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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련/부동산이야기

샐프 인테리어

by 영숙이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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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프 인테리어> 

 

  22평에서 살다가 32평으로 이사온지 20년이 넘었다.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하고 남은 것은 이젠 쓸모없는 것들이 많았다.

  뭐를 잘못 버리는 성격이라서 방마다 쌓여 있는 쓸모없는 것들을 버리는 방법이 이사를 가는 것이었다.(결혼 30년이 넘었는데 처녀 때 입던 옷 안 버린다고 지청구를 듣는 스타일ㅋ ~)

 

  마침 새로 지은 위치 좋은 아파트들이 많이 있어서 여기저기 구경 다녔었는데 구조도 좋고 자재도 고급이고 너무나 이사 가고 싶은 집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집 위치가 훨씬 좋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때 이사 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사는 혼자 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가족이 좋아라 해야 하는 것이다.

  집을 팔고 이사를 하고 여러가지가 다 퍼즐처럼 맞기도 해야 하지만 과감히 결단을 하기도 해야 한다.

  투베이 구조로 분양가격도 많이 하락되어 있는 아파트를 건설사에서 특별 분양하고 있었는데 무조건 계약을 했어야 했었다.

  계약금만 내면 나머지는 전세로 입주시키고 있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해서 이사 들어가면 됐었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ㅠㅠㅠ   

 

  인생은 타이밍이다.

  타이밍이 결정한다.

 

  결국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샐프 인테리어 하기로 하였다.

 

  벽도 부서지고 도배도 엉망이고 20년 동안 살던 집이라서 뭐하나 옳은 것이 없었다.

 방마다 쓸모없는 짐도 많고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몰랐다.

 

  제일 먼저 방에 있는 전등을 전부 LED 등으로 환하게 바꾸고 나서 첫 번째로 벽지를 다 뜯어 냈다. 

  벽지 뜯어 내기 전에 베란다 업자를 만나서 베란다 교체 가격 결정을 하고 작업하기로 한날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못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오랫동안 알던 분인데 보채니까 화를 냈다. 결국 베란다 교체를 포기하였다.   

욕실문은 정말 민망할 정도이다.
부서진 석면이 드러난 벽체 

 

베란다
주방
벽지를 뜯어낸 천장
욕실
주방 2
현관

  먼저 엄두가 안 난다는 것 때문에 도저히 문제에 덤벼들지 못한다. 일단 엄두를 내고 일을 저지르기 시작하면 어떡해서든지 일을 해결하게 된다. 

  마음 편히 먹고 장기전으로 시작하면 못할게 무어랴.

 

  욕실문은 망가져서 형편없고 방문은 장식으로 달린 마호가니 위에 페인트를 덧칠한 거라서 보기에 흉했다.

  벽체는 약해서 슬쩍 힘을 주면 부서지는 석고로 만들어져 그 안에 석면이 들어 있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석면이 몸에 나쁘니까 우선 시트지로 막아 놓고 살았다.

 

  욕실과 주방이 싸구려 티가 났다. 주방에 싱크 문짝은 원목이라서 그대로 닦아서 쓰면 괜찮을 거 같아서  싱크 위에만 인조 대리석으로 바꿀 생각을 했다.

  현관과 베란다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화이트로 하기로 하고 방문들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장식되어 있는 마호가니 나무를 뜯어내고 하얀 페인트를 칠해서 갤러리로 바꾸기로 했다. 

  가구에 칠하는 페인트는 냄새가 안나는 페인트를 사다가 2~3번 칠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가게로 나갔다.

 

  그 다음 인터넷을 뒤져가며 욕실 문을 수리하고 벽지를 뜯어낸 벽체를 수리하고 벽지를 하루에 2~3시간씩 붙여 나갔다.

  제일 힘든 것이 천정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주말에 회사일로 바쁜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미안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은 계속 불평을 했다.

 

  "돈을 버는 이유는 편하게 살려고 버는 건데......"

 

  벽지를 붙이고 짐을 선택해서 버릴 건 버리고 가지고 있을 건 정리해서 자리를 정해서 집어넣었다.   

  문 손잡이와 전등 스위치 그리고 콘센트를 사다가 바꾸었다.

 

  욕실 타일 교체는 줄눈만 새로 하기로 하고 베란다와 현관 타일은 타일 도매상에 가서 타일을 산다음 타일공을 섭외해서 새로 깔았다. 

 

  그림을 파는데 가서 방문에 걸 그림을 사 와서 걸고 원룸에 해주려고 샀던 커튼을 거실에 봉을 끼워서 걸었다.

  남편은 앞집처럼 업자들이 수리한 깔끔한 인테리어가 좋다면서 불평을 했다.

 

  "인테리어 업자들이 해준 인테리어는 나만의 집이라는 개념이 없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꾸밀 수 없으니까 그리고 앞집 인테리어 한 다음 집에서 계속 있었던 아주머니는 환경 호르몬 때문에 시름시름 앓다가, 병원 다니다가 이사 갔잖아요."

 

 그래도 이것도 불만, 저것도 불만.

 드디어 어느 날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4000만 원짜리 인테리어하고 400만 원짜리 인테리어 하고 어떻게 똑같아요. 난 400만 원짜리 지금 인테리어에 만족해요."

 

 그다음부터는 불평이 눈 녹듯 사라졌다.  ~ 할렐루야 ~

 다음 그림은 현재의 모습이다.

 400만 원짜리 인테리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현관창문
환골탈퇴한 욕실문
현관
거실
주방1
작은방문
주방2
욕실 안
벽체
배란다를 치우고 나만의 화원으로 

  바닥재를 바꾸지 못한 것은 아쉽다. 

  짐을 들어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나서 바닥재 바꾸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너무 험한 곳은 마트에서 양탄자 같은 것을 사다가 깔았다. 주방도 가볍고 이쁜 폴리로 깔았는데 더러워지면 세탁해서 다시 깔면 되니까 만족한다. 

 

  이렇게 바뀌는데 6개월이 걸렸지만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 매우 만족한다. 또 이렇게 샐프 인테리어 한 것을 보고 독립한 아이들도 샐프 인테리어를 해주어서 매우 감사하다. 

 

  돈이 굳었을까?

  다른데 다 썼다.

  좋은 일에도 쓰고 또 하고 싶은 카페에도 쓰고 지금은 카페 문 닫았다. 카페도 샐프 인테리어를 해서 절반 가격에 만들었지만 너무 욕심내서 비싼 거로 인테리어를 해서 비용이 50% 이상 더 들었다.   

 

  이렇게 샐프 인테리어도 하고 카페도 실패했지만 대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해하고 만족해한다.

 

  천천히 슬로우

  천천히 슬로우

  달팽이처럼

  천천히 슬로우

  천천히 슬로우

 

  달팽이처럼 천천히 슬로우 ~ 슬로우로 간다.

  빨리 가거나 ~ 천천히 가거나 ~ 인생의 종착역은 한 군데라는 걸 안다.   

 

  심각한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는 이제 당신의 아들도 못 알아보신다. 간호사님 말처럼 배터리가 다 되어서 눈도 못 뜨신다.

  그래도 살아계신다.

 

  어느 날 그동안 남의 편 님이셨던 남편님이 저녁을 먹으면서 말했다.

 

  "우리가 살아봤자 앞으로 몇 년을 살 수 있음? 잇바이 데스까 활동이 20년?"

  "그러니까 자기가 사소한 거로 아등바등할 때마다 내가 화내잖아. ~ 주차비 아끼려고 그러면 내 표정 알지? 으~으~으~으~으.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돼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그게 행복이고 만족이지 뭐."

 

  인생 천년 살 것처럼 아등바등해도 백 년을 못 산다.

  백 년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

  한 발자국씩 한 발자국씩 내디디면서 슬로우, 천천히 슬로우, 천천히 달팽이처럼, 그렇게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다.

   (샐프 인테리어의 재료는 대부분 kcc와 롯데마트에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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