁때 남편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와 물을 흘렸다. 부잣집 주인이 인정사정도 없이 돈을 갖고 오라 했다는 것이다.

거기서 에리세이는 다시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이 사람들은 장차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풀을 베러 가는데 이 사람들은 멀거니 앉아 있어야 하다니. 풀밭이 저당 잡혀 있으니, 쌀보리가 익으면 남들은 추수를 하게 되는데(사실 썩 잘 영글었더군!) 이 사람들은 아무리 전처럼 길에서 헤매야 할거야.' 에리세이는 생각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그날 저녁때도 출발하지 못하고 이튿날 아침까지 미루게 되었다. 마당에 나가 기도를 마친 다음 잠을 자려고 드러누웠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 까닭은 돈을 많이 써 버리고 날짜도 퍽 허비하였으므로 그만 출발해야 하는데 차마 이 집 사람들이 가엾어서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걸 도와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처음에는 물이나 길어다 주고 빵이나 한 조각씩 먹일 셈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까지 돼 버렸으니, 이제 와서는 풀밭이나 찾아 주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밭을 찾아 주고 나면 다음에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도록 젖소도 사 주어야 되겠고 주인 남자에게는 보릿단을 운반할 말도 사 주어야 되지 않겠나. 여봐, 에리세이, 너 아주 함빡 말려 든 모양이구나, 닻을 던져 놓고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게 된 모양이군!'

에리세이는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외투를 더듬어 담배쌈지를 꺼내고 담배를 한 줌 피워 머릿속을 개운하게

하려고 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이렇다 할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나 이 사람들이 가엾어서 견딜 수 없으니 도리가 없었다. 다시 긴 외투를 둘둘 말아 베개로 삼아 벌렁 드러누웠다. 가만히 그렇게 드러누워 있는 동안 어느 사이에 닭이 울고 이윽고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그때 갑자기 누가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니 어엿이 출발할 채비를 한 자기가 등에는 자루를 짊어지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서 문을 나서려는 참이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으므로 그냥 걸어서 나가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문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이쪽 울타리에 각반에 걸려 다 풀어지게 되었다. 그것을 떼어 감으려고 내려다보니 이게 웬일인가. 이건 울타리에 걸린 것이 아니라 계집아이가 붙잡고, "아저씨, 아저씨, 빵 좀 주세요!"하고 울부짖는 것이 아닌가, 발을 보니 사내아이가 각반을 움켜쥐고 있었고, 창문으로는 할머니와 주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리세이는 그와 같은 꿈을 꾸고는 잠이 깨어 결심했다. "내일은 밭과 풀밭을 도로 사 주자. 그리고 말도 사 주고

햇보리가 날 때까지 먹을 밀가루도,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일 젖소도 사 주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일껏 바다를 건너서 그리스도를 찾아간다고 해도 자신 안에 있는 그리스도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지." 그리고는 에리세이는 아침까지 단잠을 잤다. 아침 일찍 잠이 깨자 곧 부자를 찾아가서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쌀보리 밭을 도로 사고 풀밭 대금도 치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낫을 사 가지고(그것마저도 팔아먹었던 것이다)갔다. 주인 남자는 풀밭에 풀을 베도록 내보내고 자기는 마을 농가를 돌아다니가 주막 집 주인이 수레를 붙여서 판다는 말에 관한 얘기를 듣고 값을 흥정하여 샀다. 밀가루도 한 포대 사서 짐수레에 실은 다음, 이번에는 젖소를 사러 갔다. 걸어가는 동안 두 사람의 소러시아(우크라이나) 여인들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 이 여인들은 걸으면서 에리세이는 그것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그녀들은 에리세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긴 처음에는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는 거예요. 그냥 순례자라고 생각했대요. 몰을 얻어 마시러 들어왔다가 그대로 눌러 앉아 버렸다는군요. 아까도 누가 그러는데 주막집에서 짐수레하고 밀가루을 샀다는군요.

요즘 세상에 그런 성자가 다 있으니 우리 그 집엘 가보지 않을래요?" 에리세이는 여자들이 자기를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젖소 사는 일을 포기하고 주막으로 돌아가 말값을 치렀다. 말에 수레를 맨 다음, 밀가루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 앞에 당도하자 말을 세우고 마차에서 내렸다. 식구들은 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자기들을 위해서 말을 산 모양이라고 짐작은 했으나 그것을 입 밖에 내어 말하기는 쑥스러웠다. 주인 남자는 문을 열면서 "아니, 그 말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하고 물었다. "샀어. 마침 싼 걸 만났기에 말이지. 오늘 하룻밤 잘 먹도록 풀을 좀 베어 넣어 주게. 그리고 이 자루 좀 끌어내려 줄 텐가?"

주인 남자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는 말을 풀고 가루 포대를 광에 갖다 놓고 풀을 한 아름 베어다가 말 구유에 넣어 주었다. 이윽고 모두들 잠자리에 들고 농부의 집 안은 고요해졌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에리세이는 자신의 행낭을 짊어지고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나막신을 신고 긴외투를 걸친 다음 예핌의 뒤를 쫓아 나선 것이다.

7

에리세이가 5베르스타쯤 갔을 때 날이 밝았다. 에리세이는 나무 밑에 앉아 자루 입을 열고 돈을 세어 보았다. 17루블 20코페이카가 남아 있었다.

'아니 이 돈으로 바다를 건너서 긴 여행을 할 수가 없다. 순례를 한답시고 공연히 구걸하며 다니다 자칫 죄를 지으면 큰일 아닌가. 예핌 영감이 혼자 가서 내 대신 촛불을 밝혀 줄 테지. 나는 아무래도 죽기 전에는 성지 순례를 못 할 모양이군. 하지만 감사하게도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굽어살피시니까 용사해 주실 것이 틀림없어.' 에리세이는 일어나서 자루를 짊어지고 가던 길을 되돌아섰다. 다만 그 마을만은 사람들의 눈에 띌세라 멀리 돌아서 지나갔다. 이렇게 하여 에리세이는 얼마 후에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목적지를 향해 갈 때는 걷는 것이 힘들어 예핌을 뒤쫓아 가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되돌아가기 시작하니 마치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기라도 하는 듯이 아무리 걸어도 지치는 일이 없었다.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지팡이를 내두르며 걸어도 하루 70베르스타씩이나 갔다. 에리세이는 집에 돌아오니 식구들은 마침 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모두 노인의 귀가를 기뻐하며 구경이 어떻든가, 어쩌다가 동행과 떨어졌는가, 왜 목적까지 가지 않고 돌아왔는가, 하고 여러 가지 묻기 시작했다. 에리세이는 그동안 있

었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글쎄, 내 실수로 중간에서 돈을 잃었지 뭐냐?

게다가 예핌 영감은 놓쳐 여러 가지로 물어보니 만사가 순조로웠고 일도 거침없었으며 아무런 불행 없이 식구들도 오손도손 지내고 있었다. 예핌 영감 네 집

에서는 에리세이가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서 자기 집 노인의 소식을 들러 왔다.

그들에게도 에리세이는 비슷한 말을 일러 주었다.

"예핌 영감은 탈 없이 잘 가셨네. 나하고는 베드로 축제일 사흘 전에 헤어졌지.

나는 뒤쫓아 가려고 했는데 내 실수로 그만 돈을 잃어버려 모자라겠길래 돌아온 거야." 사람들은 깜짝 놀다. 어리석다고는 할 수 없는 성실한 노인이, 성지순례

를 떠났다가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돈을 잃어버리고 돌아오다니,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했을까, 하고 갸우뚱했으나 차차 그 일을 잊기 시작했다. 에리세이는 아들과 둘이서 올겨울에 땔 나무를 장만하고 아낙네들과 같이 밀을 빻고 곳간 지붕을 새로 얹고 꿀벌의 월동 준비를 해 주고 열 개의 꿀벌 통나무를 새로 깐 애벌과 함께 옆집에 넘겨 주었다. 할멈은 돈을 받고 판 통나무에서 애벌이 얼마나 갔는지 속이려고 했으나 에리세이는 어느 통은 소용 없게 되고 어는 통에서는 새끼를 깠는지 죄다 알고 있어 열 무더기가 아니라 열일곱 무더기를 옆집에 주

었다. 가을 일이 다 끝나자 에리세이는 아들을 벌이하러 내보고 자기는 줄곧 집에 있으면서 나막신을 만들고 꿀 통으로 쓸 통나무를 파내곤 했다.

8

에리세이는 병자 있는 농가에서 묵던 날, 예핌은 하루 종일 친구를 기다렸다.

그는 혼자 너무 많이 가지 않고 길가에 한참 기다린 끝에 한잠 푹 자고 깨어 일어나 다시 우두커니 기다렸나 친구는 오지 않았다. 에리세이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거 내가 잠자는 사이에 모르고 그대로 지나쳐 간 게 아닌가? 다리가 아프다 보니 남의 짐수레를 얻어 타고 여길 지나가면서 나를 보지 못한 게 아닐까? 하지만 보이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허허벌판이어서 눈앞이 죄다 보이는걸.

내가 다시 되돌아가면 오히려 영감이 앞으로 먼저 가 버려서 더 게 어긋날지도 몰라. 계속 가는 게 옳겠군. 여관에서 만나게 되겠지.'

다음 마을에 당도하자, 혹시 이러이러한 할아버지가 이리로 오거든 내가 있는 여관으로 데려다주시오, 하고

주인장에게 부탁해 놓았다. 그런데 에리세이는 그 여관에도 끝내 오지 않았다.

예핌은 앞으로 다시 길을 떠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러이러한 대머리 영감을 못 보았느냐고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예핌은 어처구니가 없어 혼자 계속 걸었다.

'그렇지. 오데사 근처가 아니면 배 안에서 만나게 될 거야.' 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도중에 한 순례자와 동행하기 되었다. 그 순례자는 보통 입는 법복에 법 모를 쓰고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었다. 아토스에도 간 일이 있고, 지금 이 길이 두 번째로 가는 예루살렘행이라고 했다. 어떤 여인숙에서 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끝에 동행이 되었던 것이다.

오데사에 도착하기까지는 무사했다. 두 사람은 밤낮으로 사흘간 배를 기다렸다. 이 세상 각 처에서 모여든 숱한 순례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도 예핌은 에리세이에 대해 물어 보았으나 아무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예핌은 외국의 여행 허가장을 받았는데 그 값은 5루블이었다. 그리고 왕복 뱃삯으로 40블을 치른 다음 도중에서 먹을 빵이랑 청어 들을 샀다.

이윽고 배의 선적도 안벽에 떨어져 큰 바다로 나갔다. 그날은 무사히 항해했으나 저녁때가 되자 바람이 일고 비가 쏟아지면서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바닷물이 갑판을 휩쓸었다. 배 안은 술렁거리고 여자들 중에는 큰 소리로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으며, 남자도 겁이 많은 사람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배 안을 우왕좌왕하는 것이었다. 예핌도 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배에 오르자 곧 담보프의 농부들과 같이 마룻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그대로의 자세로 그날 밤과 다음 날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오로지 자기 자루만 열심히 붙잡고 있었을 뿐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흘째에 겨우 바람이 자고 닷새째에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했다. 순례자들 중에는 상륙하여 지금은 터키에 점령되어 있는 성 소피아 대성당을 구경 간 사람도 있었으나 예핌은 상륙하지 않고 배 안에 남아 흰 빵을 조금 샀을 뿐이다. 하룻밤 하루 낮을 정박한 뒤에야 다시 바다로 나왔다. 스미르나 항에 기항한 다음에 알렉산드리아 항에 들렀다가 마침내 야파에 도착했다. 야파에서는 순례자들이 모두 상륙했다. 예루살렘까지는 걸어서 70베르스타다. 상륙할 때에 사람들은 또 아찔한 꼴을 당해야 했다.

기선의 높은 갑판에서 밑에 있는 보트로 뛰어내려야 하는데, 보트는 계속 흔들리고 있어서 자칫하다간 보트에서 바닷속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두 사람이

물에 빠진 생쥐가 되었으나, 어떻든 무사히 상륙했다. 상륙하자 모두 걸어서 떠났다. 사흘째 되는 점심때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변두리의 러시아 인 숙소에 여장

을 풀고 여행 허가장 뒷면에 사인을 받은 다음 식사를 마치고 순례자와 둘이 성지 순례를 떠났다. 가장 중요한 그리스도의 관은 아직 구경하지 못했으므로 대주교 수도원을 참배했는데, 참배자 일동을 안으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자리가 따로따로 돼 있었다. 신을 벗고 둥그렇게 둘러 앉았다. 그러자 한 신부가 세수수건을 들고 나와서 사람들의 발을 닦아 주기 시작했다. 발을 닦고서는 입을 맞추는 모양으로 빙 한 바퀴 돌았다. 예핌의 발도 닦아 주고 입도 맞춰 주었다. 그때 성찬이 나와 포도주도 마셨다. 날이 새자

이집트의 마리아가 칩거했다는 암실로 가서 촛불을 바치고 기도드렸다. 그곳에서 아브라함 수도원으로 돌아가 아브라함이 신을 위해 자식을 찔러 죽이려고

한 사베크의 동산을 보았다. 다음에 막달라 마라아에게 그리스도가 모습을 나타내셨다는 성지를 참관하고 주님의 형제의 야곱의 교회에도 들렀다. 순례자는 장소를 하나하나 안내하며, 여기서는 얼마, 저기서는 얼마라고 희사하는 돈의 액수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한낮이 되어 숙소에 돌아와서 식사했다. 윽고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 순례자는 앗, 하고 놀라며 자기 옷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아, 지갑을 도둑맞았구나. 틀림없이 23루블 있었는데... 10루블

짜리 두 장에다가 잔돈이 3루블...." 순례자는 속이 많이 상해서 푸념을 늘어놓은 것이었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자리에 들었다.

9

예핌도 잠을 청하고자 누웠으나 문득 마음속에 의심이 생겼다. '저 순례자는 돈을 도둑맞은 게 아니야. 처음부터 돈이 없었던 게 분명해. 아무 데 가서도 헌금하지 않았으니까. 내게만 내라고 하면서 자기는 하나도 내기 않았어. 그건 고사하고 내게서 1루블까지 빌려 가지 않았나.' 예핌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기를 스스로 꾸짖었다. '내가 왜 사람을 의심하는지 모르겠군. 남을 의심한다는 건 죄스러운 일이야.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다시 말아야지.'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고 생각하자, 다시 순례자가 돈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점이랑 지갑을 도둑맞았다고 허풍스럽게 떠들어 대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아니, 정말로 돈이 없었어. 사람들 눈을 속이기 위해 연극을 꾸몄지.' 저녁때 사람들은 일어

나서 부활 대성당에서 거행되는 기도식에 참배하러 갔다. 그곳은 그리스도의 이 있는 곳이다. 순례자는 예핌 곁을 떠나지 않고 졸졸 따라다녔다.

성당에 도착했다. 순례하는 사람들은 러시아 인 외에 그리스 인, 아르메니아인, 터키 인, 시리아 인 등 각국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이다. 예핌 영감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성문으로 들어갔다. 한 신부가 안내역을 맡고 있었다. 터키 인이 파수인의 곁을 지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려 기름을 칠했다는, 아홉 개의 큰 촛대가 점화된 곳으로 안내하였다. 신부는 일일이 설명하며 보여 주는 것이었다. 예핌은 거기서도 춧불을 바쳤다. 그 다음, 안내 신부는 오른쪽 층계를 올라가 못박혔던 십자가가 세워졌다는 골고다로 예핌을 안내하였으므로 예핌은 거기서 잠시 기도드렸다. 그리고 예핌은 대지가 지옥까지 갈라진 자리를 구경하고 다음으로 그리스도위 손발에 못이 박혔다는 장소, 그 다음에 그리스도의 피가 아담의 뼈에 뿌려졌다는 아담의 관을 보았다.그리고 또 그리스도가 가시관을 쓸 때에 걸터앉았다는 돌과 그리스도가 채찍질 당할 때 묶였다는 기둥을 보았다. 그 다음에 예핌은 그리스도의 발에 채워졌다는 두 개의 구멍 뚫린 돌도 구경했다. 안내 신부는 그 밖의 다른 것도 보여 주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앞길을 재촉했으므로 그리스도의 관이 있는 굴로 따라갔다. 거기서는 다른 종파의 의식이 끝나고 러시아 정교의 기도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예핌은 어떻게든 순례자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자꾸만 죄스러운 의혹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례자는 잠시도 곁에서 떠나려 하지 않고, 그리스도 관 앞에서의 기도식에도 같이 참여했다. 두 사람은 되도록 관 가까이 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숱한 군중이 운집하여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할 형편이었다. 예핌은 가만히 서서 앞을 바라보며 기도드렸는데 때때로 지갑이 무사한가, 하고 더듬게 되는 것이었다. 예핌의 마음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순례자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는 만약 정말로 도둑을 맞은 것이라면 나도 도둑을 조심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10

예핌은 이렇게 서서 기도드리면서 주님의 관이 놓인 회당 앞쪽에 36개의 성화가 타고 있는 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핌이 꼼짝도 않고 서서 사람들의 머리 너머로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아아, 이 무슨 불가사의인가! 성화가 타고 있는 등경 바로 아래 맨 앞자리에 낡은 농부의 작업용 외투를 걸친 자그마한 노인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노인은 머리가 훌떡 벗겨진 것이 에리세이 보도로프를

꼭 닮았다. '아니, 에리세이와 꼭 같잖아. 하지만 에리세이일 리가 없어.저 영감이 나보다 먼저 당도할 까닭이 없지, 없어. 앞의 기선은 일 주일 먼저 떠났다니

까 저 친구가 나를 앞질렀을 리 없어. 그리고 우리가 탔던 배에도 없었다. 나는 순례자들을 하나한 죄다 살펴보았으니까.'

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예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자그마한 노인은 기도하기 시작했고 세 번 머리를 조아렸다. 한 번은 정면의 신위에 대해서 하고, 다음은 죄우에 있는 러시아 정교 사람들을 향해 절했던 것이다.

노인이 오른쪽으로 얼굴을 돌렸을 때 예핌은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바로 에리세이임에 틀림없었다. 거무스름하고 곱슬곱슬한 턱수염,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구레나룻, 게다가 눈썹도 눈도 코도, 하나에서 열까지 바로 에리세이이다. 에리세이 보도로프임에 틀림없다. 친구를 찾아냈으므로 예핌은 좋았서 어쩔 줄 몰랐으나 어떻게 에리세이가 자기보다 먼저 도착했는지 이상해서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사람 보도로프, 어떻게 잘도 앞으로 나갔네그려! 아마도 누군가 이곳 사람과 친해져서 안내를 받았겠지. 가만 있자, 나가는 출구에서 저 영감을 붙잡고 법복의 순례자를 따돌린 다음, 이제 저 친구와 같이 다녀야겠군. 그렇게 되면 나도 앞쪽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에리세이를 놓칠세라 예핌은 연방 그쪽으로만 눈을 두고 있었다.

이윽고 기도식도 끝나 군중이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십자가의 입맞춤이 시작되어 밀고 당기고 하다가 예핌은 밀려가 버렸다. 다시 예핌은 잘못하다간 지갑을 도둑맞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갑자기 치솟았다. 예핌은 한쪽 손으로 열심히 지갑을 더듬어 잡고 조금이라도 덜 붐비는 자리로 나가려고 사람들을 헤치기 시작했다. 간신히 덜 혼잡한 데로 빠져 나와 그는 근처를 마구 돌아다니며 에리세이를 찾았다. 그 대성당 안의 이쪽 저쪽의 암실에서 각 나라 사람들을 잔뜩 보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고 마실 것을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에리세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예핌은 숙소로 돌아가 보았으나 거기도 친구는 없었다. 그 날 밤, 순례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리론가 자취를 감추었는

데 그 1루블은 끝내 돌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 예핌은 외토리가 돼 버렸다.

이튿날 예핌은 다시 그리스도의 관을 배례하고 담보프에서 온 노인과 같이 다. 배 안에서 동행이 되었던 것이다. 그것에서도 역시 앞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해 보았으나 여전히 밀려나 기둥 옆에 남아서 기도드렸다.

그런데 앞을 바라보니 또 제일 앞 성화 아래의 그리스도 관 옆에 에리세이가 서 있었다. 제단 옆에 신부처럼 두 팔을 벌리고 머리에 함빡 빛을 받고 서 있었다.

'좋아, 이번에는 꼭 놓치지 않는다.' 예핌은 생각했다.

사람들을 마구 헤치고 앞쪽으로 다가갔다. 겨우 앞으로 나섰다고 생각하자 에리세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돌아간 모양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그리스도 관 옆을 보니 가장 눈에 잘 띄는 특별 성좌에 에리세이가 서서 두 팔을 벌린 채 머리 위에 무엇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이 위를 우러러보고 있다.

예핌은 머리에 함빡 빛을 받고서였다. '됐어.' 하고 예핌은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놓치지 말아야지. 출구에 가서 서 있자. 거기서라면 헤어날리는 없지.' 예핌은 밖에 나가서 언제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반나절을 지키고 서 있었으나 밖으로 나오는 군중 속에 에리세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예핌은 예루살렘에 6주간 묵으면서 베들레헴과 베다나, 그리고 요단 강과 그밖의 여러 곳을 가 보았다. 그리고

그리스도 관 옆에서는 새 루바시카에 도장을 찍어 받기도 하고(그것은 죽어서 수의로 입게 된다), 요단 강의 물을 조그만 병에 담기도 하고, 예루살렘의 흙을 간수하고, 성화가 타고 있는초를 얻기도 하여 여덟 군데서 연미사에 이름을 써 넣고 하느라고 돈을 모조리 써버리고 간신히 집으로 돌갈 여비만 남겼다. 거기서 예핌은 귀로에 올랐다. 야파에 당도하자 기선을 타고 테사까지 와서 그 다음부터는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11

예핌은 혼자서 가던 길을 걸어 돌아오는데 집이 가까워 짐에 따라 또다시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에 어떻게 살고들 있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났으니 퍽이나 달라졌겠지. 재산을 모으려면 한평생이 걸리지만 없애려면 눈 깜짝할 사이거든. 내가 없는 동안 아들놈은 어떤 모양으로 집안 일을 처리했을까? 봄에 농삿일은 시작했을까? 소와 말은 겨울을 무사히 넘겼을까? 새로 지은 집은 내 지시대로 완공을 보았을까?' 그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예핌은 지난 해에 에리세이와 헤어졌던 마을 근처에 이르렀다. 그 근처 사람들은 몰라 볼 만큼 달라져 있었다. 그 때는 형편없이 곤란을 받고 있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가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밭의 곡식도 풍성하고 사람들은 모두 넉넉한 살람살이를 하며 옛날 어렵던 일 같은 것은잊어버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녁때, 작년에 에리세이가 물을 마시러 들어간 마을에 이르렀다. 마을에 발을 들여 놓기가 바쁘게 흰 루바시카를 입은 소녀가 어떤 집에서 뛰어나왔다. "할아버지!

우리 집에서 쉬었다 가세요!" 예핌은 그냥 지나치려고 했으나 소녀는 옷자락을 붙잡고 마구 집쪽으로 끌면서 생글거렸다. 입구 층계에 사내아이를 데리고 여자가 나와 서서 역시 손짓해 부르는 것이다. "할아버지, 저희 집에서 저녁 잡수시고 가세요.

주무셔도 좋아요." 그래서 예핌은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왔으니 에리세이 영감의 일을 물어 볼까. 그 때 그 영감이 물을 마신다고 들른 집이 아무래도 이쯤 될 거야.' 예핌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는 어깨에 멘 자루를 내려 주고 몸을 씻을 물까지 따라 주고, 테이블로 안내했다. 우유와 보리 단지를 내놓고 죽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예핌은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순례자를 이렇게 접대하니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그 가족들을 칭찬했다. 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순례하시는 분들을 접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순례자께서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우리는 예전에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멋대로 살았기 때문이 하나님의 벌을 받아서 모두가 죽을

판이었는데 하나님께서 할아버지와 비슷한 분을 저희 집으로 보내 주셨어요. 한낮에 물을 얻어 마시려고 들어오셨다가 우리들의 꼴을 보고 가엾게 생각하시고

그냥 집에 머물렀습니다. 병들고 굶어 드러누운 우리에기 마시고 먹게 하여 마침내 우리들이 일어날 수 있게 만드신 후, 땅과 짐수레와 말을사 주신 다음 말없이 떠나버리셨던 거예요." 이 때 할머니가 들어오면서 그 여자의 말을 가로챘다."우리들은 우리 스스로도 그분이 인간이었는지 천사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온 식구들을 위해 헌신을 다 하시고는 아무 말 없이 떠나 버렸으니 도대체 누굴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나는 드러누워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득 보니 아무 별다른데라곤 는 대머리 할아버지가 물을 마시러 들어오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데 이 늙은이는 죄많은

인간이라, 어떤 사람이 저렇게 공연히 들어와서 어물거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분은 지금 말한 것과 같은 일을 해 주셨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몰골을 보자 두말 없이 들에 짊어졌던 자루를 내려서, 자, 여기예요, 바로여기다 놓고

끄르지 않겠습니까?" 소녀도 말참견을 했다.

"아이 할머니도, 처음에는 방 한가운데에 자루를 내려 놓았다가 다시 의자에 올려 놓았는데." 농부의 가족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노인을 칭찬하며 성호를 긋곤 하는 것이었다. 밤이 되었다.

말을 타고 돌아온 주인 남자도 역시 에리세이의 말을 꺼내고 나서 자기 집에서 어떻게 도와 주며 지냈는가를 이야기했다.

"만약 그분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우린 모두 죄를 지은 채 죽어 버렸을 겁니다.

모두가 아무 소망도 없이 하나님과 인간을 원망하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참에 그분이 오셔서 우리를 살려 주셨기 때문에 비로소 하나님도 알게되고 친절한 사람을 믿게도 되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 원하옵건데 그분을 지켜주시옵소서! 그 전에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던 우리들 그분이 인간으로 만들어 주셨으까요."

모두들 예핌에게 마실 것, 먹을 것을 대접한 다음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그들도 잤다. 예핌은 자리에 드러줍기는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에리세이의 일이, 예루살렘에서 세 번이나 에리세이를 특별 상좌에서 보았던 일이 예핌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구나. 에리세이의 몸은 그것에 오지 않았어도 그 영혼에 하나님이 함께 계셨던 거야.' 이튿날 아침, 식구들은 예핌과 작별을 고하면서 도중에 먹으라고 자루 속에 고기만두를 넣어 준 뒤에 일하러 들로 나갔다. 그리하여 예핌은 집을 향해서 길을 떠났다.

12

예핌은 꼭 1년째 되는 어느 봄 날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당도한 것은 저녁때 였다. 아들은 주막에 가고 집에 없었다. 이윽고 아들이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왔으므로 예핌이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는데, 그가 집을 비운 사이에 아들이 돈을 헤프게 썼다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역력했다. 돈을 모두 나쁜 짓으로 써버리고, 일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버지가 책망을 하자 아들은 반항조로 나왔다.

"아버지께서 순례를 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아니에요. 아버지는 내가 조금 쓴 것 가지고선...."

예핌은 화가 나서 아들의 뺨을 후려쳤다. 이튿날 아침, 예핌 타라스이치는 아들의 일을 의논하러 이웃에게로 가던 도중 에리세이의 집 옆을 지나게 되었다.

그러자 에리세이의 아내가 입구 층계에 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영감님,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예핌은 발길을 멈추고 말했다.

"덕분에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두중에 댁의 영감님과 헤어졌는데, 듣자니 벌써 돌아왔다구요?"

그러자 할머니는 좀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떠벌려 대기 시작했다. "돌아오고말고요, 영감님. 벌써 옛날에 돌아왔어요. 성모승천제가 지난 뒤 금방 왔지 뭡니까.

하나님 덕택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온 식구가 경사가 난 듯이 좋아했었죠. 그이가 없으며 집이 쓸쓸해서요.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힘든 일은 하지도 못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한 집안의 주인이니까 모두가 의지하는 거죠. 글쎄 아들이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원! 아버지가 안계시니까 눈 속의 빛이 꺼진 것 같다면서 말이에요. 이가 어디 가면 정말 쓸쓸해요. 우린 모두 그분을 의지하고 살아가니까요."

"그래, 지금 집에 있나요?" "있지요, 영감님. 꿀벌집에서 애벌을 나누고 있어요. 올해는 아주 썩 좋은 애벌을 깠대요. 모두가 하나님 덕책이거든요. 그이도 그렇게 기운이 좋은 벌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하셨다는군요. 우리가 죄를 짓지 않았으니까 하나님께서 굽어 살피셨나 봐요. 영감님, 들어오셨다 가세요. 퍽 반가워하실 텐데요." 예핌은 복도를 지나 윗문께로 나가서 꿀벌집에 있는 에리세이로 갔다. 꿀벌집에 들어가 보니 에리세이는 머리에 그물도 쓰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긴 회색 외투를 입고서 자작나무 밑에 서서 양팔을 벌리고 위를쳐다보고 있었는데, 마치 예루살렘의 그리스도 관 곁에서와 마찬 가자로 대머리가 햇빛이 자작나무 잎사귀 너머로 비치어 꼭 불타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 둘레에는 금빛 꿀벌이 관모양으로 떼지어 날아다니고 있었으나 쏘려고는 하지 않았다.

에리세이 할머니는 남편을 불렀다. "예핌 영감님이 오셨어요!"

되돌아선 에리세이가 예핌을 보자 반가워서 예핌에게로 달려오며 턱수염 속에 기어 든 꿀벌을 살그머니 집어 냈다. "어서 오게나. 그래 무사히 다녀왔나?"

"몸만 갔다 왔지. 자네에게 줄 선물로는 요단 강물을 가지고 왔네. 이따 우리 집에 와서 가져가게나. 한데

하나님께서 내 정성을 받아들이셨는지 그건 모르겠다네." "아무튼 축복받을 일이야.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예핌은 함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몸은 갔다 왔지만 영혼은 갔다 왔는지 누가 알겠나. 정작 다른 사람이 갔다왔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 하고 말했다.

"무슨 일이고 간에 하나님의 뜻이네. 예핌 영감, 하나님의 뜻이라니까." "그리고 돌아오다가 자네가 물 마시러 들어갔던 그 집에 들렀었지." 에리세이는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허허. 그 말을 그대로 접어두게나. 모든 일은 내가 한 게 아니라네. 나는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네. 자, 자, 안으로 들어가세나. 내 꿀을 가지고 올테니...." 에리세이는 그 이야기를 더 못 하게 하고 다른 이야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예핌도 더 이상 아무 소리를 하지 않고 그냥 웃을 따름이었다. 그는 깨달았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죽는 날 까지 자기의 의무를 사랑과 선행으로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 라는 것을.

[출처]두노인/톨스토이

◐ 새벽기도 끝나고 집안일 할 때

"20분 안에 잠드는😌 톨스토이 민담, [두 노인] 깨달음✨을 얻은 노인은 누구일까?"

 에서 다른 이야기를 찾아서 들으면서 해야하겠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공부가 되는 것 같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오디오 동화책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유튜브에 오디오 동화책을 보니까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들이 많이서 접었다.

 그냥 글을 쓰는게 좋다.

 그렇지만 한번은 해보고 싶다.

 ㅋ

 

 쫑숙이가 대전에 있는 작은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동영상을 찍은 걸 유튜브에 올려야겠다 생각했지만 생각만 하고 끝.

 무언가를 실행한다는게 쉽지는 않다.

 

 최근에 청국장을 만들어보려고 생각했는데 햇콩 사는 것부터 뭐하나 쉽지가 않다.

 

 원룸 건물 입구 천정에 페인트가 지난번 누수에 벗겨져서 너덜너덜 메달려 있었다.

 그동안 늘 젖어있던 돌로 만든 계단이 마르는게 보여서 기분이 좋았는데 페인트가 벗겨진 것을 보니까 페인트를 칠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오늘 페이트를 사러가서 칠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대문밖으로 한발작도 나가지 않았다.

 

 생각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 지푸라기는 지난번 경주 도리마을에 은행나무 보러 갔을 때 논에서 한웅쿰 비닐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햇노랑콩을 사려고 마트에 갈때마다 살펴보았지만 전부 22년도 산이어서 사지 못했다.

 울산에서는 남창장이나 덕하장에 가야한다고 남편이 말했다.

 자동차가 있으면 휘익하고 한시간이면 다녀올 텐데 엄두가 안난다.

 

 사우나에 누군가가 알아본다고 하더니 다 팔아서 없다고 연락이 왔다.

 쫑숙이도 알아본다고 하더니 충청도에서 노랑콩은 전부 두부공장으로 들어간다고 없고 한말씩은 안판다고 말했다.

 옥천에서 더 알아본다고 하더니 말이 없다.

 

 쿠팡에서 어떤 아저씨가

 "직접 농사지은 23년도 햇 노랑콩을 팝니다."

 라는 이야기와 노랑콩대를 껴안고 있는 광고에 혹해서 일단 1키로를 샀다.

 다음 주 수요일 쯤에 물에 담가서 푹 불린다음 삶아서 청국장을 띄워 봐야겠다.

 생각처럼 잘 되려나?

 어느 해처럼 그냥 콩으로 가지고 있다가 볶아서 진미간강에 넣어 먹을까?

 ㅎㅎㅎ

 

 햇노랑콩을 더 구해볼까나???

 다음주 수요일에 콩을 불릴 예정이니까.

 생각만 하고 말려나?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게 쉽지는 않지만 생각을 한 것만 해도 .....

 

 생각만 하지 않고 기도하게 도와 주세요.

 기도하고 예배 드리고 말씀을 사모하게 해 주세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말씀으로 답을 얻고  

 기도로 길을 인도 받고 

 찬송으로 숨을 쉬고 

 섬김으로 운동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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