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비밀

< 꽃의 비밀 >

 

햇살은 조용히 속삭인다,
꽃잎 하나, 바람에 흔들릴 때
그건 단순한 춤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의 대답이다.

뿌리 아래 감춘 기억들이
촉촉한 흙 속에서 꿈틀거릴 때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피어날 순간을.

 

누군가는 향기를 위해 피고,
누군가는 이별을 위해 진다.
하지만 꽃은 묻지 않는다,
왜 피어야 하냐고.

 

밤이 깊어질수록
더 짙어지는 향처럼
꽃은 말한다,
말하지 않는 것으로.

 

세상은 모른다
그 고요한 결심을.
오직 꽃만이 아는,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약속.

 

 

< 꽃의 비밀 >

봄이 오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들. 거리의 벚꽃, 화단의 튤립, 들판의 유채꽃까지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로 세상을 물들인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며 감탄하지만,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꽃들은 왜 그렇게 피어나는 걸까. 단지 계절이 시켜서? 아니면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릴 적, 나는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금방 시들고, 만지면 잘 부서지는 연약한 존재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날, 작은 야생화를 키워본 적이 있다. 마른 화분 속, 작은 씨앗 하나를 심고 매일 물을 주었다. 며칠 지나고 나서야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 새싹은 생각보다 더디게 자랐고, 나는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꽃이 피었을 때, 나는 알았다. 그 조그만 꽃 하나가 품고 있던 세계를.

 

 

꽃은 결코 약하지 않다. 한겨울의 추위를 뚫고, 바람과 비를 견디며 자라난다. 작은 줄기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오직 한 순간을 위해 살아간다. 그 찰나의 개화, 그것이 바로 꽃의 비밀이다. 화려함은 겉모습일 뿐, 진짜 비밀은 그 안의 끈기와 인내, 생에 대한 뜨거운 열망에 있다.

 

우리는 종종 꽃을 보고 예쁘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시간과 고요한 싸움을 들여다보는 이는 드물다. 마치 사람도 그렇다. 누구나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긴 시간을 견뎌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알 수 없다.

 

 

꽃의 비밀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언젠가 피어날 그날이 올 것이라는 조용한 위로.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길가의 작은 꽃 하나에 고개를 숙인다. 너는, 참 대단하다고.

꽃은 말이 없다.
하지만 어떤 말보다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느 봄날, 나는 우연히 벤치에 앉아 작은 들꽃 하나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녀린 줄기가 흔들리고, 햇살에 비친 꽃잎은 유리처럼 투명했다. 처음엔 그저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길이 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꽃은 얼마나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은 기다림 끝에 피어난 걸까. 차가운 흙 속에서 씨앗으로 머물던 겨울, 얼어붙은 새벽 공기를 뚫고 조금씩 자라던 순간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날들을 묵묵히 버텼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토록 조용하고도 단정하게 피어났다.

 

사람들도 꽃과 많이 닮았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계절을 품고 살아간다. 어떤 날은 햇살 같고, 어떤 날은 비처럼 흐리고.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는 수없이 움츠러들고 다시 피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꽃을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저려온다. 어쩌면 나도 피어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꽃은 자신의 속도를 안다.

 

조급해하지 않고, 누가 보지 않아도 묵묵히 자라난다. 그건 어쩌면 사랑을 아는 방식일지도.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기다릴 줄 아는 것, 묵묵히 지켜보는 것, 말 대신 피어나는 것.

 

그게 바로, 꽃의 비밀이다.

 

소리 없이 피어나 누군가의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는 것.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것.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나는 그날, 아주 작은 꽃 하나에게 배웠다.
가장 조용한 것이, 가장 큰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