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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반 백년만의 산책

by 영숙이 202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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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도 근처의 11월 유채꽃밭 

< 반 백년만의 산책 >

 

 우리는 11살 그리고 12살 때인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때 같은 반을 했었다.                           

 6학년 1반 실업반(취업반) 즉 비진학반 여학생 28명 남학생 14명 6학년 2반도 실업반으로 여학생 37명 남학생 19명 6학년 3반은 진학반 여학생 15명 남학생 33명으로 진학반에는 남학생이 2배로 많고 실업반에는 여학생이 2배로 많았다. 

 그때만 해도 남아 선호 사상으로 집에서 딸들을 초등학교 보내는 것만도 대단한 상황이었다.

 군서 초등학교에서 옥천 여중에 시험을 쳐서 붙은 여학생은 영숙이와 임복이 2명이었다. 같은 학교 출신인 종희는 대기자 후보 3위였는데 등록 하지 않은 학생이 있었는지 후에 합격해서 옥천 여중을 다녔다. 

 

 임복이와 영숙이는 중학교 때 2개 반 뿐이었는데 한번도 같은 반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같은 반으로 생활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와 6학년 때 뿐이다. 

 어느 날 옆반에 놀러 갔는데 게시판에 임복이 시가 붙어 있었다. 비에 관한 시였는데 그렇게 시를 써서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을 읽고 영숙이는 충격을 받았다.

 

  '임복이는 시를 쓰는구나. 잘쓰네. 나도 쓰면 임복이보다 잘 쓸수 있을거야.'

 

 영숙이는 직장 따라서 79년도에 울산에 왔고 임복이는 결혼해서 84년도 부터 울산 방어진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제 오랜 세월이 흘러 옥천여중 졸업 후 50년이 지난 이번에 임복이를 만났다.

 

 15년 전쯤 군서 초등학교에 들렸다가 아직도 시골에서 가든을 하고 있는 동창을 만나서 전화번호를 주었는데 그 전화로 임복이가 전화를 한 것이다. 그때부터 얼굴 한번 보자고 하고는 이래 저래 세월이 지나고 어쩌다 한번씩 전화를 하고는 그래 만나자 만나자 말만 하고 지나오고 있었다.

 

 어제 어금니를 빼내고 벌써 2달여가 다 되어서 임플란트를 해 넣고 작년에 북유럽 여행을 같이 다녀온 영희씨한테 연락을 했더니 김장을 담근다고 하였다.

 

 "김장 한포기만 줘요. 그동안 김장 철마다 주던 사람이 있었는데 올해는 없을거 같아."   

 "와 ~~~아 와 ~~~아 너무 좋아, 넘 넘 넘 좋아." .

 

 전화가 와서 김장김치를 가져 가라고 해서 입에 지혈솜을 문채 영희씨네 집으로 달려갔다. 간 김에 마늘 냄새가 숑~ 숑 나는 김장김치를 차에 싣고 방어진에 명덕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명덕호수 건너편으로 대경아파트와 현대홈 아파트가 보였다.

 

 

 

 '방어진에 아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까.'

 

 그때 초등학교 동창인 임복이가 생각났다. 바로 메세지를 넣었고 답답해서 전화를 했다.

 

 "외손자를 보고 있어서 나가기가 힘들어."

 "그렇구나. 지금 명덕 호수 산책하고 있는데 네가 여기 산다는게 생각나서 전화 해봤어."

 "응 그래. 언제 시간있으면 얼굴한번 보자."

 "혹시 내가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데 혹시 부동산에 관심없어?"

 "아, 내가 팔아야 할 아파트가 있는데."

 "그래? 그럼 보러 갈까? 내일 갈께."

 

 아침 10시에 명덕 호수에서 마주 보이는 대경 아파트 주차장에 가서 전화를 하기로 했다. 아침에 시간 맞춰 일어나서 씻고 자동차도 씻고 10시 30분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다.

 

 드디어 50년 만에 얼굴을 본다. 반백년이다. 정확히 말하면 1달이 모자라는 50년인가? 얼굴을 보는 순간 기억이 난다. 바로 그 눈매이다. 서로 손짓을 하면서 웃는다. 마스크 쓴 얼굴을 보면서 웃는다. 

 

 "그래. 옛날 얼굴 그대로네."   

 

 임복이네 집 들어 가기전에 임복이가 팔아야 할 아파트를 구경하고 임복이네 집에 가서 마주보고 앉아서 60대 답게 두서없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마구 섞어서 한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고향 이야기, 초등학교 이야기, 중학교 때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등등이 마구 뒤섞여 나온다. 이 얘기 했다가 마치지 못하고 저쪽으로 건너뛰고 저쪽으로 건너 뛰었다가 다시 원래 이야기를 하고 ...

 이야기 하다가 점심 먹으러 가고 점심 먹으면서 친정이야기, 시댁 이야기, 시댁 식구들 이야기에 친청 식구들 이야기 등등 

슬도에 있는 예쁜 카페(실내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머무를 수 없고 바다를 보며 차를 마신다.)

 점심 먹고 여기 저기 운전하면서 돌아 다니다 뷰가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슬도에 유채 꽃밭과 캠핑 카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 캠핑장 갔다가 사진 여러장 찍고 외손자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서 아파트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참 이상하다.

 50년,

 반백년만의 산책인데도 마치 어제인것 처럼 스스럼이 없다.

 좋다.

 그래서 초등학교 동창회들을 가는가 부다. 한번도 동창회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동창생들을 만나는 기분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오늘 임복이를 만난 기분은 정말 좋다.

 속내를 감출 필요도 없이, 또 의중을 떠볼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 서로를 보여 줄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어제 만난 것처럼 서로를 이해 할 수 있어서 좋다. 

 

 자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우리는 이제 치매를 걱정할 나이가 되었다. 오늘도 자주 먹는 과자 '콘칲'이 생각이 안나서 옥수수로 만든 과자 '콘푸라이크' 인가? 했다가 진짜 콘푸라이크를 사와서 바꾸러 갔다 와야 했다.   

 

 건강을 위해서 자주 만나자고 ......

방어진 슬도 근처의 유채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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